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그림자 살인', 한국형 탐정 추리물... 성공할까?

송씨네 2009. 4. 1. 03:23

 

 

※ 시사회로 본 작품이기에 스포일러를 되도록 줄였습니다만 결정적인 힌트를 몇 개 숨겨놨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은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우선 이런 의문을 갖을 것이다.

또 일제 강점기의 경성(서울) 이야기인가? 라는 의문과 한국형 탐정물이 성공할까라는 의문일 것이다.

탐정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런 작품이 끌리시리라 본다.

탐정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수사반장'과 같은 수사물이 사랑을 받았고 'CSI'나 '크리미널 마인드' 같은 미드가 사랑을 받는 것도 이런 스릴러 성격이 강한 수사물이나 추리, 탐정물을 좋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담은 수사물인 '별순검'이 사랑을 받으면서 한국형 수사물이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박대민 감독의 '그림자 살인'은 그런점에서 한국형 탐정, 추리물의 성공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시험대가 될 것이다.

 

 

 

여기 경사 출신이던 진호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돈이 되는 일이면 다 한다. 특히 불륜 현장 잡아주는 것이 그의 특기이다.

그러던 그에게 한 청년이 찾아온다. 광수라는 이름의 이 청년은 일본인 의원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하는 의학도이다.

그는 해부실습용으로 한 시신을 이용하는데 이것이 다름아닌 얼마전 살해당한 고위층 인사의 아들인 민수현이었던 것이다.

어찌할바 모르는 그에게 진호는 그야말로 구세주이다.

피로 범벅이 된 수현의 방속에서 진호는 단서 몇가지를 찾게 된다.

그러던 와중 또 다른 고위층인 요시오카1가 수현과 같은 방식으로 살해되면서 두 사람은 이 사건 범인 찾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는 일본 순사로 일하고 있는 영달 역시 마찬가지... 

자신의 목이 달아나느냐 아니면 승진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과연 범인을 잡을 수나 있을까, 그리고 진호는 꿈에 그리던 미국 배에 몸을 싣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꿀 수 있을까?

 

 

 

 

 

 

이 작품의 이력은 좀 특별하다.

이 영화를 연출하는 박대민 감독의 이 작품은 씨네 21과 한석규 씨가 주최한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의 수상작이다.

아시다시피 이 시나리오의 원래 제목은 '공중 곡예사'...

완성된 시나리오를 나는 이미 다 읽어본 상태였다.

바로 이 영화를 제작 배급하는 CJ 엔터테인먼트의 시나리오 모니터요원으로 선발되어 읽은 작품이 바로 이것이다.

읽다보니 이 작품도 흡입력이 강했고 영화로 상영될 경우 그래도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공개될 쯤에는 많은 경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개봉이 되거나 준비중이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모던보이' 등등의 작품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어쩌면 이 작품은 더 일찍 제작 준비를 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이들 비슷한 작품과 차별화를 보이기 위해 이 영화는 경성이라는 소재의 식상함을 어떻게 푸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CJ 측에서 역시 시나리오 모니터로 공개된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결국 버린 카드(다른 제작사와 배급사가 맡는...)가 되었고 그 예상은 결국 적중을 했다.

그런 상태에서 과연 이 작품의 성공여부는  CJ 측에도 큰 관심의 대상으로 보일 것이다.

 

어쨌거나 사연이 긴 이 영화는 국내 최초는 아니더라도 본격 추리 탐정물을 표방하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애초부터 범인이 누구인지를 중반에 공개해 버린다.

문제는 진호와 광수와 순덕이 모르는 상태에서 관객들을 향해 공개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우리는 이미 '공공의 적' 시리즈 같은 작품을 통해 범인이 미리 공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년에 개봉되어 큰 반항을 일으켰던 '추격자' 역시 4885의 주인공이 누군지를 밝히고 시작을 했으니 김이 빠지는 노릇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에 열거한 작품은 스릴러이긴 해도 추리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추리물임에도 범인을 공개하고 시작하고 있다.

결과를 보여주었으니 이제는 원인을 알아야 할 차례이며, 관객과 세 명의 주인공들은 왜 그가 범인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다른 이상한 추리 게임을 관객에게 제안하고 있다.

물론 김이 빠지면서 과연 그가 왜 범인일까라는 재미가 떨어졌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대신 피해자들의 방이나 부검결과 나온 단서들을 힌트로 제공하면서 범인이 이 사람을 왜 살해했으며 힌트로 등장한 물건들은 무슨 관계가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범인만 일단 공개함으로써 관객들은 좀 편하겠다 싶겠지만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보았던 추리물이나 탐정물 작품 혹은 '명탐정 코난'과 같은 탐정 만화에서 보여주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그래서 좀 특이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시나리오를 영화로 옮기면서 흡입력은 여전한 것 같지만 뭔가 아쉽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마도 시나리오에서는 범인이 뒤늦게 공개된 것과 달리 영화에서는 너무 빨리 공개되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문제는 그것이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오히려 시나리오대로 관객들에게 귀찮겠지만 짐 하나를 더 얹어줘야 옳았다.

