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화제작이니 당연히 보시겠지만 말이죠.
보실 분은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삼인조'를 지나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영화가 어려워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도 동시에 얻는 감독이 되어버렸고 말이다.
'올드보이'(2003)를 포함한 복수 3부작1, 그리고 최근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등의 작품은 난해함과 모호함으로 관객과 평론의 다른 평을 얻었다. 그래서 아예 그는 작정하고 제작사 이름을 '모호필름'이라고 지었는지도 모른다.
'박쥐' 개봉 소식을 접하고 나서 홍보사 측으로 메일이 왔고 스킨이나 기타 컨텐츠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보다시피 본인의 블로그는 절대 상업적 스킨을 불허하는 사람(본인이 책을 냈다면 모를까 말이다...)이라서 상업 스킨을 제외하고는 뭐든지 다 좋다라고 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 살짝 삐졌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나는 소심한 O 형이다... ^^; )
얼마전에도 글에서 남겼지만 기자들이나 언론사 사람들은 자신들이 요청한대로 하지 않으면 찌질하게 삐져가지고 기사를 삐딱하게 쓰는 경향이 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그런 치졸한 짓은 하지 않겠노라라고 약속드리고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나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답장했다고 쇼케이스 한번, VIP 시사회 한번 초청 한번 요청을 하지 않았다니...
홍보 마케팅 하시는 분도 본인만큼 소심하신 분인 것 같다.
VIP 시사회 이외는 절대 일반 시사를 하지 않은 것은 매우 큰 자신감으로 보였다.
'올드보이'의 박찬욱이었기 때문에, CJ 에서 배급하기 때문에, 그리고 유니버설 픽쳐스와 공동으로 투자를 하는... 그래서 국내에서 얼마 안되는 해외 진출의 희망이 보이는 영화라서 그런지 그 자신감은 일반시사를 하지 않는 결과를 보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얼마나 이 영화가 잘났길래... (서론이 또 길어졌다.)
상현은 촉방받는 신부이다.
병원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는 그는 불상하게 세상을 뜨는 이들 때문이라도 뭔가 하고 싶어했다.
그는 자원해서 바이러스 퇴치를 막기위한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심한 바이러스에 걸려 사망 일부직전의 상현은 급히 수혈을 받고 기적처럼 부활하게 된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그는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여러 곳에서 그를 찾기 시작한다.
그 중 하나가 상현의 친구 강우였고 맹한 모습의 그와 더불어 그에게 구박받는 여인 태주와 강우의 시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문제는 상현이다. 치료는 된 것 같지만 알고보면 지독한 또 하나의 병에 걸려버렸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피와 더불어 그는 주체할 수 없는 성욕과 탐욕에 시달리게 된다.
마치 출렁거리는 강우네 물침대만큼이나 그들의 기복도 심해지게 된다.
인간에 탐욕은 어디까지일까?
피에 굶주린 신부와 피로 말미암아 파멸의 길로 향하게 되는 태주의 모습에서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하게 될 것이다.
'박쥐'의 별점 점수는 계속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다가 찬반 양론이 똑같이 올라오고 있다. 정말로 기묘한 영화이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임수정과 정지훈(비)라는 특급 스타를 기용했지만 실패한 이유는 박찬욱 감독의 그 난해함 때문일 것이다. 그는 여전히 난해한 영화만들기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않았다.
영화는 호러와 블랙 코미디, 맬로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상현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피의 굶주림은 호러물을 보는 기분이고 태주가 상현으로 물들여가는 장면부터는 블랙 코미디가 되어버린다.
거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으로 갔다가 애증으로 헛갈리기까지 한다.
또한 피를 얻는 방법에서도 두 사람은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된다.
신부였던 상현은 아무래도 살생은 나쁘다는 것은 알기에 헌혈용으로 수혈된 피나 인터넷에서 모인 자살사이트 사람들을 모아 합법적(?)인 수혈로 피를 보충하고 태주는 반대로 일반적인 뱀파이어들이 하던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거기서 피를 보충하고 있다.
피를 얻는 방식이 틀리듯 그들의 가치관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탐욕과 성욕이다.
상현은 뱀파이어가 된 뒤 신부로써의 고귀한 순결을 잃었고, 태주는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억눌렸던 고통에서 벗어나 멋대로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인간의 탐욕을 뱀파이어라는 소재로 이용해서 사용한 이 영화는 과연 정말로 피가 때문이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뱀파이어가 되면 영생을 얻을 수 있고 심지어는 힘도 세지며 젊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신은 그들에게 빛을 보지 못하도록 저주를 내렸고 인간과의 사랑을 할 수 없도록 저주를 내렸다.
