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다큐 '살기 위하여', 우리가 살기 위하여, 그들이 살기 위하여...

송씨네 2009. 4. 17. 02:01

 

 

 

다큐 프렌즈의 네번째 작품.. 6 개 중 4 번째 영화 관람...

 

산과 들이 농민들의 터전이라면 바다와 갯벌은 누구를 위한 터전일까?

당연한 소리이지만 바로 어민들을 위한 터전이다.

하지만 그 터전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울고 있다. 분노하고 있다.

그들은 뭐 때문에 울고 분노하고 있는 것일까?

이강길 감독의 다큐 '살기 위하여'이다.

 

2006년 3월 16일...

법원은 계화도 어민들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새만금 사업 쪽으로 손을 들어줬다.

물막이 공사 금지를 법원에 요청했지만 그렇게 마지막 물막이 공사는 끝나고 말았다.

계화도 어민들에게 바다와 갯벌은 삶의 터전이었다.

자식들을 학교를 보내고 이것 말고는 해 본 적이 없다.

그런 그런 그들에게 부당한 판결은 그들에게 도둑질이나 노가다(막노동)나 뛰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그들은 환경단체를 믿었고 대책위원회를 믿었다.

하지만 같은 마을 주민들이라도 편은 갈라지기 마련이다.

자신들이 일하는 곳만이 평생 직장이나 다름 없는 의미에서 대다수들의 주민들은 해수유통을 주장하고 있고 또 따른 쪽에서는 생존권리(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 같은 편이 싸워야 하고 심지어는 환경단체도 도움이 못된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또 한 쪽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폐장 건설처럼 보상을 받으라고 권유하는 다른 마을 대표도 나타난다. 사방의 적이요, 아무도 그들의 편이 되지를 못했다.

 

 

 

살기 위하여는 처음부터 끝까지 슬픈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희망을 버리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바램은 갯벌과 바다를 죽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미 그들은 이 사건으로 동료를 한 명을 잃었다. (故 류기화 씨...)

그들은 싸움질만 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기 싫었고, 그렇다고 그 누구에게도 동정을 바라는 이들도 아니었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나타났을 때도 언론이 김 교수의 얼굴만 중점 보도 하고 정작 어민들의 모습을 취재하지 않았던 것에도 섭섭함을 보였다. 방송국이 나타나 그들을 취재했을 때도 그들이 싸우는 모습만 취재했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려는 언론은 하나도 없었다.

해양경찰이 그들을 내쫓았을 때도, 정부 부처앞에서도, 청와대 앞에서도 그들을 외롭게 투쟁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것은 없다.

 

 

'살기 위하여'는 '다큐 프렌즈'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다.

'워낭소리'의 소와 인간의 우정,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의 일본 정부와 외로운 싸움을 했던 송신도 할머니, '할매꽃'의 문정현 감독과 그의 외가 친척들의 숨기고 싶었던 과거들까지...

'다큐 프렌즈'은 다양한 다큐들을 통해 소통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네 번째 소통에 관한 이야기는 바로 어민들의 삶이다.

이미 이강길 감독은 지난번에도 소개해 드렸듯이 푸른영상에서 활동한 경력의 감독이며 어민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귀를 기울인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어부로 살고 싶다-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으로 어민들의 삶을 이야기한 경험이 있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단지 이야기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댐구축이나 새만금 사업이나 동강 개발등의 사업들로 인해 바다와 강들이 초토화 되고 주민들의 삶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상황은 이런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환경단체도 많지만 종교인들의 목소리도 많다는 것이다.

쓰레기 시멘트 문제를 시작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 최병성 목사님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는 문정현 신부님도 계신다.

(교회 확장이나 세력확장으로만 신경을 쓰는 종교인들 보다 최일도 목사님이나 이들 어려운 이들을 돕거나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종교인들이야말로 하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진정한 사람들이다. 헌금만 갈취하지 마시고 제발 이런 곳에 눈좀 돌리시길... 나도 카톨릭 신자이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정말로... 자... 더 길어지면 종교 논쟁 심해지니깐 그만 하기로 하고...)

어쨌든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들은 외롭지 않다고 생각된다.

다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정현 신부님의 모습이 애초로워 보이는 이유는 왜 그럴까? 몇 천배를 하면서 오체투지를 하는 그들이 왜 그렇게 길거리로 향하게 되었을까?

 

 

엎어진 물은 다시 담기 힘들다.

그래서 안타깝기만 하다.

그들에게 몇 배의 보상금을 손에 넣어준다 하더라고 그들은 행복할까?

사랑하는 마을 동지를 잃었고, 삶의 터전인 바다와 갯벌을 잃었다.

 

이강길 감독은 애초에 故 류기화 씨의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이야기의 시작이 180 도 변경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재미있게도 이강길 감독의 꿈은 이런 다큐보다는 코믹 다큐를 한 번 찍고 싶다는 것이다.

하긴... 정병길 감독이 '우린 액션배우다'를 통해 인디 다큐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무참히 깨뜨려줬으니  그런 다큐 나오지 말라는 법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새만금에 평화가 찾아와야 할 것 같다.

그는 가을에 다시 새만금 이야기를 담으러 가야 한다고 한다.

이제는 모두 그 시련에서 벗어나 웃을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계화도 주민 여러분들 힘내시길...

 

 

 

PS. 이 작품의 음악은 따로 삽입을 엔딩 크레딧에 표기하지 않았다.

별음자리표 라는 집단이 오프닝과 주요 삽입곡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공식 블로그에는 소개가 되지 않은 듯...

'워낭소리'의 음악을 맡은 음악집단 아나야도 이 작품 덕분에 알려진 것을 생각하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주셨으면 어떨까 싶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음원을 구입하려고 했더니 음악이 없다. 이 아쉬움이란... 

아참, 이 영화의 주요상영작에는 다큐 속에 등장한 이모님들(감독님 표현에 의하면...)의 모습이 나와 있는 공식 포스터로 만든 투명 파일함을 무료로 배포한다. 무료로 받아가시고 '다큐 프렌즈' 차기 상영작도 미리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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