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미쓰 홍당무'☞히스테리 그녀, 남녀노소가 즐거워!

송씨네 2008. 10. 16. 23:45

 

 

 

 

※경우에 따라(?) 이 영화의 리뷰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감독보다도 제작사와 배급사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영화의 감독이나 배우도 중요하지만 제작사와 감독의 관계는 언제부터인가 중요한 것이 되었다.

강우석과 장진이 만든 KnJ이나 김기덕 감독의 김기덕 필름, 그리고 지금 이야기할 박찬욱 감독의 모호필름이 바로 그것이다.

그 감독이 만든 작품과 제작사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감독과 제작사 대표의 친밀도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제작사 대표(영화감독이 대표인 경우)의 경우 그 감독을 자신의 제자이자 후계자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박찬욱 사단의 모호필름이 박찬욱이라는 이름이 아닌 이경미라는 이름으로 제작을 한다.

이는 모호필름의 첫 자체제작이라는 의미이다.

장진 감독이 박광현 감독1이나 라의찬 감독(바르게 살자)을 기용하고, 김기덕 감독은 장훈 감독(영화는 영화다)를 기용한 것이 이 같은 예이다.

이경미 감독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일 수도 있겠지만 단편영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그녀의 작품 '잘돼가? 무엇이든'(2004)을 기억할 것이다. 이경미 감독이 박찬욱 감독과 손을 잡은 이 영화 '미쓰 홍당무'는 박찬욱 감독의 시나리오이지만 영화내용은 이경미 감독 스타일에 더 어울리는 유쾌한 코믹 영화이다.

 

 

어느 한 고등학교 화단앞에 한 여성이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다.

안면홍조증에 걸린 러시아어 교사 미숙은 종철이 자신의 진심을 믿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종철은 미숙의 은사였고 그 당시 짝사랑은 성인이 되고 선생님이 되어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러던 그녀에게 라이벌이 나타났으니 또다른 러시아어 교사 유리이다.

유리는 얼굴도 이쁘고 인기도 많아 러시아어 교사에서 살아남았지만 미숙은 정반대의 결과이다.

그러나 문제는 또 하나 있다. 종철은 부인이 있으며 딸도 있다.

더구나 유리와의 썸씽(?)이 있던 종철은 결국 이혼 위기를 맡게되고 그런 모습에 오히려 미숙은 화가 난다.

결국 미숙과 종철의 딸 종희는 합심하여 가족의 이혼도 막고 유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동맹을 하게 되는데...

 

 

야한 장면 하나 없는 이 영화가 19세 이상 관람가라는 이야기는 어느정도 마케팅에 도움이 될런지는 모르겠다.

그렇다. 이 영화에는 크게 야한 장면은 없다.

유리의 민망한 자세에 민망한 발음 장면이라던가, 남녀의 체위를 보여주는 그림책 장면 정도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19세 등급을 받은 이유는 메신저에서 등장하는 파격적인 성과 관련된 단어들이 그것이다. 입으로 담아내기는 상당히 민망하기에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이런 대사에서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여자들의 질투 심리를 잘 반영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세상에 버림받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핵심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미숙은 얼굴도 못난데다가 러시아 교사로써 인기도 없다.

거기에 혼자 자신의 은사를 짝사랑한다, 그것도 결혼하고 애까지 딸린 유부남을 아직도 짝사랑한다.

이 위험한 사랑은 상대방 여선생을 질투하고 혼자 환상에 젖어 산다. 선생님도 날 좋아하고 있을꺼라고 말이다.

또하나, 그녀는 전형적인 캔디 스타일의 여인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바로 캔디의 천적 이라이저이다.

이는 영화속 유리에게 미숙이 내뱉은 대사에도 숨어있다. 유리는 사랑만 받는 캔디였고 미숙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라이저라는 것이다.

 

 

왕따는 또 한 명 있다. 바로 종철의 딸 종희이다.

관심받기 위해서 튀는 행동을 보이는 혹은 아버지 믿고 뵈는 것이 없는 그런 소녀로 보이기 쉽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게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린 그녀는 어쩌면 자신과 상황이 비슷한 미숙과 크로스가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종철의 이혼을 막기 위해 원치 않는 학교 축제에 파트너가 되기로 하지만 그것또한 쉽지 않다.

연습하랴, 유리와 메신저로 방어(?) 하느리라 말이다.

 

 

영화의 잔재미는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성에 관한 대사들이 그것이지만 또하나의 재미는 영화속의 카메오들이다.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의 공통점이라면 은근히 절친한 감독들을 카메오로 출연시킨다는 것이다. 봉준호의 '괴물'에서는 '핸젤과 그레텔'의 임필성 감독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는 류승완 감독이 숨어 있었다.

모호필름 작품 답게 이경미 감독의 이 영화에도 감독들의 카메오 열전이 이어진다.

봉준호 감독 감독은 미숙이 땀나게 고생하면서 배우고 있는 영어학원에서, 박찬욱 감독은 미숙의 여고시절 수학여행 장면에서 카메오로 등장하며 심지어는 동명이인의 피부과 의사로도 카메오 출연을 하신다. (특히나 이 피부과 장면은 압권이다.)

 

 

 

공효진, 이종혁, 방은진 등의 익숙한 인물들이 보이지만 종희 역의 서우와, 유리 역의 황우슬혜 등의 배우는 그렇게 익숙한 배우들은 아니다. 오디션을 통해 새얼굴로 이루어졌지만 이들의 연기는 모자람이 전혀 없었다. 서우라는 배우의 경우도 그렇고 낯뜨거운 장면도 많았음에도 열연을 한 황우슬혜 등의 배우에게도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은 미숙과 종희가 결국 공연을 벌이는 장면이다.

부모님의 이혼도 막고 결국 이 다섯 사람의 오해와 더불어 싸움도 진정국면에 접어들였지만 약속했던 공연이니 그들의 공연은 계속 되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날라오는 쓰레기 세례...  어쩌면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쓰레기 세례를 맞으면서도 웃고 있다.  이는 이 세상의 못난이들에게 보내는 찬사가 아닐까 싶다.

단지 꽃이 아닌 쓰레기라서 아쉽지만 말이다.

꽃이면 어떠한가, 쓰레기면 어떠한가... 그래도 행복하면 다행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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