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고양이와 인간에 관한 진실!

송씨네 2008. 10. 18. 12:43

 

 

 

 

※작품 설명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스포일러가 첨가 되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여성의 감성에서 일본인들의 감성을 젖게 만드는 감독이 있다.

바로 이누도 잇신 감독이다.

남성이지만 남자 이야기 보다는 여성 이야기에 무게를 실었던 그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주었다. 물론 '황색눈물'과 같이 남성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강한 남성들이라기 보다는 연약한 그래서 보호해주고 싶은 평범한 남자들의 이야기였다.(그룹 '아라시'가 연기한 이들 모습은 그래서 많은 누나 팬들이 아마도 그들을 보호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작품 '구구는 고양이다' 역시 여성의 감성에 딱 맞는 소재의 영화이다. 바로 고양이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고양이를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덕분에 거리에는 수많은 길고양이들이 돌아다녀 어떤 때는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긴 하지만 그러나 고양이를 꼭 좋지 않은 존재로만 봐야 하는 것도 고민이다. 이누도 잇신이 말하는 고양이와 인간에 대한 소통은 과연 어떤 것일까?

 

키지조지1라는 도시에는 아사코라는 만화가가 살고 있다.

이 도시에는 나오미를 비롯한 4명의 어시스턴트(우리나라로 치자면 거의 문하생에 가까운... 참고로 어시스턴트와 문하생은 다른 개념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화속 나오미는 어시스턴트보다는 문하생에 가깝다.)가 그녀를 도와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전 아사코가 애지중지 사랑하던 고양이 시바가 죽으면서 집필을 몇 개월째 못하고 있다.

용기를 내어 애완동물 가게에서 고양이를 구입하고 그이름은 구구로 정하게 된다.

'가와이~'(귀엽다)를 연발하는 작업장 식구들의 찬사 속에 새 작품에 대한 집필 작업은 박차를 가하게 된다.

어느 날 세상구경을 위해 밖으로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 구구를 찾으러 간 아사코는 공원에서 세이지라는 청년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연하의 남자인 그에게 호감이 가긴 하지만 가까히 하긴 좀 그렇다.

하지만 구구와 아사코의 행복은 지속될 것 같았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는 듯 한데...

 

  

얼마전 부산영화제를 다녀간 이누도 잇신과 우에노 주리, 그리고 영화 속 고양이 구구가 한국을 찾았었다.

실제로도 부산영화제서는 많은 상영을 하지 않았지만 열광하는 팬들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이누도 잇신의 영화들이 그동안 한국에서 사랑받았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며 '노다메 칸타빌레' 이후 여전히 사랑받는 우에노 주리의 인기를 실감하는 대목이다.

 

 

 

이 영화에서 인간과 고양이의 교감은 많은 것은 나타낸다.

영화 초반 시바가 죽는 모습은 고양이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사코가 꿈속에서 나타난 시바의 모습에서도 한 번 더 보여지고 있다.

저승(혹은 영혼)에서의 고양이의 모습을 인간으로 표현했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과 고양이의 사랑과 애정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잘 나타낸 대목이 아닐까 싶다.

 

또한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를 이끌고 있는 화자의 모습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독백이 많다.

아사코도 그렇고  나오미의 독백에서도 이들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진짜 이 영화의 화자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외국어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푸른 눈의 외국인 '폴'이다.

이 외국인은 키지조지에 대한 아주 장황스러운 설명을 늘어놓는다.

심지어는 이 곳 공원에 사는 코끼리가 어떻게 일본 땅을 밟았는가를 이방인의 모습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그는 아사코의 꿈속에서는 진정한 이방인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는 저승사자였던 것이다. 푸른 눈의 외국인을 저승사자로 표현한 것도 그렇지만 낮에는 외국인 강사로, 그리고 어둠속에서는 이들을 심판할 수도 혹은 그들(그녀)을 감싸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승사자 폴의 모습은 기존의 저승사자 이미지에서 벗어난 아주 친근한 이미지이지만 한 편으로는 이방인이라는 설정에 딱 들어맞는 설정의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누도 잇신은 고양이에 대한 특성을 잘 담아내고 있는데 발정기의 고양이의 상태라던가 이를 막기 위해서는 중성화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영화에서는 아주 간단히 표현하지만...)을 이야기한다. 가장 압권인 것은 중성화 수술 후 고양이들이 자산의 몸을 자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얼굴에 감싸는 깔대기(정식명칭은 '엘리자베스 칼라'라는 것으로, 이 깔대기는 간혹 강아지에게서도 볼 수 있다.)를 감싸고 있는 구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작품의 원작은 오오시마 뮤미코의 작품으로 '금발의 초원', '메종 드 히미코' 이후 세번째로 그녀의  작품을 영화화 한 것이다. 이렇듯 이누도 잇신은 유명 만화가의 작품을 각색하면서 원작의 느낌은 살리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영화를 재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의 공동제작이다. 공동제작을 한 곳은 다름아닌 우리나라의 CJ 엔터테인먼트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 항상 이누도 잇신의 영화를 배급하던 스폰지는 이 영화를 배급하지 않았다.(다만 스폰지 하우스 중앙에서만 이 영화를 상영한다.)

CJ가 최근 '어거스트 러쉬'를 공동제작하면서 헐리웃과 일본 등 나라를 가리지 않고 활동을 하는 것은 주목할만 점이다. 이는 쇼박스를 비롯한 메이저 배급사나 영화사들의 꿈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모습은 좋은 변화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스폰지가 공동제작으로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도쿄!'에서도 보여질테니 일단 기대가 된다.

 

그래서 그럴까? 이 영화의 거의 막바지에 나오미는 남자친구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뉴욕행을 이야기했지만 그러나 결별을 하고 나서 공항에서의 장면은 재미있게도 한국의 수도인 서울로 향해간다는 점이다. 우연인지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심지어는 공항 뒤의 전광판에는 한글로 이루어진 홍보 광고가 등장하는 모습는 매우 재미있는 장면으로 생각된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남자다.

나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고양이에게 돌을 던지던 몹쓸 인간이었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은 알고보면 인간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이라는 것은 어떤 블로거에게 듣게 되면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고양이만 보이면 사진을 찍으려고 난리지만 그래서 그런지 요즘 길고양이들은 나만 보면 도망을 친다 ^^;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가기고 계신 분이라던가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지시는 분들은 이 작품을 보시고 마음을 고쳐 먹으셨으면 한다.

여전히 부정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는 몰라도 고양이는 인간과 가장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1. [위키백과 인용] 기치조지(吉祥寺)는, 도쿄 도 무사시노 시에 있는 기치조지 역을 중심으로 한 거리이다. 도쿄 도 23구의 외곽지역에 있는 번화가 가운데 하나이며, 도큐 백과점, 이세탄, 파르코, 마루이, 세이유 등의 대형 쇼핑센터가 늘어서 있고, 가까이에는 이노카시라 공원이 있다. 젊은이들의 거리, 예술의 거리로도 알려져 있다. 기지조치의 가운데에 위치한 기치조지 역은, 주오 쾌속선, 주오·소부 각역정차, 도자이 선이 연결되며, 시부야 방면으로 연결되는 게이오 이노카시라 선의 기점이기도 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