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쌍화점'-노출을 위한 영화? 노출에 대한 영화?

송씨네 2009. 1. 1. 15:16

 

 

 

최근 영화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과연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가 뭐였냐는 것이다.

지나치게 배드신이 많고 적나라하게 성행위를 하는 것이 영화의 목적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것을 홍보의 목적으로 엄청나게 포장한다는 것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싶었다.

그런 점에서 유하 감독의 신작 '쌍화점'은 무엇을 목적으로 만든 영화인가라는 것을 확실히 못박을 필요가 있다.

 

고려 말 건룡위라는 것이 있었다.

왕을 보위하는 지금의 경호대의 느낌이 강한 직함 정도...

이 곳의 경호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수장 홍림은 왕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데 때로는 그 사랑이 지나쳐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지만 왕을 존경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높았던 것이 홍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나라 사신들이 후사문제로 자꾸 고려 왕들을 비롯한 이들의 심기를 계속 건드리게 된다.

이대로 있다가는 고려가 원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는 노릇...

왕은 결국 홍림과 황후의 합방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에 내몰린다.

처음 황후 역시 홍림과 왕의 관계를 알고 있던터라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합방의 횟수가 늘어날 수록 그들의 만남이 늘어나고  결국은 황후 역시 홍림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위험한 만남은 계속되게 된다.

 

하지만 왕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왕을 노리는 사람들로 인해 왕 자신뿐만 아니라 홍림 역시 마음은 편치 않다.   그런 와중에도 홍림과 황후의 위험한 만남은 계속되고 있고 상황은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쌍화점'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아시는 분이라면 이 이야기가 공민왕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이 작품에 등장한 모티브가 대부분 사실이라는 점에 놀라게 된다.

왕과 자제위 청년들과의 애정행각은 물론이요, 왕비와 자제위 청년들과의 관계를 맺었다는 이야기도 거의 사실이다.

단지 유하 감독은 이 영화를 각색하면서 그 왕이 공민왕이었다는 것과 그 공주가 원나라의 노국공주였음을 알리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말그대로 그것에만 모티브를 가지고 이야기한 픽션이기 때문이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각색한 유하 감독의 생각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지만, 그러나 이 작품이 과연 잘 만든 작품인가라는 논란은 여전히 남을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전 개봉된 신윤복이 여자였을 경우를 가장하고 이야기한 작품, '미인도' 만큼이나 논란꺼리가 되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바로 굳이 배드신이 많을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이다.

유하 감독은 이 이야기를 상당히 자극적인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다.

물론 어떻게 각색하느냐에 따라 이 역사적 사실이 15세 관람가가 될 수 있고 더 수위를 낮추면 12세 관람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성애라는 코드가 역사적 사실이라는 이유로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고 남녀의 성행위까지 더 해  이 작품은 호기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등급으로 전략했다.

 

 

또 얼마전 개봉한 작품을 언급해 보자.

민규동 감독의 '앤티크'가 바로 그것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자칫 동성애 코드를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관람등급이 달라질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안전하게(?) 이 작품의 등급은 15세 등급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미인도'나 '쌍화점'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를 영화에 집어넣으면서 역사적 사실을 지나치게 왜곡하거나 혹은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홍보전 자료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미인도'나 '쌍화점'을 제 2의 '색계'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영화에서 입소문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영화의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유하 감독의 전작들이 안 자극적인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결혼은 미친짓이다'도 그랬고, '말죽거리 잔혹사'도 그랬으며 '비열한 거리'도 그랬다.

하지만 그나마 뒤의 두 작품은 자극적임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라도 있었다.

'쌍화점'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고려시대도 동성애가 존재했다는 것과 한 남자의 욕정이 역사를 바꾸어놓을 정도의 파멸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 나는 그것이 확실한 이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아닌 듯 싶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과거 7,80년대의 교육문제와 여러 문제로 인해 점점 망가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었고, '비열한 거리' 역시 사랑에 점점 온순한 인간이 되는 한 조폭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다면 '쌍화점'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누군가의 말처럼 '섹스는 미친짓이다'가 고작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전부라고 보여진다.

 

 

 

어쩌면 이 작품은 동성애와 배드신을 줄이고 정권의 암투와 그 속에서 양념처럼 동성애 이야기를 했어야 옮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배드신과 동성애만 머릿속에 기억하고 극장문을 나서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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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화점(雙花店)에 샹화(雙花) 사라 가고신댄
회회(回回) 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
이 말싸미 이 店밧긔 나명들명
다로러거디러 죠고맛감 삿기 광대 네 마리라 호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긔 자리예 나도 자라 가리라
워 워(偉偉) 다로러 거지러 다로러
긔 잔 데가티 더마거초니 업다


삼쟝사(三藏寺)애 브를 혀라 가고신댄
그 뎔 사쥬(社主)ㅣ 내 손모글 주여이다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만
회회1 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가게 밖에 나며 들며 하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 같이 답답한 곳 없다 (난잡한 곳이 없다)

삼장사에 불을 켜러 갔더니만
그 절 지주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이 절 밖에 나며 들며 하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새끼 상좌 네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 같이 답답한 곳 없다(난잡한 곳이 없다)

두레 우물에 물을 길러 갔더니만
우물 용이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우물 밖에 나며 들며 하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두레박아 네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 같이 답답한 곳 없다 (난잡한 곳이 없다)

술 파는 집에 술을 사러 갔더니만
그 집 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이 집 밖에 나며 들며 하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시궁 박아지야 네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잠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 같이 답답한 곳 없다(난잡한 곳이 없다)

 

 

물론 이 작품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려가요의 재발견인데 이 영화의 동명제목이기도 한 '쌍화점'을 비롯해 '가시리' 등의 고려가요를 음을 붙어서 영화에서 선보였다는 것은 재미있는, 그리고 유익한 발견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을 주진모와 송지효가 열심히 불렀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유하 감독은 앞으로도 조인성을 자신의 폐르소나로 자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서로에게 자신의 감독 파트너와 배우 파트너가 되었다는 점은 좋은 점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늘 이야기하지만 그 감독만의 배우가 아닌 다양한 영화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길 기대해본다.

  1. '회회'는 인터넷에 올라온 대부분의 자료에서는 몽고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이슬람, 아랍인을 의미하기도 하다. 이슬람교를 회교라하고 이슬람 달력을 회회력이라고 하는데 그때 쓰인 회자가 다 같은 회자이다. 고려는 우리 역사상 가장 국제적이고 상업이 발달한 나라였기에 이슬람 상인들과의 교류가 잦았고 그들과의 연애가 있었기에 가사에 저러한 내용이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 (댓글로 'ㅈㄷㄷ요' 님이 의견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