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다큐 '할매꽃'- 외할머니의 역사, 이데올로기의 역사...

송씨네 2009. 4. 15. 01:49

 

 

 

빨리 봤어야 하는데 이제야 보게 된다.

다른 글에서도 밝혔지만 나름대로 인디영화를 많이 보겠다고 이야기 했지만 쏟아지는 상업영화들을 주체하지 못해 놓치는 인디영화가 많다는 것이다.

어쩌면 운 좋게 이 영화를 지금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디다큐 관람 운동인 '다큐프렌즈'의 세번째 작품은 문정현 감독의 '할매꽃'이다.

마치 일곱 개의 구슬을 모아야 하나가 되는 드레곤볼을 만드는 기분으로 영화들이 개봉을 준비하고 있으며 우연치 않게도 다큐 프렌즈의 영화들을 관람했다.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 안해룡 감독의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이미 다 보았으며 여러분에게 리뷰로도 소개해 드렸다.

나머지는 일단 4월 16일 곧 개봉되는 이강길 감독의 '살기 위하여', 5월의 개봉작인 김준호 감독의 '길', 김일란 감독의 6월 개봉 예정작인 '3xFTM'이 준비중이다. 이미 본인은 세 개의 구슬(?)을 모았다.

구슬에 비유를 했지만 그만큼 이 다큐들은 가치도 있으며 의미있는 소중한 보물과도 같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서두가 좀 길었는데 문정현 감독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다큐 제작 집단인 푸른영상 소속이다.

여기에는 '상계동 올림픽', '송환'을 만든 김동원 감독도 있으며 많은 감독들이 오늘도 불철주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얼마전 상상마당에서 열린 포럼에서도 문정현 감독을 보았지만 푸른영상을 포함해서 극영화이건 다큐를 만드는 이들이건 간에 거의 도박에 가까운 제작을 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은 웬만한 사람들이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체의 유혹에 시달리기도 하며 영화 '낮술'의 노영석 감독의 경우는 어머니 돈을 빌려서 영화를 만들었다.

다큐는 사실 어떻게 보면 더 힘들다. 스폰서 구하기가 더 힘들테니깐 말이다.

이런 가운데 바위돌을 향해 무모하게 헤딩을 해야 하는 인디영화계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상하게 오늘은 좀 이야기가 겉도는 것 같다.

줄거리를 이야기해야 하는 시점인데 인디영화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문 감독의 가족사 이야기다.

문 감독의 가족사 이야기를 제안한 사람은 뜻밖에도 추어탕 집을 운영하는 그의 어머니 나경순 여사이다.

외할머니는 참 대단하신 분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범상치 않은 사연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맞아떨어져 갔다.

 

외할아버지가 일제 강점기 이후 좌익 세력편에 서게 되고 이것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문 감독의 외가 내외는 당시 모두 한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어느 동네는 좌익 세력이, 어느 동네는 우익 세력이 사는 마을이 되어버린다.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결국에는 우익 세력들은 문 감독의 외할머니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외할머니 박순례의 남편이자 외할아버지인 나연균은 공산당에서 활동하다가 우익세력으로 부터 모진 고문을 당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외할머니의 오빠인 박노석은 역시 독립운동으로 좌익 활동을 하다가 가족들의 권유로 자수를 하게 되는데 하필이면 어머니 나경순의 친구 가족중 한 명이 경관이었고 처음에는 자수 의사를 밝힌 그들을 용서해주는 듯 했으나 자수를 하러 가는 길에 총살을 당한다.

이후 또 다른 외할머니의 남동생인 박노술은 일본으로 건너가 조총련 생활을 하게 된다. 그 중 아들 박철웅은 일본에서 아직도 거주중이고 박철웅의 딸 박희미는 북한으로 건너가 의사생활을 하게 되지만 병환으로 의사직을 그만 두게 된다. 외할아버지 나연균의 동생이자 문 감독에게는 작은 외할아버지인 나상균은 경찰이 쏜 공포탄에 정신이상 증세에 걸리고 만다. 교회를 다니며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였으나 연이은 자살 시도와 작은 외할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작은 외할아버지의 정신이상 증세는 계속 되었다.

 

이 것이 이 다큐 속의 상황을 간추린 내용이다.