그게 저주라면 저주이겠지만 어쩌면 영화속 상현처럼 원치 않은 일이 될 수도 있고, 태주처럼 은근히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얼굴에 수포로 가득한 상현을 오히려 부추긴 사람은 재미있게도 노신부(박인환)이다. 술로 삶을 살아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 신부이지만 작은 희망이라도 얻고 싶어서 자신의 피를 가져가 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노신부와 상현은 잠재된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사실 이 영화가 위험하다고 보여지는 이유는 바로 카톨릭을 바라보는 기준이 삐딱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 영화의 감독인 박찬욱 감독도 카톨릭 신자였고 어렸을 때는 신부님의 길을 갈 뻔 했던 그만큼 집안이 엄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버튼이 불우한 시절임에도 삐딱하게 세상을 보아왔고 그것이 자신의 영화에 반영되면서 그가 감독으로의 명성을 쌓듯 어쩌면 박찬욱 감독은 팀버튼 같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가 알고보면 또 하나의 영화속 상현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자문도 받았고 카톨릭과 관련해 많은 협조를 얻은 이상 이 영화는 큰 논란이 없을 것 같지만 어쩌면 종교적 신념에 대한 방황에 대한 논란은 지금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여러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든지 논란을 일으킬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정말 영화속 대사처럼 이러다가 둘 다(상현과 태주) 지옥가는 것이 아니라, 박찬욱 감독도 지옥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
('정교빈, 신애리 죽이고 지옥가겠습니다...' '아내의 유혹'에 이어 지옥행 열차 타실 분들이 또 늘어나는 것이 아닐런가...)
송강호는 너무나도 그의 연기력은 더 이야기해봤자 뻔한 이야기라서 집어치우더라도 김옥빈의 발견은 사실 의외이다.
김옥빈의 모습에서 '올드보이' 때의 강혜정을 보았다는 이야기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김옥빈의 인지도보다는 그녀의 신뢰도는 매우 낮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할인카드와 된장녀 발언이 파급력이 컸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떻게 보면 전작인 '다세포 소녀' 만큼이나 엽기적인 모습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전작들에 비해 많이 작품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는 있으나 역시 문제는 그녀의 신뢰도를 어떻게 높이냐는 것이다. 여배우들도 꺼려한다는 노출연기에 도전했기에 그 열정은 높이 사겠지만 나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의외의 문제는 이 영화의 마케팅이다.
노출만이 마케팅의 전부로 치닿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만 하다.
국내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남성의 성기 노출이 화제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이 영화를 보는 기준도 아니며 화제성이 될 수도 없다고 본다. 벗었다고 이 영화가 저질이라고 이야기하거나 혹은 작품성이 있다고 떠드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영화는 배우의 연기를 보여주고 그것을 홍보함이 옮다. 하지만 배우가 벗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은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맹한 연기(!)를 보여준 신하균과 작은 역할이지만 여전히 큰 활약을 보여주는 오달수와 조금씩 컴백을 통해 다시 연기자의 길로 가는 송영창 등등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역시 송강호나 김옥빈 만큼이나 고생했던 배우는 김해숙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에서 자상한 어머니로 사랑받던 그녀는 '우리 형'을 시작으로 자상한 어머니는 물론이요, 억척스러운 어머니, 지혜로운 어머니, 웃기는 어머니, 무서운 어머니 등을 연기했다.
최근의 '무방비 도시'는 그녀에게서 터닝 포인트로 다가왔고 '박쥐'에서는 전형적인 구박하는 시어머니에서 출발하여 온몸이 마비된 와중에도 살려는 의지를 보이는 억척스러운 어머니로 등장한다. 사실 온몸이 마비된 척하는 연기는 쉽지가 않다. 더구나 눈동자와 손만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매우 고통스러운 일인데 김해숙은 그 연기를 충실히 했다.
박찬욱 감독은 결국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애매'모호'한 영화를 들고 나왔다.
평이 갈리는 이 영화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관객의 평단이 작용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주 4월 마지막주가 워낙 센 작품들이 많이 개봉된지라 상황은 언제나 바뀔수 있다.
영화알바를 포함한 그 놈의 입소문은 매우 무섭기 때문이다.
아참, 음악을 빼놓고 이 영화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박찬욱 감독의 파트너인 조영욱과 이번에도 작업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클레식 느낌 주요 테마들은 '친절한 금자씨'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의외의 선곡은 바로 올드한 국내 가요라는 것이다. 강우 가족이 사는 집은 그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한복집을 포함하여 매우 올드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집안의 물건들이 전자렌지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물건들이 올드하다. 음악도 올드한 이유도 아마도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LP(레코드 판)의 음악이야말로 추억을 자극하기 좋은 요소이다. 6,70년대를 대표하는 남인수, 이난영의 음악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다만 이 음악을 '뽕짝'이라고 표현한 것은 좀 불쾌하다. 트롯과 뽕짝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보여진다.
뽕짝이 특유의 전자음과 '앗싸~ , 우루루히히~' 등의 외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남인수, 이난영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그들의 음악에는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국내 뽕짝의 아버지(!)는 신바람 이박사 님이 아니던가?
개인적으로 젊은 감성의 트로트는 좋아하지만 뽕짝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런 쓸대없는 후렴구가 싫어서이다. 다만 이박사의 음악은 예외이다. 같은 외침이라도 이박사는 다른 맛이 나기 때문이다.
(혹시 두 아티스트의 곡을 검색해서 음원을 올려보려고 했으나 원곡은 없고 정말로 그들이 말하는 '뽕짝' 필이 나는 음악들이 많았다. 그것 때문에 그들이 뽕짝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인가?)
- 복수는 나의 것(2002), 친절한 금자씨(200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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