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여러분에게 죄송하지만 대놓고 스포일러를 발설할 예정입니다.
영화를 안 보실 분이라면 상관없지만 보실 분이라면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경고 드렸습니다!
코엔 형제의 작품들은 어렵지만 한 편으로는 재미있다.
그들은 블랙코미디와 액션, 스릴러 등의 드라마나 맬로등의 장르를 제외한 다양한 장르를 끌고 관객들을 만난다.
항상 그렇듯 그들의 작품에는 뭔가 묘한 여운이 남고 씁쓸해보이기 한다.
하지만 적당히 수위조절도 잊지 않는다.
전작이 대작으로 손꼽혔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에는 '강.중.약' 중에서 '중'으로 가야 할 시점이다.
신작 '번 애프터 리딩'은 첩보영화 비틀기이자 평범한 소시민들의 그야말로 바보들의 행진과 같은 이야기이다.
CD만 줍지 않았다라면 아무런 일이 없었을텐데 그 놈의 CD가 문제였다... 그 놈의 CD가...
CIA 요원인 오스번은 CIA에서 짤렸다.
잘렸다기 보다는 다른 부서로 좌천되었는데 오스번은 그것이 못마땅해서 CIA를 박차고 나왔다.
술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상 CIA가 그를 좋게 볼 수가 없었던 노릇...
그는 새로운 창업도 준비할 겸 자신의 자서전을 쓰기로 맘먹는다.
하지만 부인 케이티는 그런 남편을 보고 얼마전부터 결심했던 이혼 수속을 밟기로 맘먹는다.
그런데 역시 그 놈의 CD가 문제였다. 오스본의 자서전 일부가 담긴 내용과 오스본의 자산내역이 복사된 CD가 섞여서 케이티의 이혼 수속을 준비하던 변호사가 가지고 있게 되었고 하필이면 또 그것이 변호사의 비서가 자주 애용하던 헬스클럽에 흘리고 간 것이었다.
한편 이 헬스클럽에는 폼생폼사로 사는 어벙한 헬스 트레이너 채드가 있었고 같이 일하는 여성 헬스 트레이너 린다는 성형수술을 하고 이성찾기 대행 사이트에서 남자를 만나는 것이 소원인 여자이다.
그런데 이런 이들에게 발견한 CD는 그야말로 땡잡은 격이 되어버렸다.
오스본을 협박하면 모든게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이들은 오스번의 집전화를 확보하여 협박전화를 걸고 협상을 요구하지만 오스번은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그런데 저 편에서는 또 한 명의 남성이 이들을 기다리는데 보안관으로 활동중인 해리...
해리는 마치 깍두기 아저씨들처럼 배바지를 입고 나오는 다소 워스트에 가까운 패션감각을 지니고 있었으나 살인미소에 여자 꼬시는 기술은 최고... 동화작가인 부인을 놔두고 오스번의 부인 케이티도 찝적,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난 린다에게도 찝적거리는 양다리, 문어다리 소유자이다.
얽히고 얽힌 관계는 급기야 큰 사건이 터지게 되고 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지게 된다.
여기서 여러분에게 첫번재 스포일러를 유포한다.
이들 중 첫번째 희생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름아닌 얼빵한 헬스 트레이너 채드이다.
혹시 이 영화의 오프닝을 잘 보셨다면 오프닝 크레딧에 올라온 인물들 중에 브레드 피트가 나중에 등장한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이다.
조연이냐고? 아니다, 주연 맞다. 그러나 이 영화의 5 명의 주연급 배우들 중에 그는 맨 마지막에 'And Brad Pitt '라고 등장한다.
영어를 조금 이해하시는 분들이라면 다수의 물건이나 인물을 나타낼때 맨마지막 것은 'And'로 표기하는 경향이 있다.
브레드 피트가 맨 마지막에 등장했다면 5 명의 배우들 중에서는 가장 비중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어쩌면 브레드 피트가 의외로 영화 중반에서 빨리 사라지는 것은 의외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골칫덩어리 CD 만큼이나 채드를 찾기 위해 애를 쓰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의외의 터닝포인트를 보여준다. 뒹굴고 뒹굴다 엉뚱한 희생자가 발생함은 물론이요, 의외로 극적인 사건 해결을 하기 때문이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코엔 형제의 영화들은 자칫 영화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쉽고 재미있게 이어질 수도 있다.
