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레이첼, 결혼하다] 가족은 그렇게 지속된다. 그리고 살아간다!

송씨네 2009. 3. 1. 00:26

 

 

 

 

진정한 가족이란, 진정한 결혼이란 무엇일까?

정말 참된 가족상이라면 가족의 실수도 감싸주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묻고 또 묻게 된다.

영화 '레이첼, 결혼하다'는 이제부터 그 해답을 관객에게 전해주려고 한다.

 

 

 

킴은 현재 재활원에서 보호관찰 대상이다.

그러던 그녀가 재활원 밖을 나왔다.

언니 레이첼의 결혼식을 위해서이다.

약물 중독으로 몇 년을 그렇게 정신병원과 재활원 생활을 반복한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모든게 불안하기만 하다.

어렸을 때 약물에 취한 상태로 어린 남동생을 차에 태워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하고 그 뒤로 동생을 잃은 자책감에 시달리는 그녀는 매사에 신경질 적이고 가족들과의 화합을 거부하는 듯 보인다.

결혼 들러리를 친구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에 친구에게 못할 소리하다가 결국 들러리 자리에도 들어왔지만 여전히 힘들기만 한 이유는 뭘까? 가족과 싸우던 킴은 또 한번 사고를 내고 돌아오지만...

언니의 결혼식은 시작되고...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에 모두들 마음을 모으는데...

 

 

 

 

포스터를 보셨다면 앤 헤더웨이의 대문짝만한 얼굴을 보고 그녀가 레이첼이라고 짐작하셨을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바로 킴이며 그녀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앤 헤더웨이이다.

포스터에 낚이셨다고? 아니다! 여러분은 제대로 이 영화를 보고 계신 것이다.

오리지날 포스터도, 국내 버전의 포스터도 언니 레이첼의 얼굴은 보일 듯 말듯 하고 그녀의 여동생인 킴이 클로즈업 되어 있으니깐...

또한 여러분들은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가 의야해 하실 것이다.

이 이야기의 소재는 물론 결혼도 맞지만 결혼이라는 소재는 사실 맨 나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니의 결혼식을 이유로 찾아온 불청객과 다름없는 사고뭉치 여동생의 만남과 그 이야기들이다.

 

단란해 보이는 가족들이지만 하나하나 뭔가에 시달리고 있는 듯 하다.

언니 레이첼은 거식증 증세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그녀의 아버지는 뭐든지 음식 퍼주기에 바쁘다.

더구나 그녀의 아버지는 이혼하고 또 다른 부인과 살고 있다.

레이첼과 킴의 진짜 친어머니는 어딘가 현명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냉정해 보이기도 한다.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고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가족들은 정말로 킴으로 인해 레이첼의 결혼을 앞두고 크고 작은 소동을 벌이게 된다.

 

문제는 역시 킴이었다.

하지만 킴 물론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약물 중독자들의 모임에서 자신의 슬픈 가족사를 들려주는 장면을 보더라도 킴이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리는지 알 수 있다.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 사위가 될 시드니와 킴과 레이첼의 아버지 폴과의 대결장면이다.

식기세척기 안의 그릇들을 누가 빠른 시일안에 똑바로 많이 정리할 것인가라는 상당히 유치한 대결이었다.

하지만 대결도중 폴은 잠시 손을 멈춘다. 그것은 찬장안에 걸려있던 죽은 아들의 어린시절 사용했던 그릇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슬픔은 비단 아버지 폴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가뜩이나 최책감에 시달려 미칠 지경인데 남동생의 그릇을 보니 미치는 것은 킴 역시 마찬가지이니깐...

 

가족들과 싸우고 괴롭고, 여러 죄책감에 시달리던 킴은 친어머니의 집으로 향한다.

가지고 가서는 안될 차를 끌고 말이다.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던 킴은 어머니의 뺨을 얼떨결에 때린다.

왜 자신이 약물중독자인지 알면서 남동생을 돌보게 방관했느냐는 이야기였고 어머니 애비는 그래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다그친다.

차사고가 나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몰골이 되어버린 킴은 다시 언니의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언니 레이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과 마음이 멍든 킴을 치료해준다.

다시 가족은 화해무드로 돌아서고 킴은 다시 언니의 결혼식장을 떠난다.

 

어쩌면 그 발단도, 그 해결책도 당사자와 가족들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무도 감싸주지 않고 이해하지 않는다면 더욱 더 킴은 삐뚤어졌을 것이다.

사람 심리라는 것이 무시하면 무시할 수록 더 힘들어지고 더 삐뚤어지는 것이 인간이니깐...

 

 

 

성대한 결혼식은 상당히 길게 편집된다. 특히 피로연 장면에서는 과할 정도로 길게 편집되어 등장한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장르가 등장하는 피로연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 잡지에서는 이 장면을 오바마 시대에 걸맞는 민주당스러운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랍풍의 음악으로 시작된 음악은 락으로 바뀐 '결혼 행진곡'을 지나 힙팝, 쌈바 등의 다양한 장르로 이어진다.

영화 속의 조연들도 흑인, 백인, 동양인(황인) 들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며 영화속에 등장하는 밴드나 가수들도 실제 활동하는 뮤지션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이 영화의 재미있는 점이 등장한다. 바로 가공한 듯 만들어진 배경음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영화속에는 결혼식을 위해 연주하는 연주팀들이 등장하는데 쉴틈 없이 그들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으로 넘어가는데도 계속 연주하고 있다. 심지어 개짖는 소리까지 음악의 일부분까지 들릴 정도이다. 그외에 음악이 삽입된 장면이라고 해도 미용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전부이다.

영화의 OST라는 것이 듣다보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지다보니 가공되어 전달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에서는 가공된 배경음악 대신에 라이브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독특한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양들의 침묵', '필라델피아'의 조나단 드미 감독이다.

그의 연출력은 위에 작품 제목만 언급해도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더 이야기하면 두 말하면 잔소리가 아닐까 싶어진다.

킴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핸드헬드(들고 찍기)로 촬영했다는 점과 더불어 결혼 피로연 장면은 거의 끊김없이 롱테이크로 촬영되었다고 하니 그의 감각이 여전함을 느끼게 만든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주연인 앤 헤더웨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디즈니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녀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와 '겟 스마트' 등의 작품으로 코믹한 모습과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것이 그녀는 코믹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커밍 제인'과 '브로크 백 마운틴'에서는 팜프파탈로, 어떤때는 사랑스러운 작가로도 등장하기도 했으니깐...

 

 

 

 

여러분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가족은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가족이 없다면, 사랑하는 이들이 없다면...

이 얼마나 고독하고 살고 싶지 않은 생각을 갖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미우나 고우나 사랑스러운 가족들이다.

용서가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용서야 말로 진정한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PS. 사랑을 이해한다면, 결혼에 대해 현실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젊은이라면 15세 관람가도 가능...

하지만 정신연령으로 이 영화의 등급을 먹인다면 청소년 관람불가... 사랑과 가족애, 결혼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젊은 친구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번에는 비슷한 영화라고 억지로 몇 개를 써 놓았지만 굳이 비슷한 영화라고 이야기하자면 분열된 가족들의 화합을 그린 영화들이 아마 이들 영화와 닮지 않았을까 싶다. '좋지 아니한가', '가족의 탄생', '미스 리틀 션샤인'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