범인과 더불어 그가 왜 범인인가를 같이 맞춰보게 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원제인 '공중 곡예사'라는 제목을 포기하고 '그림자 살인'으로 바꾼 것도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영화 제목에 범인에 대한 힌트가 너무 많이 보여졌다는 것이다.

한간에는 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한 리포터의 추태(?)가 이 영화 제목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였다는 소리도 있는데 이건 순전히 농담삼아 그들이 말한 것임은 분명하다.(그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MC가 하필이면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연배우인 엄지원 씨가 있어서라는 이유인데 꼭 그건 아니라고 본다.) 분명 그 이유는 너무 많이 힌트를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애초부터 시나리오 대로 범인의 윤곽을 숨겼어야 하며 애초부터 이 영화의 제목은 '그림자 살인'으로 정하고 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재미있고 상당히 참신한 시나리오임에도 여러 곳에서 보여지는 자그마한 미스(실수)때문에 이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관객에 대한 영화의 몰입도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단점은 위에 열거한 것이다. 시나리오 안의 문제점은 거의 없다고 무방하다.

봉이 김선달 역을 맡아도 절대 꿀리지 않다는 어떤 네티즌의 말처럼 어느 역을 시켜도 적응력이 빠른 배우 황정민과, '우리동네'에 이어 피를 또 보았으나 이번에는 살인자가 아닌 착한 의학도 연기를 보여준 류덕환도 만날 수 있다. 007의 Q를 능가하는 발명가 순덕으로 등장한 엄지원도 인상적이다. 사실 엄지원이 맡은 순덕이야말로 조선시대의 커리우먼과 같은 역할이지만 일제시대와 더불어 유교 중심 사회 때문에 숨죽이면서 활동하던 신여성들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라고 생각된다. 물론 많은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런 당찬 신여성을 좀 더 강하게 부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였음에도 전반적으로 유쾌하지만 암울한 시기임에도 그 시대를 돌파하려고 했던 이야기라서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고 생각되어진다. 한국형 탐정물의 성공을 기대해 본다.

 

 

 

 

PS. 이 영화는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을 보여준다.

이는 최근 많은 코믹 첩보영화에서도 많이 보여주고 있는 사례들이다.

'다찌마와 리'의 장편 역시 그런 느낌이 들었고 흥행에 실패한 '원스 어폰 어 타임'도 속편을 예고하는 듯한 여운을 남기면서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영화 발표회에서도 노골적으로 속편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거론했으며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실루엣으로 등장한 고종황제가 지령을 내려면서 마무리 짓고 있다.

속편이 만약 확정될 경우 이들은 네덜란드 헤이그로 가야 한다. 헤이그라면 이준 열사(1859~1907)가 순국한 바로 그 곳이다. 만국평화회의가 열렸던 1907년의 이야기를 과연 속편에서 할 수 있을지... 그럴려면 이 영화 많이 봐주시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주셔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속편이 나올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아무리 속편을 만들고 싶어도 영화가 뜨지 못하면 말짱 도로묵이다! 

 

아울러 이 영화의 평점 깎기 운동이라는 이상한 운동이 인터넷에서 펼쳐지고 있다.

보통이런 평점 깎기는 상대편 경쟁작을 저지하려는 의미로 영화 홍보사에서 급파된 알바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경우는 좀 특이하다.

프로게이머 홍진호 씨와 황정민 씨의 극중 배역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평점 깎기 운동을 하고 있다.

팬덤 문화의 잘못된 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 스타 팬클럽의 싸움처럼 이 팬덤 문화는 한 편으로는 바보같은 짓이라고 보여지는데 이런 바보 같은 짓은 최근 비슷한 주말 시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좋하는 팬들끼리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왜 이런 유치한 짓을 하는지 묻고 싶다.

영화는 영화이고 동명이인은 동명이인 일 뿐이다. 바보 같은 팬덤 문화에서 이제는 빠져 나오시길...

 

아울러 마지막 스포일러성 결정적 힌트...

배우 윤제문 씨를 주목할 것... 가장 고생 많이 한 배우가 아닐까 싶다.

 

 

 

 

 

 

  1. 이 배역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요시오카 역을 맡은 배우은 김응수 씨로 재미있게도 일본인 역할을 많이 맡으신 배우이다. '재밌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기담',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등의 작품에서 일본인 역할로 등장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