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과속 스캔들'-의외의 코미디영화... 왜 성공했지?

송씨네 2008. 12. 14. 21:56

 

 

 

 

 

 

 

 사실 생각치도 못한 작품이 반응이 좋을 때는 나 역시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영화를 보게 된다.

영~ 땡기지 않는 작품들을 볼려고 생각할때 상당히 고민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이다.

사실 평일 '벼랑위의 포뇨' 시사회를 보러가기 전 씨너스 단성사에서 '과속스캔들'을 보기로 맘먹었던 것은 그렇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 영화 다 보고 바로 서울극장으로 이동하면 되니깐... 어쩌면 킬링타임 용으로 보려고 한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의외로... 정말 의외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 시사회에서도 그냥 그저 그런... 잘만든 것도 아닌 졸작도 아닌 평가를 얻었다.

그런 영화가 관객이 몰리고 있다. '트로픽 썬더'나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대작들을 놔두고 말이다. (이는 맥스무비 예매율을 보고 쓰는 글이라서 거의 정확할 것이다.)

 

 

 

자... 한 라디오 방송국에 이제는 인기도 한몰간 가수가 DJ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럭저럭 잘나가는 아이돌 가수였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인기 DJ 현수...

인기... 뭐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관계 복잡한 그에게 그나마 하나 고정 라디오 DJ로 있는 프로그램 하나 짤리면 치명적이다.

생방으로 전화연결을 하던 현수는 한 미혼모의 전화연결을 받게 된다.

워낙 그 미혼모 사연은 인기가 있는지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이야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현수 자신이라니... 아빠하며 나타난 미혼모 정남은 그래서 골칫덩어리다.

거기에 원 플러스 원(1+1)으로 딸려온 정남의 아이, 기동은 현수보고 할아버지란다.

갑자기 두 명의 가족이 늘어버린 현수... 과연 이 불안한 동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작품은 웬지 모를 기존의 우리가 봐왔던 콩가루 가족들의 등장을 소재로 한 영화들1과 닮아있고 현수의 라디오 방송국 이야기에서는 '라디오 스타'(2006)와 닮아 있다. 별로 다를 것 같지 않은 이 영화에 관객들이 열광한(?) 이유는 심하게 웃기기 보다는 적당히 웃겨주고 적당히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코미디 영화의 특징이라면 웃겨줘야 한다는 의식에서도 벗어난 듯 싶으며 거기에 보통 한국 코미디 영화가 후반에 가면 신파로 가기 십상인 문제점을 교묘히 비켜나갔다는데에 이 작품을 주목할 점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이 영화는 여러면에서 위험할 영화가 될 수 있다.

미혼모라는 소재는 어떻게 보면 코미디 소재로는 부적합하다.

그러나 그동안 많이 코미디 소재에 써먹었고, 미혼모의 이미지를 좋지 못하게 그려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과연 다른 기존의 미혼모를 소재로 한 영화와 어떤 차별화를 두어야 했을까 고민했으리라 본다.

미혼모도 하고 싶은게 많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은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생각치 않았던 미혼모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여전히 실제와 영화와 같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영화속 정남은 미혼모임에도 스타가 되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싱글맘, 싱글대디 살아감에도 성공한 스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미혼모나 미혼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이 영화의 핵심포인트라면 아마도 차태현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종합병원 2'에서 열연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강점인 코미디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코미디 영화계를 대표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한국영화계의 큰 문제점이었다.

박중훈은 이제 코미디 영화로의 약발은 서서히 다다른 느낌이 들고 그외에는 다른 배우들을 쉽게 찾기 힘들다.

그런점에서 송강호, 김수로, 차승원 등의 배우의 활약도 주목할 점이지만(이 분들은 코미디 배우로의 경지에 올랐기에 더 이야기할 것도 없지만...) 나는 차태현을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차태현은 이미 박중훈과 '할렐루야'와 '투 가이즈'로 어느 정도 코미디 영화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차태현은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잘해야하고 여전히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이 영화의 인기요인에는 올드한 음악을 또다른 느낌의 음악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에는 상당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오래된 노래는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더구나 원곡을 그대로 살리느냐, 하니면 다르게 편곡하느냐의 고민이 생길 것이다.

