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고고 70' ... 격동의 1970년대에는 음악이 있었다!

송씨네 2008. 9. 28. 21:25

 

 

 

고고70
감독 최호 (2008 / 한국)
출연 조승우, 신민아, 차승우, 손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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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예정작입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후아유'로 커뮤니케이션(인터넷 채팅)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사생결단'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어디까지 막장으로 갈 수 있는가를 이야기했던 최호 감독... 그가 이번에는 음악영화를 하나 만들었다.  

다시 조승우를 불러모으고 라이브에 가까운 생생한 현장을 연출하려고 노력했다.

거기에 1970년대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1970년대... 거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길래?

 

 

대구의 한 기지촌 클럽에서 작은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다.

그럭저럭 밥벌이를 하지만 음악적 갈망이 심하기만 하다.

이 곳에 있는 상규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던 그가 상대편 클럽의 만식을 만났다.

그는 껌둥이 음악을 한다고 한다고 하던데 이름이 소울(Soul) 음악이라지?

상규는 소울에 필(Feel)을 받아 결국 그와 음악을 같이 하기로 한다.

그들의 밴드이름은 데블스...

무작적 서울로 상경한 이들은 보컬 경연대회에 나가서 괴상한 복장으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노래를 불렀지만 입상도 못하게 된다.이대로 끝나나 싶더니만 특별상인가 뭔가를 받게 된다.

'주간 서울'의 기자이자 음악 칼럼리스트 병욱의 눈에 띄게 된 이들은 명동의 나이트 클럽 '닐바나'에서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인기를 얻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1970년대 말 통금 정책... 물론 나이트가 이들 젊은이들에게는 해방구였지만 그것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위기의 데블스는 과연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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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데블스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 계신다면 프리미어 51호(통권 179호)에 실린 데블스의 오리지널 맴버인 김명길 씨의 이야기(☞ http://blog.daum.net/songcine81/13496578)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잡지에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영화속 데블스와 실제 데블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실제 밴드 데블스의 일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가 맞다.

해골 바지를 입고 보컬 그릅대회에 참가한 것도, 그리고 그들이 당대 최고의 클럽인 '닐바나'에서 활동했던 것도 동일하다. 거기에 그들의 라이벌이자 동지였던 피닉스 역시 이들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팀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가 개봉될 시기에 데블스의 실존 인물인 김명길은 새로운 팀과 같이 컴백을 준비중이고 피닉스 역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최호 감독을 1970년대 밴드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유신정권이 들어서면서 박정희 대통령 시기에 많은 것들이 변화가 있었다.

나를 비롯한 지금 세대들은 이해 못할 통금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장발 단속에 미니스커트의 길이도 단속 대상에 포함이 되었다. 그러니깐 그당시 젊은이들의 반항을 대표하던 히피 문화는 그야말로 최절정에 다다르던 시대였고 이에 맞추어 단속또한 심하게 이루어지던 시대이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연예인의 방송출연이 제한되던 시대도 이 시기이다. 금지가요도 많았으며 그 금지가요에는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이유로 금지를 당한 곡들이 수두룩 하다. (퇴폐조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창법 불량, 간첩을 부르는 듯한 신호, 외모 불량 등의 이유로도 금지를 당했다.)

 

 

'고고 70'은 이런 당시 코미디 보다 더 코미디같은 당시 상황을 이야기한 영화이다.

거기에 데블스라는 실제 존재하는 밴드를 등장시키면서 파란만장한 1970년대의 우리의 자화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경일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노래를 불렀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처럼 그들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지만 연예인들 혹은 공인이라는 직업의 한계에 이들도 부딪치고 만다.

맴버 하나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뜨고 누군가는 도박에, 그리고 요정 같은 술집의 밴드로 근근히 살아가면서 팀의 정체성은 점차 멀어지는 듯 했다. 다시 모인 팀들이 그야말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공연을 갖으면서 이들은 잠시나마 하나가 된다.

 

우리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라면 그 멜로디나 가사하나 하나에 삶의 애환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진다. 지금보면 상당히 촌스러워 보이는 헤어스타일과 춤이지만 당시의 유행을 선도했던 사람들이 다름아닌 이들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TV나 다른 매체에서 보여주는 연예인들의 모습과도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조승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워낙 뮤지컬로 단련된 배우라서 말이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대부분이 실제 뮤지션들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가 고증은 물론이요 실력있는 이들을 섭외하여 영화의 현장감을 느끼기 위해 매우 큰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사사건건 상규와 마찰을 일으키는 만식 역을 맡은 사람은 차승우라는 뮤지션으로 과거 노브레인에서 활동했던 맴버이다.  토이의 '뜨거운 안녕'을 통해 객원가수로 새롭게 등록한 이지형도, 그리고 락 음악계의 대부 신중현 씨 아들들이 이끄는 밴드 '서울전자음악단'도 이 영화에 참여하여 음악성을 높였다.

 

 

그러나 의외의 인물이라면 미미로 열연한 신민아일 것이다.

연약해 보이는 소녀 역할 전문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녀는 이 영화에서 섹시함과 더불어 새침데기 같은 댄서로 열연하였다. 영화속에서는 '와일드 걸스'라는 댄싱팀으로 등장하는데 실제 이 댄싱팀도 존재했었다.

'와일드 캣츠'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 영화에서는 실제 이들의 활동과 내용이 달라 자칫 오해를 살만한 가능성이 있어서 부랴 부랴 이 댄싱팀의 이름을 '와일드 걸스'라고 수정했다고 한다.

 

 

 

시대가 변했다.

통금도 없고 연예인 출연을 금지시키는 일도 없다.

장발이나 미니스커트를 단속하지도 않는다.

과거에 TV는 남자가수의 귀걸이까지 단속하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거꾸로 시대가 가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것이 막혀버린...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닌데 말이다.

 

 

 

PS. 영화는 현실이 아니지만 가끔 영화가 현실을 반영할 때도 있다.

상규는 입영통지서를 받아들고 불에 태운다. 그리고 경찰을 두려워 하며 피해다니기에 급급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영화의 개봉이 되는 시기에 상규 역을 맡은 조승우의 군입대 문제를 두고 이야기가 나와버렸다.

정말 영화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소속사에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상규처럼 피해다녀야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상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