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7급 공무원', 그냥 부담없이 웃자, 웃어!

송씨네 2009. 4. 18. 02:04

 

 

 

 

개봉 예정작입니다.

반전같은 것은 없으나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코미디 영화는 의외로 많은 위험이 도사린다.

어설프게 웃겼다가는 욕먹고, 내용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도 욕을 먹는다.

코믹 영화에는 작품성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면 그건 코미디 영화가 아닐 것이다.

일부언론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개봉 예정작이 있다.

바로 신태라 감독의 '7급 공무원'이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한 여자가 웨딩 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딘가 좀 이상해 보인다.

단아한 웨딩드레스의 그녀는 갑자기 보트를 얻어타더니 공중 2 회전으로 악당을 처치한다.

그렇게 국정원  공무원인 수지는 여행사 직원으로 몇 년째 위장중이다.

사랑하는 남자 재준을 보내버리고 그렇게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3년이 지나고 그들은 남자 화장실에서 청소부와 회계사로 만났다.

평범한 청소부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수지와 평범한 회계사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재준...

그렇다. 그들은 서로 접선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지는 세균전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노 박사의 뒷조사를, 재준은 러시아 비밀조직의 뒤를 조사해야 한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 아니... 수원성(?)에서 만난다고 하더니만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일이 생긴 것일까?

 

 

 

신태라 감독...

남성인지 여성인지 아직도 헛갈리는 이 분의 성별은 남성이다.

전작 '검은 집'에서 황정민과 작업한 그는 신인답지 않은 스릴러로 주목을 받은 감독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극과 극의 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19세 이상 관람가의 반대는... 당연히 청소년 관람가이지만 이 영화는 12 세 관람가이다.

그 정도로 매우 자극성 없는 안전한 영화다 이거다!

(다만 원석이 재준의 컴퓨터 패스워드를 푸는 장면은 약간 거시기(?) 하니 주의할 것!)

스릴러를 만들던 사람이 왜 코믹 첩보 액션일까라는 의문이 들지만 일단 그 의문은 접어두기로 하고...

 

사실 최근 코믹 첩보물은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이다.

국내에는 '다찌마와 리'도 있었고 헐리웃으로 넘어가면 '겟 스마트'도 있었으며 지저분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코믹 첩보물 '오스틴 파워'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작품들 보다도 덜 자극적이라고 해도 이 영화는 틀린 말은 아니다.

역시 코믹 첩보물이자 패러디물이었던 '재밌는 영화'에 더 가깝다고 해야 옮을 것 같다.

전반적인 상황은 '쉬리'나 '재밌는 영화'의 액체폭탄 상황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기서는 생화학 무기로 세균에 감염되면 엄청난 치사율을 보이는 바이러스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사실 걱정이 되었다. 이 영화의 등급을 확인하지 않고 시사회에 임한지라 이 영화가 혹시나 자극적인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웬걸... 적당히 치고 들어가고 있다. 알아서 말이다.

 

영화는 재미있는 설정을 부여했다.

연인이었던 두 사람은 모두 각각 국정원에서 일하는 7급 공무원(쉽게 말하면 스파이...)였지만 서로의 신분을 모르고 살았으며 영화가 끝날 쯤에야 두 사람이 서로의 신분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과학자와 러시아 조직이라는 어떻게 보면 만날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두 관계가 점점 꼬이면서 웃기는 상황으로 변화하게 된다.

거기에 맨토로 등장하는 두 국정원 요원은 국정원에서는 스승이자 사랑에 관해서는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수지가 일하는 곳에서는 홍팀장(장영남)이, 재준은 원석(류승룡)이 멘토 역할을 하는 이들로 등장한다. 

이 영화가 첩보물이지지만 웃음코드를 빼놓지 않았던 것은 이 적절한 두 멘토들의 역할이었다고 본다.

 

 

 

 

 

화장실 유머가 아닌 적절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삽입하였기에 이 영화가 관객들로 하여금 지루하거나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흥행작인 '과속 스캔들'의 장점을 그대로 쏘옥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면에서도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가령 러시아 요원과 총격전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보통 서로 총을 겨누면서 육탄전을 벌이기 쉬운데 하필이면 모형 총을 전시한 전시장에서 총을 분실하면서 상황은 기막히게 변하게 된다. 이외에도 영화 속에서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관객을 웃게 만드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자칫 썰렁하기 쉬운 장면들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서 관객에게 웃음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괜찮은 장면들을 더 뽑으라면 초반 김하늘의 보트 추격 장면이나 수원성에서의 대결은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코믹과 액션을 적절히 배합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수원시의 빵빵한 지원이 아니었으면 이 장면 찍기도 힘들었을 듯... 수원성은 주요 대표 문화제가 아니던가!!)

 

 

액션 영화는 처음 도전한다고 믿어지지 않는 김하늘의 연기와 이미 '영화는 영화다'나 '쾌도 홍길동'으로 액션 연기에는 큰 기대감을 걸었던 강지환이 등장이기에게 이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는 오히려 더 커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 의외의 악당으로 등장하는 강신일 씨 의 등장이나 목소리 출연으로만으로도 포스가 느껴지는 양희은 씨의 등장이 인상적이다.  (마지막에 '너 누구니~?'와 같이 특유의 목소리로 더 폭소를 주셨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반갑다.)

 

 

한간에서는 이 영화가 작년에 큰 성과를 거둔 '과속 스캔들'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 표현은 과장된 것 같지는 않다. 재미있는 사실은 '과속 스캔들'과 '7급 공무원'을 배급하는 곳이 롯데 엔터테인먼트(이하 '롯데')라는 점이다. 과거 롯데는 배급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그들이 배급을 맡는 영화마다 별 소득을 못거두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코미디 영화를 고르는데는 그들의 재주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롯데가 '과속 스캔들'과 '7급 공무원'이라는 의외의 대박 아이템을 건지므로써 과거의 치욕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해보게 된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는 요즘이다.

그냥 이 영화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코미디 영화가 맞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만만하게 큰소리 치다가 쫄딱망한 코미디 영화들과는 차원이 틀리다.

언제 들어왔다 나가야하는지 잘 아는 똑똑한 코미디 영화라는 것이다.

물론 그 코미디가 유치해 보일지는 몰라도 분명 장담하지만 올해 괜찮은 코미디 영화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일단 생각이 된다.

(물론 이 역시도 후반기에 더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가 나와준다면 더 고맙겠지만 말이다.)

 

 

 

PS.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이 영화의 제작사와 재준이 활동하는 국정원 소속 집단의 이름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바로 하리마오... 이 영화를 만든 영화사의 이름이자, 재준이 활동하는 집단의 별칭은 동일하다.

'하마리오'란 인도네이사어로 호랑이를 뜻한다고 하는데 영화사 이름이나 영화안에 거론하고 싶을 정도로 강하고, 오랫동안 장수하고픈 영화사로 남고 싶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두사부일체'의 경우도 아예 영화 제목과 영화사 이름이 동일(두사부 필름)했던 것을 생각하면 영화 제목와 영화사와의 관계는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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