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김씨 표류기', 그래도 그들은 별일 없이 산다!

송씨네 2009. 5. 2. 23:34
                                                                             

 

 

따끈따끈 신작입니다.

당연히 스포일러가 많겠죠. 개봉일까지 꾸욱 참으실 분은 이 리뷰가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주말 시사회는 부담이 없어서 좋다.

더구나 대낮의 시사회라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대낮의 주말 시사는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준 감독과 이해영 감독...

그 중 이해영 감독은 '29 년'(강풀의 원작 '26년')이 잠시 제작이 불투명한 가운데 EBS 시네마 천국에서 여전한 입담을 자랑하고 있지만 과연 이해준 감독 홀로 남겨진 가운데 그의 홀로서기가 궁금하실 분이 계실 것이다.

그런데 그가 준비한 작품은 밤섬에 표류한 한 남자와 자청하여 하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된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과연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이 작품...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만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주말에 만난 이해준 감독의 신작 '김씨 표류기'이다.

 

 

한 남자가 자살기도를 하고 있다.

그는 '♪무이자, 무이자~' 송에 속아서 대출을 했고 빛도 산더미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퇴출당해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그에게 죽는 것은 전혀 무섭지 않을지도 모른다.

추락... 하지만 그는 살아있다.

이름모를, 아니... 우리가 알고 있지만 살고 있는지 아닌지도 분간이 안가는 그 곳...

그는 밤섬에 표류했다. 휴대폰 잘 터진다! 하지만 배터리가 없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을 외쳐준 콜센터 직원 덕분에 그나마 남은 배터리 잔량 부족으로 좌절 맞는다.

죽고 싶었지만 그는 죽음이 아닌 생존을 선택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을 만들고 싶었던 그에게 그 희망은 자장 라면 봉지에 적힌 '희망소비자 가격'의  '희망'은 더욱 값진 것이었다. 

한 편 서울의 밤섬 건너 한 아파트에는 한 여성이 살고 있다.

지저분하게 널브러진 쓰레기들로 가득차있지만 매일 운동을 하고, 미니 홈피를 정리할 여유가 있는 그런 여자이다. 달사진을 찍다가 밤섬의 그 남자를 보았고 그 남자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3 년을 밖으로 나가보지 않은 상황에서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그녀의 안부가 담긴 '병속에 든 편지'는 그렇게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지만 앞으로 갈길은 멀다.

그들에게 삶은 희망이며, 옥수수도 희망이고, 자장면도 희망이다...

 

 

 

 

 

사실 이런 영화가 가장 위험한 이유 중 하나라면 단독 주연이거나 혹은 두 명이 그 축을 이루고 있는 작품일 경우 어떻게 러닝타임을 이끌어나갈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해준 감독은 의외로 치밀하게 116분의 러닝타임으로 작품을 담아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의외로 상당히 익숙하다.

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통해 외로운 한 사내의 투쟁기를 보았으며 '캐스트 어웨이'를 통해 맘만 먹으면 배구공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홀로 표류하는 남자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혼잣말을 좋아하고 외로움을 잘 타며 친구를 대신할 만한 녀석을 만든다는 것이다. 로빈슨에게는 새가 있었고, 척(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이름)에는 월슨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남자 김 씨에게는 무엇이 있었을까? 바로 허수아비 '오뚜기' 군이다.

오뚜기 군과 함께라면 힘든 생활이지만 외롭지는 않았으며 그는 그 어디선가 떠내려온 자장 라면의 스프를 발견하면서 자장면을 그동안 먹지 않은 설움에 눈물이 나게 된다. 새의 응가마져도 그에게는 활력소였고 그는 고추, 오이, 콩 등을 수확하며 기쁨을 만긱한다.

그러나 가장 최고의 큰 수확인 옥수수를 이용해 그 가루로 면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가 자살을 포기하려던 이유가 재미있게도 자장면을 먹기 위해서였다는 이야기는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지만 그러나 그 장면이 하나하나 현실로 이루어지면서는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녀 김 씨도 옥수수를 좋아한다. 그녀의 방안에는 옥수수 통조림으로 가득하다.

홀로 방에서 살고 있는 그녀 김 씨 이지만 만보계로 운동도 꾸준히 하며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섭취한다.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지만 미니 홈피로 자신을 과시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미니 홈피 속의 모습은 모두 거짓이다.

신상 명품을 샀다고 자랑을 하고 여기저기 남의 미니 홈피에서 긁어모은 사진으로 자기 자신을 과대 포장하지만 그것이 어저면 홀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나마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자 김 씨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있었다.)

밤섬의 그 남자 김 씨를 바라보면서 그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과감한(?) 외출을 감행한다.

그러면서 그녀 역시 자신도 모르게 은둔형 외톨이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 남자와 그 여자 김 씨는 대한민국 서울의 어느 섬에 표류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 남자 김 씨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표류를 했다면 그 여자 김 씨는 본인 스스로 자청하여 방이라는 섬에서 표류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 삶을 즐기고 있다. 이는 청년 실업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을 대변하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하게 되었다.

