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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송신도 할머니, 꼭 기억하겠습니다!

송씨네 2009. 2. 27. 06:33

 

 

본인과 같이 젊은 친구들에게 정신대는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일제 시대 할머니들이 모진 협박과 강요를 당했던 곳...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을 어떻게 기억할까?

선진국, 머리가 비상한 나라... 배워야 할 것이 많은 나라...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싫어하는 적대국...

일본인들은 머리가 비상하고 어떨 때는 교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다.

여기 행동하는 양심있는 일본인들이 있다.

송신도 할머니를 위해 일본정부와 법정투쟁을 벌인 '제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에는 110 이라는 번호가 있다. 무슨 콜센터 번호처럼 보이시겠지만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성적 학대를 비롯한 일부 일본 정부의 만행을 신고할 수 있는 전화번호이다.

수 많은 제보전화가 있었지만 송신도 할머니의 제보는 이들의 관심을 집중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섹스를 강요받았고 여러번 임신을 했으며 어떤 때는 너무 많아서 기억하기 힘든, 아니 너무 치욕적이라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위안부 제판을 위한 모임은 결국 송신도 할머니에게 소송을 걸자고 제의한다.

그러나 의외로 송신도 할머니는 담담하다 못해 누구보다도 강했다.

금방 지치다가 포기할 것이라면 차라리 하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할머니...

그렇게 그들은 일본정부와 소송을 걸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상을 고발하기에 이른다.

당당했던 송신도 할머니는 집회와 간담회의 자리에서 일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함은 물론이요,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강조한다.

그녀는 일본에서 살고 있는지라 한국으로 귀국하여 정신대 할머니들이 모여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하여 의견을 교류하고 매주 일본 대사관에서 벌어지는 항의 집회에도 참여하는 열의를 보인다. 그렇게 송 할머니는 일본정부와 싸워가고 있었다.

1 심 기각, 2 심도 기각...

하지만 오기로 싸워온 탓에 송 할머니는 좌절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 법원은 그렇게 판결하고 나는 그 판결에서 졌지만 내 마음은 결코 지지 않았다고 말이다.

 

 

 

 

 

송신도 할머니는 자칫 우리가 잊고 지낼 뻔한 우리들의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혹은 정신대의 피해자들 중의 한 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결국 송신도 할머니의 10 년간의 도전을 그리고 있으며 마지막 3 심인 최고법정에서의 판결에서도 기각되는 불운을 겪는다.

1심, 2심, 3 심의 기각 이유는 모두 똑같았다.

'과거 일본 정부의 잘못, 그러니깐 정신대 할머니들의 피해를 인정한다. 그러나 국제법에서의 공소시효가 지났음으로 일본정부는 이들을 보상할 이유는 없다' 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국제법의 공소시효가 20 년 이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들으면 일본 정부는 국제법을 핑계로 절대 이들 정신대 할머니들을 보상할 뜻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생각없는 일본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의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송신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경청했으며 이와 관련된 법안의 개혁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상황은 이렇다.

 

 

하지만... 하지만...

송신도 할머니는 절대 좌절하지 않았다. 도쿄까지 먼 길을 향하면서까지 그녀는 일본정부와 싸웠지만 자신의 주장에는 신념도 강했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도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자주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송신도 할머니의 법적 투쟁을 벌였던 단체의 사람들은 계속 기각을 당하고 기각 사유가 어이가 없음을 알았던 사람들은 비통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다큐를 보면서 나 역시 너무 억지이고 너무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렇게 일본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억지를 부리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또 다른 패전국인 독일의 경우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만행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적절한 보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정신대 사실은 인정하면서 그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스겟소리로 등장하는 대목이 있는데 일본정부가 이들 정신대 할머니들을 보상하려면 일본 땅을 팔고도 모자르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정도로 일본정부의 과거 만행은 우리가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할 것이다.

 

 

 

 

 

위에 보시는 사진들이 바로 송신도 할머니와 뜻을 함께한 '제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의 회원들이다.

