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일기는 일기장에....

백수 블루스, 취업 블루스...

송씨네 2009. 3. 8. 14:51

이야기는 제 실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2008년 12월...

1년을 그렇게 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백수가 되었습니다.

공장의 공두리(?)가 싫어서 두 개의 공장에서 합쳐서 5년 이상을 다닌 저는 새로운 것을 찾았고 생활정보지에서 올라온 광고를 보고 새 직장을 얻었지요.

그 곳은 인천공항이었고 어느 항공사의 케터링 업체였죠.

제가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제가 일을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새벽 3시 기상,  11시 기상...

규칙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규칙적이지는 못한 출근시간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정리해고 등으로 퇴직시킬 때에는 실어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제 스스로 사표를 낸 것이라서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는 상태였죠.

공익 시절 노동청에서 활동하던 친구의 자문도 받아보고, 아버지를 모시고 지역 노동청도 가고 별 짓을 다했지만 구제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뉴스에서 실업급여 받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제 자신이 왜 이렇게 화가 나던지...

한편으로는 실업급여 받는 분들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그만큼 실직자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2008년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2009년... 저는 그렇게 빈둥거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잠을 실컷 잘 수 있었으니깐요.

그리고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니깐요.

불규칙적인 시간 때문에 만나지 못한 이들이 더 많았거든요.

그러나 부모님이 좋게만 보실리는 없죠. 3개월 짜리 헬스클럽을 등록하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뱃살을 빼야 하는 것이 그 이유였죠.

하지만 스트레스를 먹는 것, (영화나 TV) 보는 것으로 때우던 저에게 살이 쉽게 빠질리가 없죠.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전에는 말랐는데 왜 이렇게 변했냐고요.

저는 군대 핑계를 댑니다. PX 병 시절, 취사병 시절 많이 먹었기 때문이죠.

일부 훈련은 열외도 했으니 당연히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고요.

 

 

 

취업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서 기본양식에 올라와 있는 프로필을 손을 봤습니다.

어떻게든 잘 보여야 선정이라도 될 테니깐요.

저는 공장일이 싫었던지라 이번에는 서비스 업종, 그 어떤 것이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할인매장 점원 같은 것이나 좀 비교적 일하기 쉬운 일로 말이죠.

그런데 제가 좀 모자랐나 봅니다. 온라인으로 보낸 이력서들은 아무 소식도 없었기 때문이죠.

1차 면접조차도 기회도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제 이 메일함에는 하나하나 취업할 생각 있냐는 회사들의 메일이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으니깐요.

 

 

 

 

 

첫번째는 면접이라기 보다는 그냥 미팅자리였습니다.

몇 개의 보험을 들면서 보험상담원 되시는 분과 부모님과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아버지는 '우리 아들이 요즘 논다'라고 이야기를 하셨나 봅니다.

아버지 전화를 받고, 그리고 그 보험상담원 되시는 분으로 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여러분 혹시 기억하실껍니다. 서울시청 임오경 감독의 강연자리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던 글 말이죠.

사실 이 자리가 끝나자 마자 보험사의 사업 설명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런 설명회였죠. 차라리 앞에 임오경 감독님의 강연이 더 좋았다는...

끝나고 그 보험사 직원들과 밥을 먹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살짝 불쾌했습니다.

면접이나 미팅자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나왔으니깐요.

아, 그런데 그래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은 약간 들더군요.

상담원 중에는 조선족 출신의 여성분도 계셨으니깐요.

언어의 장벽이나 이런 장벽이 있는 분들도 하시는데 저같은 닭대가리(?)도 하겠구나 싶었지요.

하지만 쉽게 결정지을 수는 없기에 식사만 하고 그 자리를 나왔습니다.

 

 

 

두번째 면접도 보험회사였습니다.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는것이 아니라 계열사나 그릅쪽 직원들을 상대로 상담을 하고 그 계열사들의 관련업체들과 계약을 하는 일이라더군요.

3명이 앉아서 이야기를 들었고, 역시나 지루했습니다.

3 분 정도의 관계자 분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지난번 갔던 그 보험사랑은 분위기도 틀리고...

