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미치도록 지겹게 쫓아다닌 적이 있는가?
안타깝게도 소심한 O형(?)인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영화들을 보면 그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이 장르는 스릴러요, 비극적 결말이 대부분이다.
꿈깨라는 의미인지, 현실은 다르다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생은 비극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황수아 감독의 '우리집에 왜 왔니'는 전형적인 스토커의 사랑이야기를 코믹하면서 잔잔한 여운을 주게 만드는 좀 특별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한 남자가 자살을 시도한다. 이름은 병희...
부인을 무장 탈영병에게 잃었고, 그 좋던 직장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총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두려워 했고 모든 것이 두렵고 무섭기만 하다.
그러던 그에게 어떤 여자가 불쑥 나타났다.
수강... 꼬질꼬질한 옷차림에 냄세까지... 전형적인 노숙자 스타일...
그녀는 한 남자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첫사랑이었고 순애보적 사랑이었다.
그녀의 길고 긴 순애보 이야기와 병희의 안타까운 이야기...
어쩌면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을 갖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관계가 되고 있었다.
영화는 미소를 지으면서 눈을 감은 수강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 그녀는 죽었다. 어느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처음 뵙는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를 외치며 집으로 무단침입을 한 그녀...
그런데 좀 어딘가 비슷한 영화를 발견하신 분?
맞다, 영화를 많이 보신 분이라면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던 한 여성을 떠오르게 된다.
이름은 마츠코... 바로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이다.
동명소설이 원작이자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이 된 일본의 대표적인 작품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인 마츠코도 집만 있을 뿐이지 홀로 외로운 삶을 산다는 점에서는 수강과 닮아 있다.
그러나 황수아 감독이 이야기했듯 이 이야기는 본질이 전혀 틀린 다른 영화이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두 영화의 유사점을 찾게 되는 이유는 노숙자 같은 외모와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강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렇다고 쉽게 만날 수 없는 바로 바보이다.
혹은 우리는 똘아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미친년이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왜 그녀가 홀로 살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녀가 어떻게 부모님도 없이 학교를 다녔는지도 알 수 없다.
또 일곱살이라는 나이차이에도 그들은 어떻게 사랑을 했는지도 이해할 수가 없다.
외로웠던 그녀에게 당돌하게 다가온 지민은 그래서 구세주였는지도 모른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첫사랑에 지민을 그렇게 쫓아다녔는지도...
하지만 너무나 젊었던 지민은 요즘 아이들처럼 사랑이라는 것은 금방먹고 버려지는 인스턴트 식품과 같은 존재가 되었던 것 같다.
수강은 지민 때문에 연고지를 옮겼지만, 또한 지민 때문에 교도소 생활을 두 번 해야만 했다.
절도죄에 폭력 전과를 가진 전과범이 되어야만 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사랑할 권리도 갖는다.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짝사랑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안겨주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수강과 병희의 대화중에는 두 개의 외국영화가 등장한다.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냐면서 병희를 감금(?)하는 장면에서는 캐시 베이츠의 연기가 돋보였던 '미저리'를 떠오르게 하며 우울해하고 슬퍼하던 수강에게 목욕을 시켜주고 머리를 감겨주던 장면에서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수강은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을 맞추지 못했다.
몰래 병희 집에 녹화한(이미 CCTV는 설치되었으나 수강이 떠난 이후 몰래 녹화를 하게 된다. 병희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CCTV를 인근 비디오 가게에서 몰래 감상하면서 그녀는 사랑과 그에 반하는 현실은 매우 비정하다는 것을 이야기 해준다.
사실 이 영화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현재로 갔다가 수강과 병희의 과거로 뒤죽박죽 전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청 사람들'스러운 사건 개요를 보여주는 년도별 자막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좀 이해하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아울러 이 영화의 결말은 겨울, 크리스마스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지금 개봉된 시기는 봄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겨울에 나왔어야 더 옮았을 영화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말이다.
개봉시기를 더 앞당겼으면 좋았을 작품이라는 안타까움이 든다.
아울러 이 영화는 강혜정의 미소를 많이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다.
최근 에픽하이의 타블로와 사랑을 나누면서 더 행복해진 그녀를 보면서 슬프지만 한 편으로는 유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웰컴 투 동막골' 이후 똘끼로 가득찬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일 수도...)
박희순은 오래간만에 건달 역할에서 벗어났다. 이런 소심한 캐릭터도 좀 자주 보여주셨으면...
사실 지민 역할은 성인 역할을 맡은 이승현(빅뱅의 승리)보다도 어린 지민 역할을 맡은 이다윗 군의 활약이 더 크다. 이 영화에는 베드씬도 살짝 등장하지만 조금 더 갔으면 얼마전 개봉한 '더 리더'처럼 청소년 관람불가 딱지 받기 딱 좋은 영화가 되어버린다.
이승현은 빅뱅의 스트롱 베이비, 승리(헤이, 쉑씨~~)라는 이름을 잠시 버리고 본명으로 연기자로 임했지만 분량이 대체로 적은 편에 속했다. 빅뱅의 맴버들이 따로 활동을 한 만큼 많은 활약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럼에도 이 영화에 투자를 한 YG 측도 대단한 것 같다.)
우리는 사랑을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미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영화속 병희의 마지막 의문처럼...
정말 우리집에 왜 왔니??
PS. 이 영화에는 재미있는 숨은 그림 찾기가 있다.
병희가 떠난 자살 모임에는 오광록 씨가, 서울역 노숙자들 사이에서는 조은지 씨가 숨어 있다.
오광록 씨는 워낙 개성이 강한 분이라서 금방 찾으시겠지만 조은지 씨는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이 영화의 영화음악은 정재형 씨가 맡았다.
'베이시스'의 음악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뭐 영화음악도 좋지만 '오로라 공주' 이후 자주 만나고 있는 그의 파트너 엄정화 씨의 주제가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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