(좌측 방향으로 다섯번째 분이 바로 송신도 할머니이다.)

같이 도와주고, 같이 웃고 눈물 흘렸던 이들은 서로 친 자식과 친 엄마처럼 활동했다는 점에서 또다른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장면을 뽑으라면 송신도 할머니의 귀향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한국으로 수 십년 만에 돌아온 송 할머니는 나눔의 집을 찾았고, 일본에서 자신을 딸처럼 도와주었던 제일동포의 유골을 한국의 '망향의 동산'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송 할머니는 그 기쁨에, 그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다.

더 빨리 유골을 모셨으면 하는 아쉬움에 그녀는 아버지라고 목놓아 울게 된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뒷짐지는 일본 정부와 소심한 한국 정부...

더구나 한국 정부는 정권이 바뀌면서 그 소심함은 극에 다다른다.

과거 독도 문제만 해도 강력히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우겨대던 그들에게 강한 목소리로 일침을 가했던 것에 비해 현 정부는 독도 문제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정신대 문제, 그리고 우토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일제 시대 억지로 끌려온 대한민국 사람들이다. 그들을 외면하는 정부의 소심함에 화가 날 지경이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솔직히 더 감동적이었다.

아직까지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송 할머니의 모습도 좋았지만 엔딩 크레딧에 가득하니 끝없이 올라온 이 영화를 지원한 이들의 목록이다.

이 영화는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인데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일본인들이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지만 한 편으로는 챙피했다. 한국인들의 이름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는 송신도 할머니의 일상과 10 년간의 투쟁을 그린 작품이라서 화면들의 상태들이 대체적으로 고르지 못하다.

뒷풀이나 자투리에 가까운 장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 무대가 일본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국인들의 이름이 적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이 다큐의 나레이션은 문소리 씨가 국내버전으로 등장하고 일본에서는 와타나베 미호코라는 일본 배우가 나레이션을 맡았다.

한 영화잡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작품에 애정을 나타냈던 문소리 씨는 이 영화에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 이제 우리가 이 작품에 지원을 해 줄 순서이다.

우선 이 작품을 많이 봐줘야 한다. 그리고 정신대의 참상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들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본다. 

송신도 할머니는 추위를 잘 타시기 때문에 현재 한국에 오시는 것은 힘들다고 한다.

영화가 3 월까지 잘 된다면 모셔올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시지만...

나는 송 할머니의 거침없는 입담이 듣고 싶어졌다. '워낭소리' 만큼이나 나는 이 작품이 성공하길 기원해 본다.

 

 

 

PS. 이 영화는 12세 관람가라고 한다. 이는 송신도 할머니의 거침없는 말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 친구들은 이 작품을 집중하기 힘들 것이다. 정신대가 뭔지도 모를테고 이해가 되지 않을테니깐... 하지만 이해력이 빠른 친구들이라면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고 꼭 와서 보길 거듭 부탁드린다.

 

아울러 이 작품과 같이 봐야 할 작품은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시리즈 되시겠다. 솔직히 나는 이 시리즈를 접하지는 못했지만 정신대 할머니들과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이야기들의 총집합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아예 세 시리즈를 묶어서 박스 세트로 나온 DVD도 절찬리 판매중이니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입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영화에 언론이 좀 더 관심을 갖았으면 한다.

'워낭소리'의 어르신들은 그만 건드리고 시간 남으시는 찌라시(?) 기자분들은 송 할머니를 만나 많은 이야기 좀 듣고 오셨으면 한다.

오히려 송신도 할머니는 기자들을 더 반갑게 맞이하실 것 같다. 이 분 성격으로 말이다.

기자들이여, 송신도 할머니를 매우 귀찮게 해드리라는 이야기이다. 

경북의 어르신 동네 가실 시간은 남아돌면서, 일본의 송신도 할머니 만나러 가실 시간은 없으신지 모르겠다.

일본가는 표 값이 아까워서? 그럴꺼면 계속 발로 기사를 쓰시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