어이없는 죽음이나 사건은 요즘 우리가 보고 있는 막장 드라마 저리가라 수준이다.
우리는 이런 어이없는 상황속에 상황이 급진전되는 경우를 그들의 다른 작품들을 통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톰 행크스가 우둔한 두목으로 등장하는 '레이디 킬러'라는 작품이다.
아시다시피 이들 금고털이 조직은 교수와 음악대로 위장해 금고를 털려고 하지만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레이디 킬러'에도 앞의 영화들처럼 다수의 주연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대형 선박의 금고를 털려고 시도를 하다 한 명, 한 명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다.
이는 코엔 형제가 즐겨쓰는 블랙 코미디 방식이라고도 생각된다.
정상적인 죽음이 아닌 비정상적인 죽음을 나열하면서 이 사회를 조롱하고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코엔 형제의 영화들 속의 또다른 재미있는 점은 그들은 나름대로 인과응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들의 영화들이 대부분 어이없게 끝을 맺는 경우도 수두룩 하다.
그 후 남은 주인공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만 안겨준 상태로 끝내는 겅우가 대부분이다.
전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더라도 우리는 보안관 애드(토미 리 존스)와 연쇄살인마 안톤(하비에르 바르뎀)의 설전을 기대했지만 두 사람은 끝까지 만나지 않으며 더구나 애드의 한 숨 섞인 푸념으로 영화는 어이없게 끝을 맺는다.
이 영화의 결말도 관객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충격적일지도 모르겠다. 다수의 희생이 생기고 FBI는 사태를 급히 매듭짓는다. 그리고 그렇게 노래를 불러대던 린다에게 성형수술비를 지원해준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정상적인 결말을 요구하는 이들의 반응에도 의외의 결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들은 영화를 통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조롱하고 있지만 아울러 관객들에게도 고정관념에 틀어박힌 결말을 제시하기 보다는 다소 의외의 결말을 제시하여 관객들에게도 조롱을 하면서 끝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그럴까? 이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글도 의외로 많다.
어이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그들만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은 너무 열린 결말이 난무하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반대로 열린 결말을 제시함으로서 관객에게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코엔 형제의 영화들이 다 그렇지만 볼 때 마다 놀라운 것은 저런 배우들의 조합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었다.
멋쟁이 배우인 조지 클루니와 브레드 피트가 그의 영화에서 아낌없이 망가져 준다는 것은 그들의 영화와 시나리오에 신뢰를 한다는 결과이다. 더구나 거기에 존 말코비치 처럼 지금도 전설로 생각하는 배우들도 출연하고 있으니 코엔 형제를 얼마나 그들이 신뢰하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바가지 머리를 하고 조지 클루니가 배바지를 입으며, 브레드 피트가 음악을 들으며 어벙한 미소를 짓고 망가져 주는 것도 이들에 대한 신뢰라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고는 진정한 배우라고 하기도, 영화라고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욕을 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막장이라는 사실은 아마 잘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장 드라마, 막장 정치, 막장 사회...
어쩌면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이 보여주는 막장 블랙 코미디는 이 시대를 이야기하는 하나의 증거물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PS. 이 영화는 살인 현장이 두 번 정도 등장하고 해리의 요상한 발명품이 등장한다. (그것 때문에 이 영화의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일지도...)
실의에 빠진 해리가 그 발명품을 박살내는 장면에서도 그 요상한 발명품은 관객을 웃기기까지 한다.
상당히 거시기(?)한 발명품이라서 직접보시고 나면 놀랄 듯 싶다...
아참, 이 영화의 OST에는 아주 기똥찬 음악이 있다.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오는 곡은 Fugs라는 밴드의 'C.I.A Man'이라는 노래다.
아주 인상을 쓰면서 이들 밴드 뱀버는 이 노래를 불렀을 것 같다.
퍽스라는 이 밴드는 1964년 뉴욕에서 결성된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라고 하는데 더 이상 자료를 찾을 수가 없다. 아시는 분은 자료좀 부탁한다.
'번 애프터 리딩'의 공식 OST도 이 노래는 수록이 되지 않았으며 국내에는 아예 OST 조차 시판도 되지 않았다.
아마존 닷컴에서도 거의 희귀 음반 취급을 받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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