하지만 다큐에서는 이런 복잡한 관계들이 얽히고 얽혀서 좀 복잡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 가족의 가게도가 궁금하신 분들은 씨네 21의 695 호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주요 사건으로 문 감독이 취재한 이야기들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좌파와 우파로 나뉜 마을의 대립 관계, 외할머니의 친오빠의 죽음, 공산당 활동을 한 그녀의 남편(외할아버지), 일본에 건너간 박노술 내외의  생활상, 그리고  작은 외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주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외할머니의 오빠를 죽음으로 이끈 어머니(나경순)의 친구 가족 내외를 만나는 일이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이들은 웃을 수 없었으며 아무것도 모른체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게 되었다.

문 감독은 어머니의 친구 가족을 만나는 것을 제안하지만 쉽게 수락하지 못한다.

그 친구의 가족을 용서하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상대방 친구 가족들의 아픔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는 시대의 이데올로기로 희생된 외할머니 가족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좌파, 우파로 나뉘던 조직은 서로 원수처럼 원망하고 죽임을 당하는 상황을 겪게되고 현제에도 이들 세 마을 사이의 관계는 아직도 좋지 않은 관계로 남게 된다. 거기에 외할머니 남동생인 박노술의 생활상을 통해 조총련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가족 상봉을 핑계로 당시 정부는 조총련 가족들이 귀환을 두고 사상을 바꾸어서 이들이 오게 된 것이라는 등의 선전을 하게 된다. 조총련으로 사는 것도 힘든데 정부에서 자신들을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아닌 그냥 '동포' 취급을 받는 것에 서러움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시대의 이데올로기는 그들을 슬프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 것이다.

 

이 들 가족들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친척 중 한 명은 파혼을 당한 경험도 있다. 군인 남편을 두어서 결혼을 앞두던 시점에 가족 관계 조사도중 좌익 세력에서 활동했던 것이 들통나버렸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열심히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어야 하고 '빨갱이 가족'으로 낙인찍혀 아무런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이 들 후손은 당시의 조상들이 벌였던 상황이 잘못 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 순간의 잘못으로 가족 전체에게 주홍글씨가 찍히는 점에 대해서는 서럽다는 이야기 밖에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차이가 비단 이들 가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제 이 나라 역시 색깔론으로 서로 싸움을 부추기고 있으며 현제도 좌익과 우익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색깔론적 이념은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세대를 사는 사람으로써는 부끄러운 일이자 유치한 싸움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나는 색깔론이라는 이념을 속옷 색깔에 비유해서 표현하곤 한다.

가령 빨강 팬티와 파랑 팬티가 있는데 파랑 팬티를 입은 무리들이 빨강 팬티를 입은 사람들의 길을 막아서 행패를 부리거나 혹은 파랑 팬티로 갈아입는 것을 강요한다. 심지어는 자신들이 입은 색깔의 팬티가 우월하다고 연설까지 한다. (이게 요즘 정치하시는 분들이 하는 행해지는 색깔론의 예라고 생각된다.) 

물론 사람의 생각이 하나로 통일되면 좋겠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100 명 모두 똑같을 수 없듯이 그 이념에 대해 테클을 걸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이 이념의 차이는 재미있게도 문정현 감독의 부모님에게서도 차이가 난다.

국가보안법 폐지, 전교조 문제 등을 부모님에게 질문을 드리자 일부 의견에는 의견 일치를 보이지만 몇 가지에는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인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그런 이념의 이유로 문 문감독의 부모님은 부부싸움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 이 나라의 상황은 서로를 이해하기 보다는 헐뜯고 무시하기에 바쁘다.

 

사회 이슈를 논할때 가장 피해야 하는 이야기꺼리 중에 몇 가지가 있는데 종교 문제와 바로 정치 문제이다.

이런 글을 올리면 찬반양론이 올라올 것이 뻔하고 내가 아무소리를 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멍석깔고 서로 싸우다가 다시 흐지부지해진다. 어쩌면 이 작품은 문 감독 가족의 고난사이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의 현 시점을 반영하는 작품이라고 본다.

 

 

 

지금 당장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정치,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서로를 이해해 주는 것이 옮지 않을까 싶다.

조선, 중앙, 동아가 한겨레나 경향과 타이틀 매치를 벌일 필요도 없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과 민주 노동당 등의 정당들이 서로 자신들의 이념을 주장하기 보다는 서로 자신들의 단점을 생각해보고 상대방의 장점은 뭔지 파악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문 감독 가족의 저주 아닌 저주는 앞으로도 계속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저주를 만든 것은 안타깝게도 이데올로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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