섬에 표류한다고 해서 외로운 것은 아니다. 실의에 빠지고 고통받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 역시 이 세상 어딘가에 표류하고 떠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 여자 김 씨는 충분히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 남자 김 씨는 탈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던 와중에 그는 여자 김 씨로 부터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배달해 온 자장면을 배달받게 된다. 배달되어 온 배달부는 오리배를 타고 머나먼(!) 밤섬으로 들어온다. 물론 남자 김 씨에게도 버려진 오리배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인가 끌고 오는게 힘이 들었는지 오리배로의 탈출을 하지 않는다. 여기서 의문은 남자 김 씨는 중화요리 배달원이 타고온 오리배로 왜 탈출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다.

거기에 태풍이 밤섬으로 넘어오면서 그 남자는 오리배로 탈출 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를 잡지만 그는 밤섬으로 오리배를 끌어올 생각만 했지 탈출을 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결국에는 폭우에 힘이 들었는지 그 오리배를 놓아주기까지 한다. ( '오뚜기' 군 만큼이나 소중했던 친구였고 내집마련의 꿈을 현실로 이끌어준 고마운 녀석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에 해병 전우회(밤섬 청소를 위해 온 사람들...)로 구성된 이들에게 강제로 추방된다.

하지만 그 남자 김 씨는 오히려 매우 저항을 하고 있었다.

정말 밤섬에서 살았던 그 3 개월이 행복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섬에서 나오더라도 다시 막막한 생활을 해야하는 두려움 때문일까?

그가 그처럼 원했던 탈출을 하지 못했던 이유가 갑자기 궁금해질 따름이다.

(물론 진정으로 직접 자장면을 만들어 먹고 싶었던 의지가 있어서 그럴지는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는 밤섬 탈출을 포기하는 그의 사정 역시 궁금해진다.) 

 

어쩌면 그들이 살 수 있었던 의욕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옥수수와 자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 남자에게 자장면은, 옥수수는 희망이었고 그 남자 덕분에 그 여자 역시 희망을 알았다.

희망은 그야말로 '희망 소비자 가격' 문구를 능가하는 위력을 가진 단어가 아니었을까?

 

 

정재영과 정려원이라는 두 정 씨 성을 가진 배우가 김 씨를 연기한다는 것은 의외의 재미이다.

정재영은 코미디와 액션 모두 강한 배우이기에 익숙한 배우이지만 정려원은 그릅 '샤크라'의 그림자에서 점점 지워지는 느낌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거쳐, '두 얼굴의 여친'까지 작품수는 많지 않지만 최근 사극 '자명고'에 등장하는 등 그녀의 활동영역은 점차 넒어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아울러 '박쥐'의 송강호의 노출과 '김씨 표류기'의 정재영의 노출 대결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 정재영의 노출은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다.  거기에 맨 얼굴로 거침없이 망가져 주는 모습들도 인상적이다. 덮수룩한 수염과 화장기가 없으며 오토바이 헬맷으로 온 얼굴을 가리는 모습도 재미있다.

 

이 영화의 홈페이지(http://www.kims2009.com )도 인상적인데 낮에는 남자 김 씨의 모습을, 밤에는 여자 김 씨의 모습만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독특하게 운영한 방식이 인상적이다.

최근 경비 절감을 위해서 홈페이지 형 홍보에서 블로그 형 홍보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욕적으로 만든 재미있는 홈페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모든 서비스(시놉시스, 출연진, 게시판, 미디어 자료)를 스크롤 바 하나로 간소화 시킨 것도 의외의 깜찍하고 톡특한 아이디어로 평가하고 싶다.

 

 

 

재미있는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PPL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죽하면 엔딩 크레딧에는 이런 자막도 등장한다.

 

제작진은 촬영 중 천연 소재를 이용하여 특수효과를 연출하였으며, 협찬을 제외한 상품은 특정브랜드와 연관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뚜기 군의 모습이나 자장 라면 등이 노출되었으나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등록되지 않은 협찬사이다. 여자 김 씨가 즐겨먹는 옥수수 통조림도 PPL이 아니다. 그러나 의외의 PPL이 보이는데 바로 옥수수 자체가 하나의 PPL이라는 것이다.('강원도 농업기술원 옥수수 시험장'이라는 특이한 엔딩 크레딧이 협찬사로 등장한다.)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환경단체나 밤섬과 관련한 지자체, 구청들과의 협조와 자문을 구한 것도 인상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소재로 촬영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속에는 많은 쓰레기들이 등장했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녀석들이라는 이야기 같다.

영화의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행사도 펼치는 등 영화 내용만큼이나 영화 외부적인 것도 환경 친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사회가 자살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죽고, 자살 사이트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이 영화는 자살을 조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희망을 조장하는 기분 좋은 영화라는 것이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분명 완소영화임에 틀림없다.

여러분에게 이 영화는 묻는다. 내 삶의 '희망' 소비자 가격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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