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비카인드 리와인드'-낚여도 기분좋은 공드리 표 판타지!

송씨네 2009. 1. 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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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증을 유발시킬 정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보실 분이라면 패스해주세요!

아울러 지금 들으시는 음악은 영화속에 패러디 물 중 하나인 '고스트 버스터즈'(1984)의 OST 입니다.

영화속 잭 블랙이 잠시나마 불렀죠!

 

 

 

예고편이 코믹해서 이 영화를 결정하신 분이 분명 계실 것이라고 본다.

우선 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럴 경우 여러분들은 엄청난 홍보 마케팅에 자연스럽게 걸려들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참 이상하다. 낚이고 나서도 하나도 화가 안난다.

오히려 이런 영화를 우리에게 선사한 미셀 공드리와 잭 블랙에게 감사를 해야 하니 말이다.

 

 

 

 

 

이 영화는 비디오 가게의 향수에 관한 이야기이자, 한 재즈 뮤지션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한 재즈 뮤지션의 일대기를 그린 자료화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실사인지 다큐인지 알 수 없는 화면이 이어지면서 한 오래된 비디오 가게가 비춰진다.

'비카인드 리와인드'... 그러니깐 '테이프를 다 본뒤에는 꼭 앞으로 감아주세요'... 라는 식의 일종의 경고문이다.

그런데 이 가게에 문제가 생겼다. 마을 개발로 인해 이 오래된 가게가 사라질 예정이다.

이 가게의 주인장 엘로이는 고민이 생긴다.

오랫동안 터잡은 가게이고 재즈 뮤지션 팻츠 윌러의 채취가 살아숨쉬는 이 곳을 어떻게 떠난다 말인가?

그는 여행을 핑계로 여러 곳을 둘러보기로 맘먹고 같이 일하는 청년 마이크에게 잠시 봐달라고 부탁을 한다.

하지만 신신당부하길 절대로, 절대로... 사고 뭉치 제리를 가게에 출입시키지 말 것을 부탁한다.

이 사고 뭉치로 말할 것 같으면 조그만 발전소 옆에서 노숙자 같이 사는 사나이인데 음모이론에 꽤 관심이 많은 남들이 알면 '돌+아이'로 생각하기 쉬운 청년...

그러니 아무도 이 친구의 행동을 좋게 볼리가 없다.

발전소에 대한 음모이론을 이야기하던 제리는 결국 발전소를 없애야 한다면서 홀로 급습하다가 변을 당하고 만다.

다행히 통돼지 바베큐 신세는 면했지만 자기장의 힘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힘을 얻게된다.

그나마 슈퍼 히어로들은 도움이라도 되지만 이 말썽쟁이는 비디오 가게에 모든 비디오 테이프 내용을 모두 지워내고야 만다.

요즘들어 근처 DVD 가게 때문에 울상인데 제리 덕분에 더 골치가 아프다.

이렇게 된 이상 가내수공업... 아니, 직접 찍고 만드는 DIY 형 영화제작에 들어간다.

 

 

 

 

 

 

 

예고편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에는 엄청난 패러디들이 등장한다.

'고스트 바스터즈'를 시작으로 '러시아워 2',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맨 인 블랙', '킹콩',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등의 작품을 무차별로 패러디한다. 단기간에 만들어진 영화는 손님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점차 마니아들이 생기면서 이들의 영화 만들기는 더욱더 박차를 가하게 된다.

여기서 이 작품은 비디오에 대한 향수를 이야기하려고 하고 있다.

온갖 잡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오래된 비디오 테이프에 다시 재녹화되어 손님들에게 전달된다.

지금 같으면 DVD 급 화질과 더불어 CD에도 구워서 만들어내는 시대이다.

그러나 그들은 불법복제(?) 대신에 자신들의 창작물을 보여준다.

이는 싸구려 화면이나 유튜브를 비롯한 UCC 화면에서 느낄 수 있는 친근감을 보여준다.

오히려 화려한 연출보다는 싸구려틱 해도 정감있는 패러디가 더 좋다는 것이다.

조잡한 영상인 줄 알면서도 손님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아무래도 정감이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문제는 손님이 많아지면서이다.

분명 손님이 많아지면서 대충 찍어도 손님은 많아질 것이고 돈은 더 많이 벌 것이다.

