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컬처 확대경, 컬처 쇼크

[언론노조 파업 지지] EBS와 CBS에도 격려의 박수를...

송씨네 2008. 12. 30. 21:51

MBC가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 임금인상이나 권리주장 등이 파업의 이유였다면 지금의 파업은 방송국 지키기(밥그릇 싸움) 뿐만 아니라 하나의 언론이 없어지거나 제대로 된 방송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일 것입니다.

저는 1981년 생입니다. 하지만 제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이런 비슷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데자뷰 현상... 아닙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죠?

아버지, 어머니 세대 시절에 있었던 사건...

바로 1980년대 벌어진 방송통폐합이 바로 그 것입니다.

자신들의 정권에 입맛에 맞는 방송국들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사라지거나 통폐합되는 것입니다.

TBC 동양방송은 이 덕분에 방송국이 공중분해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지금 이 시대를 살고 계신 분들이라면 마치 '이상하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희한하네?'라고 외치시는 분들이 계시리라 봅니다.

지난주 '무한도전'의 콘서트는 김태호 PD의 주무기인 해골바가지 아이콘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아... 정말 그 자막이 없는 것을 보고 국민들의 마음은 해골바가지 X 10000의 심정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물론 MBC 파업을 우리는 분명 주목해야 하지만 SBS와 EBS와 CBS의 파업동참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SBS는 이상하게 파업에 동참하고도 욕을 먹고 있는데 이는 타 방송국들과 달리 회사와 노조가 손발이 안맞아서 그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MBC의 경우 대놓고는 아니지만 암암리에 이번 파업을 회사측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으니깐요.

그런데 이번 SBS의 경우는 YTN의 회사측 입장과 비슷해 보입니다.

노조는 시위하고 있고 회사는 말리고 있다는 것이 참 웃기는 노릇입니다.

 

 

 

저는 재미있게도 CBS와 EBS에 각각 아는 분들이 있습니다.

CBS에는 신지혜 아나운서를, 그리고 EBS에는 김진혁 PD를 말이죠...

CBS의 신지혜 아나운서는 10년 동안 CBS FM의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진행했던 분이며 EBS 김진혁 PD는 아시다시피 '지식채널 e'를 맡았던 분이고 지금은 좌천(?)되어 '원더플 사이언스'라는 과학 관련 프로그램을 맡고 계시죠.

CBS와 EBS는 공중파 방송국들에 비해 매우 인지도도 낮으며 아직 시청률면에 있어서도 많이 대중화 된 채널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이 파업을 하게 된 것은 MBC가 하니깐 얼떨결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방송법이 개혁된다면 지금 같은 방송을 할 수 없기에 두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청자들에게 볼 면목이 없다는 것입니다.

 

 

 

 

 

CBS는 몇 년 전 파업을 한 경력이 있습니다.

사장 퇴진이 그 목적이었지만 새로운 사장이 정치권과 지나치게 만나고 그것이 질 좋은 방송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1년 가까이 파업을 했고 제가 즐겨듣던 CBS 대표 아나운서와 DJ 들의 프로그램을 마음놓고 들을 수가 없었죠.

CBS는 종교방송이자, 기독교 방송(정확히는 계신교 계열) 방송국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MBC의 파업에 동참하는 것일까요?

CBS는 재미있게도 라디오 방송국으로 출발한 방송국입니다. KBS나 MBC 만큼이나 오래 되었다는 얘기죠.

물론 종교방송의 역할도 있었지만 CBS는 뉴스를 전달하는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CBS가 종교방송으로만 남았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방송국을 운영하지는 못했겠지요.

비록 노컷뉴스라는 자회사 성격의 신문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CBS는 그래도 공정하게 보도를 하는데 있어서는 공중파 방송들 만큼이나 열심히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BS 이야기도 해보죠.

김진혁 PD는 광우병 문제를 있는 그대로(여기서 '있는 그대로'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이야기하다가 '지식채널 e'의 해당 방송이 재방송이 중단될 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위에서 방송하지 말라고 잘라버렸죠.

그는 몇 달 후 이번에는 '괴멜스의 입'이라는 방송을 통해 현 정권의 미디어 정권의 조작 음모를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생각대로 정말 방송가와 미디어계는 위기가 찾아왔고 히틀러와 괴멜스가 환생한 듯한 지금 정권의 모습에 사람들은 다시 마치 데자뷰 현상을 체험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김진혁 PD는 자칫 짤릴 뻔 했지만, 그가 사랑하던 '지식채널 e'의 연출직을 놓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김진혁 PD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호시탐탐(표현이 좀 그렇지만...) 다시 '지식채널 e'에 돌아올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MBC는 매우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EBS와 CBS도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인지도 면에서는 공중파의 시청률을 기대하기 힘든 방송국들인데 말이죠.

저는 MBC의 언론노조 파업을 지지하지만 CBS와 EBS의 어려운 결정에 역시 동감하는 바입니다.

많은 분들이 MBC에 힘을 실어주시는 만큼 CBS와 EBS에도 많은 지지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하루 빨리 신지혜 씨의 음성이 있는 방송과 김진혁 PD만의 감성이 살아있는 방송을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제 이런 소망이 너무 사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