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예스맨'-짐 캐리가 이야기하는 '긍정의 힘'...

송씨네 2008. 12. 2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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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보러가던 날은 1 년 정도 다닌 회사를 과감히 때려치운 날이었다.

사실 나는 그 회사에서 무능력한 사람이었다.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이 더 많은... 결국 나는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뒤 그 패배감을 뒤로 하고 극장을 찾았다.

긍정의 힘을 보여준 짐 캐리의 신작... '예스맨'...

 

 

배우도 그렇고 음식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 전문분야에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게 있다. 김밥을 잘하던 주인이 갑자기 업종을 바꾸어 설렁탕을 만든다고 하면 잘 될리가 없다.

자신은 그마만큼의 노하우가 없는 와중에 덜컥 도전을 하다가 망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발라드 가수가 댄스하다가 어색하다는 소리 듣는 경우도 생기는데 배우라고 안그렇겠는가?

 

짐 케리도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는 헐리웃의 희극지왕이었다.

그의 코미디 연기를 아직 능가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아담 센들러나 잭 블랙 등의 배우들이 코미디 연기를 하고 나름대로 재능을 받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희극지왕에게는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희극지왕이 어느 날인가 갑자기 스릴러를 하고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관객의 평단은 둘로 나뉘었지만 코미디하는 짐 케리가 더 그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은행의 대출담당 직원 칼은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다.

부인과 이혼 후 매일 밤마다 DVD 가게에 가서 새로나온 작품 영화만 보는 것이 그의 일상에 전부...

그는 일생을 NO, NO... 그리고 또 NO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칼의 친구가 찾아와 괜찮은 강좌를 소개하고 떠난다.

YES MAN(예스맨)이 되는 방법을 설명해준다는 강좌...

밑져야 본전인 심정으로 강좌를 참여한 칼은 얼떨결에 이 강좌의 창시자인 테린스에게 예스맨 서약을 받는다.

앞으로는 무조건 예스를 외쳐야 하는 상황... 그러나 첫날부터 노숙자에게 전화 빌려주고 차태워주고, 거기에 돈까지 몽땅 털어주니 남는 것은 바닥을 치는 자동차 기름 뿐...

의문의 여인 앨리슨을 만나고 부터 이상하게 예스맨 칼은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

승진도 하고, 하고 싶어하던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기타도 배우고, 비행기도 배우고, 그리고 한국어1도 배우고...

어느 날 한 바에서 앨리슨을 다시 만난다.

그녀는 밤에는 가수로, 새벽에는 조깅하면서 사진찍는 클럽의 대장으로 그리고 낮에는 화가로...

이 사차원 여인을 만나고 나서 그는 더 긍정적으로 인생이 변하게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 엉뚱한 사건으로 그의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예스를 외쳐야 하는 한 사내...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칼의 모습과 닮아있는 이유는 뭘까?

이는 이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이고, 우리모두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이상하게도 짐 케리의 영화들은 코미디 영화이지만 은근히 메시지가 실린 영화들을 출연하고 있다.

'라이어 라이어'에서 진실된 삶과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브루스 올 마이티'에서는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했다.

과거 짐 캐리의 영화가 웃음은 있으나 메시지가 없는 그야마로 킬링 타임용의 영화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최근의 그의 영화들에는 의미를 부여하기 충분한 작품들이 많았다.

가령 미셀 공드리의 진지한 드라마 '이터널 션샤인'은 기억과 추억에 아련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있을때 잘하자는 사랑에 대한 뻔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진리를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그는 코미디나 드라마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 '예스맨'은 어떤 이가 말하길 오바바 정권의 시대에 맞게 만들어진 영화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오바마의 인생철학 역시 긍정적인 삶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전쟁광 대통령보다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심리를 이 영화는 잘 반영했는지도...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짐 캐리는 여전히 희극지왕이며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을 능가하는 최고의 코미디 배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가 '이터널 션샤인'이나 '넘버 23'에서 보여준 차가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시 코미디로 돌아온 것은 분명 환영할 만 일이다. 안면 근육을 정신없이 움직이고, 정신줄 놓은 사람처럼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는 그의 케릭터는 그래서 그가 짐 캐리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깐 말이다.