하지만 제리와 마이크, 그리고 유일한 홍일점 알마는 그렇지 않았다.

소시민들의 소망인 영화출연을 이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더욱더 영화만들기의 즐거움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어렸을 적 누구나 텔레비전에 자신의 모습이 나오길 소망한다.

이는 어쩌면 비록 자신이 소시민일지라도 영화배우가 되고픈 소망을 갖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싸구려 조잡한 화면이지만 이것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소외된 이들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제공해 주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미셀  공드리는 이런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함께 즐겨 행복한 또다른 풍요를 이야기하고 있다.

관객들이 잭 블랙의 패러디 연기만 보았다면 이 영화는 공드리 표 영화답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잭 블랙 표 코미디를 즐기면 좋겠지만 공드리와 함께 한 이상 뭔가는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앞에 나는 이 영화에 코미디 영화로 낚였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다음에 이 영화의 키워드는 재즈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제리와 마이크의 생뚱맞은 패러디 열전이 계속되지만 마지막에는 패러디가 아닌 진짜 영화를 만들게 된다.

그 영화는 재즈에 대한 영화였고 역시 앞의 영화들처럼 소시민들이 주축이 되는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다. 

팻츠 윌러(Fats Waller 1904~1943)... 우리에게는 참 생소한 인물이다.

하지만 레이 찰스(1930~2004)가 솔(Sole) 음악의 대부가 된 것처럼 루이 암스트롱 만큼이나 재즈를 말할 때 빼놓아서는 안되는 인물이 바로 팻츠 윌러이다. (※팻츠 윌러에 대한 괜찮은 자료와 음악이 있어서 링크한다 ☞ http://blog.naver.com/swingpeople/60059975387)

'비카인드 리와인드'의 가게 주인인 엘로이는 이 곳이 팻츠 윌러의 생가나 다름없는 곳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이 거짓말로 밝혀진다. 거기에 FBI에서는 이들의 패러디물을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더욱 더 심각한 상황이 된다.

재즈와 팻츠 윌러... 그리고 싸구려 패러디물...

이들에는 은근히 공통점이 있다. 바로 힘들고 지친 서민들의 해방구였다는 것이다.

재즈와 팻츠 윌러는 소시민들(특히 흑인들)에게 해방구의 역할을 했으며 훗날 제리와 마이크가 철거직전의 가게를 되살리려고 영화를 만드는 것 역시 어쩌면 살아있음에 대한 마지막 반항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더보기

가내 수공업 형태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시사를 하는 장면이 있다.

어쩌면 그 시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사이다.

가게는 철거를 앞두고 있고 제리와 마이크는 마지막 시사회를 위해 동네 DVD 가게의 프로젝터 기계를 훔치려고 한다.

다행히도 마음 착한 DVD 가게 주인의 도움으로 마지막 시사가 시작되었지만 진짜 감동은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의 모습이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모습에 즐거워하며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그 감동은 가게 밖 구경나온 수많은 관객들에게도 전파가 된다.

가게가 철거되었는지의 여부는 영화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마을 주민들과 비디오 가게 사람들간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엘로이의 바램대로 주민들이 뜻을 모아 근사한 DVD 가게를 차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셀 공드리의 전작들은 판타지의 느낌이 강했다.

심지어 옴니버스 '도쿄!'에서도 여전한 그의 판타지 사랑을 볼 수 있었으니깐...

하지만 이 영화는 현실적이다. 그러나 그 속에 '현실적' 판타지가 더 추가 된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 꿈을 이루고 있는 이들에게 그 판타지는 현실이 되고 있다.

웃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 하지만 웃으려고만 왔다가 찡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도 본인처럼 낚였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유쾌하게 극장문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비디오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비디오 테이프를 취급하는 곳이 더 많지만 DVD 대여가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시대의 흐름은 거부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자꾸만 전에 살던 동네 비디오 가게가 떠오른다.

그많던 비디오 가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VHS 딱지가 그리운 요즘이다.

 

 

PS. 앞의 FBI 이야기가 나왔지만 역시 패러디라도 저작권 위반이 맞긴 맞는 것 같다.

영화속에 등장한 패러디물 모두 엔딩 크래딧에 일일히 다 열거를 했다.

그러니깐 영화속 제리와 마이크는 저작권을 위반했지만 공드리는 절대 저작권 위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