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사랑, 그거 참 웃기더라...

송씨네 2009. 2. 21. 12:22

 

 

 

 

요즘 사랑에 관해 진지한 물음을 묻는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주 개봉된 영화중에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랫이 '타이타닉' 이후 약 11 년 만에 다시 만났다.

전작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들은 부부로 만나 다시 하고 있었다.

 

1950 년대의 미국...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한 파티에서 서로 눈이 맞았고 그들은 그렇게 결혼을 했다.

하지만 배우가 꿈이었던 에이프릴은 공연무대에서 조롱이나 당하는 상대가 되어버렸고 괴롭기는 프랭크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삶, 새로운 출발을 위해 그들은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가게 된다. 지금으로 따지면 뉴타운 정도...

빈민가 마을을 지나 복부인 기빙스 부인은 이들에게 좋은 집, 좋은 동네라면서 이 곳을 소개해준다.

프랭크는 사무기기 회사의 말단 직원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은 양복에, 똑같은 중절모에, 똑같은 걸음걸이로 회사로 출근을 한다.

에이프릴은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것도 초반에는 즐거웠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맘에 드는 것 같지는 않다.

남편의 사진속에 나와 있는 파리를 동경하던 그녀는 프랭크에게 파리에서 살자고 제의를 하지만 프랭크는 매우 망설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에이프릴은 임신을 했고, 프랭크의 회사에서는 그를 높은 자리로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그들의 파리행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글을 쓰는 나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연애 경험도 전혀 없는 쑥맥이다.

그런 나에게 이 작품은 사실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피곤해서 그랬을까, 조금 지쳐서 나도 모르게 살짝 졸고 있었다.

더구나 절정, 위기, 결말이 보이지 않음은 물론이요, 이들에게 대형사건은 그렇게 커보이지도 않고 많아 보이지도 않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30대 부부로써 가지게 되는 상황들과 위기를 솔직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가 비록 1950 년대 미국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의 사랑이라던가 시기, 질투 등이 모두 모여있다는 것이다.

1950 년대에 그들이 살았던 시절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의 세상과 그 때와는 전혀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권태기를 느끼게 만드는 대목들인데 프랭크도 사무회사 여직원과의 하룻밤을 보내는 일도 벌어지고 있으며 에이프릴 역시 이웃집 남자와 의도하지 않은 만남과 섹스를 나눈다. 이런 상황에서 파리로의 꿈은 점차 멀어지고 서로 상대방을 비하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서로 맞바람을 피웠지만 결론은 프랭크만이 자신이 딴 여자와 잤다는 이야기를 화낌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사이에 그는 부인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이다.

30 대 부부의 결혼에서의 권태기는 '부부 클리닉-사랑과 전쟁' 같았으며 앞에 이야기한 셈 멘데스의 전작인 '아메리칸 뷰티'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가장 큰 고민은 결혼 이후의 사랑에 대한 지속성과 그에 대한 후유증인 권태기와 바람(불륜) 인 것 같다. 이것은 어느 장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이야기화되는 소재임은 분명하다.

 

 

최근 헐리웃 영화들은 타임머신을 탄 듯 과거로의 여행이 등장하고 있다.

'벤자민 버튼의..'도 그렇고 체인질링'도 과거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는 복고풍 문화로의 퇴행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미국 경제 한파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미국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 어쩌면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희망이 있었던 과거로의 시간 혀행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최근 과거의 영화들도 어두운 소재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보면 불안한 현 시국과도 은근히 닮아있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해보게 된다.

 

분명한 것은 현재와 달리 과거는 성에 대한 생각들이 닫혀 있었던 것이다.

프랭크와 섹스를 나누던 여직원은 부끄러워서 자신을 몸을 가리기 바쁘고, 술김에 얼떨결에 섹스를 한 에이프릴과 이웃집 남자는 결국에는 에이프릴이 불미스러운 일을 겪자 그 남자가 오히려 더 불안감에 사로 잡히고 있다. 부인에게도 더 이상 에이프릴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도 어쩌면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1950년대의 미국은 분명 지금의 미국과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재미있는 인물들이 있는데 수다쟁이 기빙스 부인으로 등장한 케시 베이츠와 그의 아들이자 편집증 증세가 있는 그의 아들 존 기빙스로 등장하는 마이클 샤논이 바로 그들이다.

케시 베이츠는 '미저리'로 너무 각인이 되어 있는 배우라서 그 이후의 작품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여러 작품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명 배우이다.(재미있는 사실은 케시 베이츠도 디카프리오나 케이트처럼 '타이타닉'에 동반출연 했다는 사실...)  그리고 또 인상적인 배우가 바로 마이클 샤논인데 그가 출연한 분량은 30여 분 정도의 적은 분량이지만 짧지만 강한 역할로 등장했다. 두 부부 사이를 은근히 약올리는 역할이지만 영화속 존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다시 되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이클 샤논은 국내에 알려진 작품보다 덜 알려진 작품이 더 많다.)

 

 

 

 

 

이 영화는 분명한 것은 본인 같이 결혼을 하지 못한 미혼자들은 전혀 이해를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결혼을 한 그것도 30대 중 후반의 부부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때에 따라서는 이 작품이 흥미가 떨어지는 분들이  분명히 계시리라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는 소설이지만 그렇다고 판타지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보여준 것처럼 삶이란, 사랑이란, 결혼이란 순탄치 않는 녀석들임을 샘 멘데스 감독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기빙스 부인의 수다로 끝이 난다.

윌러 부부를 그렇게 열심히 칭찬하던 그녀가 윌러 부부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자 그들에 대한 험담을 살짝 얹허놓고 수다를 떨고 있는데 이것은 마치 한국 아줌마들의 수다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귀를 막는 것은, 그리고 열심히 떠들고 있는 경청해야 하는 상대는 다름아닌 그의 남편이라는 것을 바로 옆에 보여준다.

그녀의 남편은 보청기의 볼륨을 줄이는데 윌러 부부에게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 여자들의 수다가 듣기 싫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듣기 싫어서 보청기의 불륨을 줄였다는 것은 더 이상 그들의 불행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사랑이라는 정의는 정말 내리기가 힘들다.

더구나 나같은 미혼에게는 말이다.

얼마전 이야기한 영화 '키친'이나 '벤자민 버튼의...'과  마찬가지로 관객들에게 묻는다.

'정말 행복한가요? 정말 그녀를, 그를 사랑하시나요?' 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영화가 정말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을 영화인가라는 의문 말이다.

영화를 다 보고 집에 돌아오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영화가 왜 이런 등급을 받게 되었는지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되었다.

프랭크와의 여직원과의 섹스 장면이라던과 에이프릴과 이웃남자의 관계 장면 정도는 살짝만 가리면 15세 관람가를 받는 등급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묘사는 아니더라도 에이프릴이 낙태를 시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묘하게 생긴 낙태 관련 기구를 들고 낙태를 시도하는 장면이 살짝 등장하는데 이는 낙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당연한 조치였다고도 보여진다. 분명한 것은 그 어느 누구든지 생명은 소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