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더 레슬러] 희망을 꿈꾸는 이들에게 바친다!

송씨네 2009. 2. 25.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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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따러서 여러분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렸을 때 한 친구 녀석의 집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WWF1(지금의 'WWE')의 광팬이었다.

친구들은 모여서 약간 과격한 레슬링 놀이를 하기도 하며 AFKN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마쵸맨, 달러맨, 워리어, 헐크호건, 언더테이커 등의 인물이 나올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고 당시 그들의 얼굴이 그려진 딱지나 책받침은 잘나가는 편이었다.

몇 년 후...군대에서 WWE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세월은 변했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인물 하나하나에 케릭터를 심어주는 것이 대단하다고 여겼다.

존 시나, 빅 쇼, 숀 마이클스 등등의 인물들이 떠오르지만 언더테이커가 노장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요즘도 가끔 놀라곤 한다.

전역 후, 지금 나는 독립을 했지만 WWE를 보지 않는다.

나의 아버지는 그 시간에 UFC나 K 1을 보신다.

난 그것도 관심은 없고...

 

 

 

라디오에서 아카데미 수상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았는데 남우주연상에 많은 후보가 있었지만 상은 일단 '밀크'의 숀 팬이 받았다. 일부에서는 이 영화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의 수상을 점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쟀든 그는 올해 시상식에는 고배를 마셨다. 어떤 영화인가 궁금하던차에 최근 이들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하나하나 정식 개봉되면서 이에 따른 시사회의 기회도 생기게 되었다.

왕년의 섹시남, 그러나 이제는 기억할  사람만 기억하는 그 사람... 미키 루크...

 

 

 

현란한 경기가 벌여지고 있는 한 체육관...

한 노장의 사내가 돈을 받고 있다.

손님이 없어서 이번 것은 적다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자기 집도 없어서 컨테이너 같은 집에서 사는 레슬러 랜디는 왕년에 챔피언까지 먹은 인기 레슬러였다.

하지만 이제는 큰 경기가 아니고서는 자신을 부르는 사람도 없다.

정말 몇 명 안되는 사람들이 관중이 되고 뻔한 짜고 치는 고스톱의 경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짜고치고 하더라도 그 아픔은 진짜이기에 괴롭기만 하다.

어느 날 갑자기 경기 후 쓰러진 랜디는 응급실로 실려가고 주치의로 부터 위험한 운동을 금할 것을 지시받는다.

당연히 프로레슬링은 안된다는 말씀...

그는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늘 향하던 스트립 바로 간다.

거기에는 캐시티라는 여인이 있다. 유부녀이고 애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 그는 젊은 스트립 댄서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춤을 춘다.

또 하나, 랜디에게는 딸 스테파니가 있지만 레슬러로 살다보니 가족과 멀어지고 딸과도 멀어졌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제 은퇴를 결심하려는데 세상은 그를 퇴물이라고 놀려댄다.

마지막,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그의 공격이 시작된다.

 

 

 

 

 

미키 루크는 섹시 아이콘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남자 배우들 가운데 몇 손가락에 끼던 배우였다.

하지만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고 문제가 생기면서 여러분이 보시는 지금의 미키 루크는 어딘가 모르게 안쓰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두고 미키 루크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스타,  누군가가 기억해주고 기용해야만 살아나는 스타...

마치 영화속 주인공의 랜디의 모습같지 않은가.

 

그는 희망을 위해, 딸을 위해 낮에는 대형 매장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주말 밤에는 레슬러가 된다.

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것은 온갖 상처와 부상으로 생긴 후유증이다.

약을 입에 달고 사는 그에게 하루 하루가 고통일지도 모르는 일.

싸인회 장면에서는 무료로 팬들에게 싸인을 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레슬러를 기억해달라는 일종의 판촉 행사였다.

자신들이 활약한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휠체어와 깁스로 가득한 왕년의 챔피언과 선수들은 그렇게 쓸쓸히 팬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들은 프로레슬링을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부는 앞에도 이야기한 K 1이나 UFC와 같은 리얼한 격투기를 더 좋아하게 되고 프로레슬링의 인구는 점차 감소하는 듯 하다.

WWE를 비롯한 프로레슬링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란 쉽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분명 그들이 하는 것은 쇼가 맞지만 치밀히 계산된, 그러나 그 훈련의 강도나 아픔의 강도는 진짜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경기도중 부상이나 심하면 사망을 당하는 선수들도 있으며 멀쩡하던 선수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집에서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에서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만 알고보면 이 세계는 선도, 악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랜디는 프로레슬러이기 이전에 따뜻한 이웃집 아저씨이자 아버지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스트립 바에서의 모습이나 프로레슬링 경기 장면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폭력적이지도 않고 선정적이지도 않다.

초반에 피튀기듯이 설정을 하면서 싸우는 장면은 보기가 안쓰러웠지만 여러분이 보시고 있는 프로레슬링 경기의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한 레슬러의 이야기지만 레슬러이기 이전에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자로 측정한 듯 이 작품은 마치 한 레슬러와 그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다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짜고치는 고스톱, 프로레슬링...

하지만 이 것만은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들이 대본에 움직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하나의 인간이고, 대본이건 아니고를 떠나서 그들의 아픔은 진짜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진심만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PS.  비슷한 영화라면 격투기 관련 영화가 많이 떠오르겠지만 조금 연세가 있으신 분이라면 불운의 복서 이야기를 담은 '챔프'(1979)를 떠오르시리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 보다는 이 영화는 '록키' 시리즈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특히 록키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록키 발보아'(2006)는 랜디의 모습과 록키의 모습은 웬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퇴물이 되어버린 전직 복서와 전직 프로레슬러의 모습... 어딘가 모르게 비슷하지 않은가?

아울러 낮과 밤이 다른 소시민 레슬러의 이야기를 다룬 '반칙왕'(2000)도 비슷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반칙왕'에서의 가벼운 코믹 요소를 뺀다면 아마 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낮에는 소시민으로, 밤에는 슈퍼히어로처럼 변하는 모습 또한 랜디의 삶과 대호의 모습과 닮아 있지 않을까?

 

등급 이야기는 위에 했으니깐 이번에는 패스...

대신 음악 이야기를 하자면 여러분이 지금 들으시는 음악은 Guns N' Roses의 'Sweet Child O' Mine'이란 곡이다. 격투기 프로그램에서 의외로 자주 나오는 BGM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추억의 올드팝이 아닐까 싶다. 아울러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Bruce Springsteen이 부른 주제곡 'The wrestler '라는 곡도 들어보시면 좋을 듯하다. 엔딩 크레딧에 가사를 번역해주는 센스가 돋보인다.

 

하나 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 라는 곡을 mp3로 다운받은 상태에서 들었는데 웬지 그들의 이야기 같은 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랜디도, 캐시티도 그리고 스테파니도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아닐까... 웬지 그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1. WWF(http://www.panda.org/)는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지금은 환경보호 단체의 약자로만 쓰고 있다. 지금의 WWE(http://www.wwe.com/)도 처음 이 약자를 사용했지만 혼동을 줄 우려 때문에 약어를 WWE로 바꾸게 된다. 팬더 모양으로 친숙한 환경 단체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