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매직아워'-영화와 연극을 넘나드는 지혜로움!

송씨네 2008. 12. 2. 11:28

 

 

 

 

아주 오래전에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란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라디오 방송국을 무대로 생방에서 벌어지는 온갖 돌발상황의 총집합을 보여준 이 작품은 치밀한 시나리오와 배우의 연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할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원제인 '라디오의 시간'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고 이 연극을 만든 이와 영화를 만든 이도 동일인물이다.

 

마타니 코키...

연극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익숙한 인물인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파워 있는 연극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그의 영화가 몇 년 만에 한국에 다시 찾았다.

그동안 그가 일본에서 만든 영화들을 생각한다면 그의 영화가 국내에 이제야 다시 선보이는 것은 참 이상한 노릇이다.

그러나 타이밍은 절묘했다. 최근 '연극열전 시즌 2'로 마타니 코키의 작품 '웃음의 대학'이 무대에 오르면서 그의 작품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보통 새 영화에 관한 보도자료나 홍보자료에는 배우 중심의 홍보물이 가득하다면 이 작품에는 이 작품에는 마타니 코키라는 브랜드 하나로도 영화를 비롯해 연극을 충분히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항구 마을 수카고...

건장한 사내들이 호텔로 급습을 하고 있다.

두목의 여인인 마리와의 썸씽(?)이 있던 날, 우리의 주인공 빙고는 두목 덴시오에게 자신의 다리가 시멘트로 범벅되는 위기를 겪어야 할 판이다.

덴시오는 전설의 킬러 '데라 도가시'가 만나고 싶다고 하고 얼떨결에 빙고는 그를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번도 그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덥석 만나게 해주겠다니 정말 '♪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한 상황이다.

빙고는 수소문 끝에 데라 도가시의 대역을 할 배우를 구하게 된다.

새 영화이고 에드립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에 살짝 귀가 솔깃한 단역 배우 무리타는 그렇게 가짜 데라 도가시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에드립이 없다는 것이 이렇게 치명적일 줄은 마리도, 빙고도 그리고 빙고가 운영하는 호텔의 동지들도 몰랐을 상황이다.

빙고와 무리타는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지...

그리고 무리타는 정말 일대 최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인지...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은 세트이다.

세트로 시작해 세트로 끝나는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그것을 증명이라고 하고 싶었던지 영화속 배우들은 하나같이 이 곳이 영화같다느니, 코미디 같다는 식으로 이 작품의 존재성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작품은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세트로 찍었고 마타니 코키는 이것을 작정하고 찍은 듯 싶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 역시 이 세트의 제작과정이 보여지는데 관객들은 이 장면을 그냥 지나치고 습관적으로 자리를 뜬다. 사실 세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야 말로 진짜 매직... 마술이 아니겠는가 싶은데 말이다.)

전작이던 '우쵸후덴 호텔'(2005, 국내에는 개봉조차 되지 않았다.)의 경우도 엄청난 스케일의 세트로 세트 촬영위주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품에서의 세트 촬영은 마타니 코키의 고집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트 촬영은 상당히 공간적 제한을 받으며 영화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성의 없는 연출로 보기 쉽상이다.

그러나 마타니 코키는 거기에 치밀한 장치들을 여러 곳에 숨겨놓았다. 마치 부비트랩처럼 말이다.

그가 세트를 고집한 것은 연극적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함이고 이것을 치밀한 시나리오의 영화로 제작함으로써 영화적 느낌과 연극적 느낌을 동시에 주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마타니 코키의 전작들에서도 이미 보여준바 있으며 그것이 그의 특기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그 치밀함에 그는 코믹적인 요소를 빼놓지 않는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들이 이어지고 거기에 코믹적인 요소가 생겨나게 된다.

돌발적인, 우발적인 상황을 좋아하는 마타니 코키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서 마타니 코키를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있다. 바로 장진 감독이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의 홍보자료에도 장진과 마타니 코키를 비교하는 대목이 나온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등장하는데 영화와 연극무대를 넘나드는 연출력이 그것이며 영화를 하거나 드라마,  연극 그 어느 것을 하더라도 치밀하게 계산되어진 시나리오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 우연에 대한 돌발적 상황을 잘 이용하는 감독이 바로 장진 감독과 마타니 코키가 되겠다는 것이다.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는 이 황당함은 그러나 결코 어색하거나 이상하게 만들지 않는다.

거기에는 우연이 있기 때문이다. 무리타는 두목에게 똑같은 말을 세번이나 되풀이한다.

관객들은 거기서 폭소를 자아내지만 두목 덴시오에게는 살떨리는 상황이다.

'내가 데라 도가시이다~!'라고 눈을 부라리면서  태연스럽게 칼을 입에 물고 침을 바르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그것이 한 번이라면 정말 위협적이고 무서운 상황이지만 그 상황이 반복된다면(마치 NG 때문에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 코믹한 상황으로 바뀌는 것이다.

무리타에게는 다시 찍는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덴시오에게는 절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무리타는 이 영화의 비밀(?)을 알게 되고 달아나려고 하지만 자신의 필름을 발견하면서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거기에 자신이 어렸을 적 좋아했던 영화의 배우를 다시 만나면서 희망을 얻게 되는데 여기서 이 영화의 제목인 '매직아워'의 숨겨진 뜻이 등장하게 된다.

'태양이 사라진 후 어둠이 내릴 때까지의 짧은 순간'을 뜻하는 매직아워는 잠깐의 순간을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인생을 맛보게 된다는 의미에서 이 작품의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리타는 어렸을 적 자신이 좋아하던 그 배우를 만나게 된다. 그는 백발의 노인이 되었고 고작 노인 요양원 CF나 찍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은 인생에서의 최고의 순간인 '매직아워'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무리타는 감동을 받게 된다.

 

 

 

정말 요즘 너무 힘든 순간을 살아간다.

희망... 우리는 희망을 잃은지 오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그 찬란한 내일... '매직아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PS. 이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http://www.magic-hour.jp/index.html  일본어)도 인상적인데 보통 영화예고편이 나레이션 위주의 예고편이라면 이 영화의 예고편은 감독 마타니 코키 본인이 등장해 단계별로 등장한다. 직접 그 세트에 올라가기도 하고 세트장 앞에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마치 관객에게 '우리 영화 좀 봐주세요...' 라고 외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