아무나 보험상담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서 교육받고 그에 다른 라이센스 따고 교육하고 회사 자체 시험도 봐야하고, 거기에 필요하다면 관련 자격증도 따야 한다니...

더구나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쪽의 변화가 심상치 않아서 이쪽에 손을 댄다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공부와 평소 담을 쌓던 저는 뭔가 시험을 또 봐야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죠.

그렇게 두 번째 면접을 봤고, 제 예상대로 합격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세번째 면접은 이밴트 회사였습니다.

사실  첫번째와 두번째 면접 사이에 이미 오래전부터 면접 의뢰 메일을 왔었지만 고민이 되었던지라 잠시 유보를 시켰죠.

그러나 두번째가 실패하자 일단 세번째 면접을 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상조회사를 비롯해 이밴트 회사를 따로 운영하는 상당히 큰 규모의 회사였죠.

그런데 그에 비해 회사의 위치는 시내 변두리 같았고 매우 낡은 건물에 저런 회사가 들어올 수 있을까 하는 느낌마져 들었죠.

그렇게 들어온 저는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면접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합격... 물론 완전 합격은 아니고 몇 달 간의 인턴 생활을 거치고 정식 매니저가 되는 것이었지요. 이밴트 매니져...

첫 날 출근 겸 교육을 받으러 가는데 이건 저 같은 사람이 수 십명이 있더군요.

쉴세 없이 떠들고 장난치고... 그 와중에 일이 될까 싶었지만...

그들 말로는 여기 있는 사람의 사고방식들이 약간 유치하다고 하더군요. 자신들도 그것을 인정하고...

이밴트 업체라는 것이 상당히 활기찬 분위기의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거침없이 그들은 업무중에도 잡담을 나누고 하더군요.

그러나 이 곳도 쉽지 않았습니다. 초기 인턴기간은 실적을 올려야 정식직원으로 활용이 된다는 이야기로 들렸으니깐요.

인턴기간이 지나면 회사에서 추천해주는 회원들과 거래를 하고 이밴트를 하면 되지만 인턴 기간에는 본인들 개인이 알아서 사업실적을 얻어야 한다는 말에...

한 여성 분은 급한 상황에서 돈이 궁해 이 업종에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생각했던 것과 내용이 틀려서 그런지 화사를 나오고 싶어하시더군요.

점심을 먹고 이번에도 저는 이 회사를 나와버렸습니다. 물론 그 곳 직원분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말이죠.

 

 

 

네번째 면접 업체는 인터넷 관련 업체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고 분위기는 살벌했습니다.

그러나 그나마 제가 면접을 보던 회사들 중에서는 시설도 좋고 건물도 깔끔했습니다.

약간 까칠해보이는 관계자 분의 면접을 보고 이번에도 저는 불합격을 예감했었죠.

지원자도 너무 많은데다가 질문도...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릴 듯한 내용들의 질문이었으니깐요.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양복을 입고 출근을 하게 된 것이죠.

부랴부랴 양복을 구입하고 첫 출근을 했지만...

일 주일이 지난상태에서 일단 저는 이 곳 직장을 현재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도 저에게는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생각하던 곳과는 달리 심각한 경우 고객과 말다툼도 하는 그런 곳이라는 것이죠.

실적을 올려야 높은 수익을 얻으므로 1 %라는 작은 가능성을 위해 삽질을 해야하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이죠.

3 개월의 인턴 기간이 이 곳에도 존재합니다. 못하면 저는 또 다른 곳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살벌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20대 후반의 남자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세상은 사람들을 대거 백수, 백조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죠.

제 주위에도 두 명의 백수가 있으며 친척들 중에는 특별히 별 수입이 없는 사람도 여럿있습니다.

웃을 일이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도 얼마전에 그런 상황을 겪었고 또 다시 그 상황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금 정부가 내놓는 실업대책, 청년실업자 구제 방안...

저는 택도 없다고 봅니다.

저는 차라리 정부의 높으시 분들이 저희처럼 몇 달간 백수로 살아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저희의 입장을 이해하시리라 봅니다.

이태백...

이제 이 단어는 김부자 선생님이 부르시던 그 아름다운 노래 '달타령'의 가사는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

20대 후반을 살아가는 저같은 청년실업자, 청년백수의 현실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