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그들만의 시네마 천국...

송씨네 2009. 4. 11. 04:33

 

 

 

1982년 '람보'에서 실베스터 스텔론은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무서운 남자였다.

웬지 그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았다.

근육질에 강한 남성을 드러내는 액션씬은 그래서 실베스터 스텔론을 당대 최고의 스타로 만들었다.

그는 나이가 많아도 지금도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한다.

과연 '람보'를 본 세대들에게 그 당시의 기억들은 어떻게 다가올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로 컬트 SF 영화의 혁신을 보여주었던 가스 제닝스 감독이 신작을 들고 나왔다. 1980 년대 영국으로 떠나보자...

 

 

윌이란 소년은 뒤뜰의 아지트로 향한다. 그림을 그리는 윌은 항상 조용한 소년이다.

한편 극장에서는 또 다른 소년이 영화를 비디오 카메라로 담고 있다.

그 작품은 바로 바로 '람보'(First Blood)...

학교에서 벌을 서던 그 문제의 소년 리와 TV를 기피하는 소년 윌은 그렇게 복도에서 만났다.

우연히 윌이 틀고나간 '람보'를 보고 그는 황홀한 느낌을 받는다.

리는 TV 프로그램인 '나도 영화감독' 프로그램에 나갈 계획으로 단편영화를 준비중이었고 얼떨결에 윌은 이 작품에 출연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육군장교가 되었고 람보의 아들이 되었다.

하지만 윌의 집안은 청교도를 믿는지라 학교 외에는 밖의 출입이 힘들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영화촬영은 불가능한 일이 될지도...

한편 프랑스 교환학생들이 대거 윌과 리가 다니는 학교에 오게 됨으로써 그들의 영화만들기는 점차 단편영화가 아닌 블록버스터 급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들의 최대의 역작, '람보의 아들'은 무사히 TV 전파를 타게 될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의외로 재미있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미셀 공드리의 '비 카인드 리 와인드'는 온갖 블록버스터를 패러디하였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진정한 걸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짜 오디션에 순순히 넘어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타 메이커' 같은 작품도 있고, 영화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우리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예' 같은 작품도 있다.

알만한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분명 모르는 이야기... 바로 영화를 만드는 제작기가 아닐까 싶다.

 

영화 '람보'의 모티브를 가져온 이 작품은 그러나 감독인 가스 제닝스의 추억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제작비가 없어서 1인 다역은 물론이요, 세트도 폐허가 된 공간이나 호숫가가 주요 로케 장소이다.

어설픈 그들의 몸놀림은 그러나 프랑스 교환학생 디디에의 등장으로 이상해진다.

 

1 1 1 1 1 1 ...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케일이 갑자기 커짐은 물론이요, 단 두 명으로 시작한 영화는 엄청나게 많은 인물들로 불어나게 된다.

덕분에 왕따 였던 두 소년들은 학교에서 인기스타가 되었고 그들이 출입하지 못하는 공간까지 출입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인물들이 많아질 수록 촬영의 제약도 커지고 윌과 리의 우정전선에도 문제가 생기고 만다.

 

 

이 작품은 이 영화의 배경을 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람보'가 상영되는 극장을 비추면서 자연스럽게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일명 벽돌폰으로 불리우는 '카폰'이 이 작품에서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70,80 년대나 볼 수 있는 롤러장 분위기의 음악들과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대적 상황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보여준 영화에 대한 열정은 너무나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말썽쟁이로 흡연은 물론이요, 도둑질까지 아무런 죄책감없이 하던 리와 청교도의 엄격한 규칙 때문에  TV 시청 금지는 물론이요, 집회 도중 시계는 모두 풀어야 하며, 외출이 제한되고 자칫 그 가족들도 피해를 보는 그런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윌에게 영화를 하면서의 일상탈출은 즐거운 하루의 일과처럼 다가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리 만큼이나 불량한 그의 형의 관계는 조금 어색하기만 하다.

더구나 사고로 큰 부상을 당하고 거기에 형이 아끼던 비디오 카메라까지 망가진 상황에서 어쩌면 두 형제의 위기까지 보이기만 하다. 하지만 마지막 극장 장면에서 '람보의 아들'이 극적으로 완성되는 완성본을 보고 리는 감동의 눈물과 동시에 난대없는 형의 특별출연으로 어색했던 관계를 풀게 된다.

 

 

윌과 리 역을 맡은  빌 밀너와 월 폴터는 실제 가스 제닝스의 까다로운 오디션에서 통과한 신인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연기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그 순박함 그 자체가 원래 그들의 모습들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또한 가스 제닝스의 고백에 의하면 영화 속의 장면 일부는 실제로 그가 어린시절 영화를 만들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이 일부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대포로 사람이 튕겨나가거나 서커스나 액션영화를 방불케하는 황당한 장면들도 위험한 장면이긴 해도 실제 어린시절 해봤음직한 행동들이라는 사실이 더 놀라울 따름이다.

 

이 영화의 원제 또한 그들이 만든 영화의 동명 제목인 'Son of Rambow'(람보의 아들)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제목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제목인 듯 싶은데 좀 영화 내용과는 약간 동떨어진 개봉제목이 아닐까 싶어졌다. 물론 영화 전반에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과 CG는 이 영화의 우리나라 제목이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도 해본다. 분명 이들의 삶 자체가 현실적이기 보다는 판타지에는 더 가까우니깐...

 

 

우리는 영화처럼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진정한 영화 속 드라마는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삶 자체가 드라마이며 영화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본다.

 

 

 

PS. 이 영화의 제목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분명 람보는 'Rambo '라고 표기되지만 'W'가 더 붙어 있다.

위의 스틸컷에도 윌이 그린 화장실 낙서에도 'W' 가 붙어있다.

왜 그런 것일까?  후속편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으며, 어린이가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법적인 문제를 피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러나 영화속에는 아주 재미있는 이유가 등장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의 엔딩 크레딧도 끝까지 봐야 보너스 화면이 등장한 것 처럼 이 작품도 엔딩 크레딧을 놓치지 말고 끝까지 보시길 권한다. 다 이유가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