 

이 영화는 은근히 짐 캐리의 다양한 액션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조깅하면서 사진찍기는 물론이요, 비행기 몰기, 벼랑 끝에서 자살하려던 사내를 구하기도 하고 심지어 앤딩 크레딧에서는 엄청난 익스트림 스포츠2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한다.

 

 

 

나는 짐 케리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두 명의 배우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우선 짐 캐리 역의 상대역으로 나왔던 쥬이 디샤넬이라는 배우이다.

이름이 생소하시다고? 아, 그렇다면 몇 가지 작품을 더 열거해 보자.

우선 얼마전 개봉된 나이트 M. 샤말란 감독의 '해프닝'에 등장했으며 수건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톡특한 컬트 무비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도 등장했다. 4 차원 소녀 트릴리언을 연기했던 그 배우... 맞다, 그녀다!

그녀는 앨리슨이라는 역을 통해  '예스맨'에서도 이 4 차원 캐릭터를 그대로 끌고온다.

괴상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새벽에는 조깅을 하면서 사진찍기를 즐긴다.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이 캐릭터는 나는 더욱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개인적으로 이 배우를 영화에서 다시 만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또 하나의 배우는 칼이 일하는 은행의 동료로 등장한 노만 역으로 등장한 라이스 다비라는 역시 이름이 생소한 배우이다.

뿔태안경을 쓰면서 짐 캐리와 코믹 연기 대결을 펼친 이 배우는 오타쿠 적인 성향을 지닌 특이한 동료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해리포터'나 '300'의 등장인물을 코스프레한 장면3은 이 코믹한 장면의 절정이라고 보여진다.

참고로 이 배우는 뉴질렌드와 영국에서 스탠드 업 코미디의 일인자였다고 한다. 그러니 짐 캐리와 연기대결이 볼만했던 것은 당연지사!

 

 

 

 

'예스맨'은 앞에도 여러번 강조했지만 긍정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냥 웃고 넘어가는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아주길 바란다.

물론 이 영화는 매우 가벼운 영화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칼의 모습과 가까워 보인다는 것은 참 우울한 일이다.

하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우울함에 빠져 사는데 말이다.

 

예스를 외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어쩌면 이 비관적인 삶에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긍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9년... 예스를 외칠 수 있는 그 때가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PS. 본 리뷰에 첨부된 음악은 Journey의  'Separate ways'라는 곡이다.

제목은 잘 몰라도 과거 심심치 않게 들리던 추억의 락이 아닐까 싶다.

영화속에서는 칼의 휴대폰 벨소리로 등장했으며, 영화 전반부에 강렬하게 다가왔던 음악이도 했다.

'예스맨'는 아직 국내에 OST가 나와지 않았다.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 홈페이지에는 OST가 판매되고 있지만 이 음악은 없었다.

그러나 영화속 앨리슨이 불렀던 괴상한 락 음악들은 실제로도 OST에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에 나올 가능성은... NO!  워너 브라더스도 좀 긍정적으로 살면 안되나 싶다...

긍정적 검토를 요청하는 바이다~!

  1. 특히 한국어 장면이 의외로 많이 등장하는 것은 한국 관객이 봐도 좋은 일이다. 과거 헐리웃 영화가 한국인을 비하시키는 경향이 많았지만 FBI인지, CIA인지로 보이는 요원들이 칼을 취조하는 장면에서 칼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북측 스파이로 오인하는 장면에서는 좀 아쉬운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본문으로]
  2. 정말 놀라운 장면이고 차라리 이 장면이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끝까지 보시라... [본문으로]
  3. 실제로도 '예스맨'의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는 라이스 다비라가 직접 '300' 속 장면을 그대로 재연한 장면이 연출된다. http://yesisthenewno.warnerbros.com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