영화 '어린신부'에서 문근영이 부른 '나는 아직 사랑을 몰라'(원곡 이지연 노래/1987년 발표)를 보더라도 요즘시대에 여고생이 무슨 엣날 노래를 부르냐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과거 노래를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렸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에는 세 곡 정도의 오래된 가요가 등장한다.

그 중 현수(차태현)이 부른 'Because I love You'의 경우 2001년 윤종신이 부른 '팥빙수'가 나왔던 음반에서 가져온 것이 원곡이었으며 정남(박보영)이 부른 '자유시대'(원곡 모자이크/1994년 발표), '아마도 그건'(원곡 최용준/2003년 발표)도 원곡이 있는 곡을 지금에 맞게 다시 리메이크 하였다.

사실 차태현은 텔런트와 가수로 모두 활동한 경험때문에 노래는 부전공이나 다름없지만 2 예상외의 인물은 바로 박보영이 아닐까 생각된다. 요즘은 조금만 손을 보면 약간 아쉬운 노래도 잘부르는 것처럼 만드는 세상이기도 하지맘 박보영의 노래 실력은 수준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역시도 꾸준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작품은 더구나 신인이지만 장편으로 발판을 마련하는 배우들도 여럿 있다.

역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박보영으로 포스트 문근영(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하면 진짜 '포스트 문근영'으로 손꼽히는 여성배우들도 많다!), 혹은 차기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워지는 열 여덞밖에 되지 않은 배우이다. 더구나 몇 작품하지 않았음에도 주목받는 차세대 연기자이다. 그녀는 후속작 '초감각 커플'에서 진구와 함께 열연할 예정이다.

 

인디나 다른 경로를 통해 인정받은 배우들도 있는데 정남의 애인으로 등장한 임지규의 경우 이미 인디영화('은하 해방 전선',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에서 그 연기력을 인정받아 장편으로 진출했고, 기동의 유치원 원장으로 등장하는 여성으로 등장한 황우슬혜는 '미쓰 홍당무'와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 열연하고, 열연할 예정이다.(그런데 여기서 의문... 원장 선생님이 어떻게 저렇게 젊을 수 있을까?? 그것도 미혼에...)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동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 왕석현 군의 똘똘한 연기가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쟁쟁한 검증받은 신인들로만 구성된 영화였기에 이 영화가 성공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것은 롯데 엔터테인먼트이다.

솔직히 말해서 롯데에서 배급을 맡은 영화들의 흥행성적은 좋지 않았다.

롯데가 시나리오를 못골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지만 어떠면 쇼박스나 CJ 엔터테인먼트 같은 메이저 배급사와 CGV와 메가박스라는 튼튼한 극장들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배급이나 아직 극장 개수가 많지 않은 롯데에게는 여러가지로 치명적인 면이 많을지도 모른다.

 

 

의외의 변수로 작용한 코미디 영화 '과속 스캔들'...

또 하나의 의외의 코미디 영화 '달콤한 거짓말'이 후속타로 대기중이다.

이번에는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할 뿐이다.

 

 

 

  1. 이런 영화야 열거하여야 할 작품들이 많아서... 우선 외국영화중에는 '로얄 테넌바움(2001)', '미스 리틀 선샤인(2006)' 등이 있겠고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의 탄생(2006), '다섯은 너무 많아(2005), '좋지 아니한가(2006)'가 있다. 물론 그야말로 콩가루는 '바람난 가족(2003)'이 아닐까 싶다. [본문으로]
  2.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차태현은 댄스보다는 발라드나 트로트('복면달호'의 '이차선 다리'와 같은...)가 더 낫다고 생각된다. 그가 댄스에서 몇 번의 삑사리(?)를 경험한터라 그래서 그가 음반취입을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테지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