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싸이보그 그녀'... 엽기적인 그녀, 터미네이터 그녀, 무서운 그녀...

송씨네 2009. 5. 12. 16:34

 

 

 

관객과의 대화가 포함된 리뷰이므로 상당히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 안보실 분을 제외하고는 이 리뷰에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지현을 스타로 급부상하게 만든 작품은 '엽기적인 그녀' 였다.

하지만 한 순간 그녀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영화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였다.

사실 배우들만 마음고생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감독이나 스텝,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며 이 영화에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의 마음 고생도 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외의 마음 고생은 PPL 잘못 넣었다가 오히려 호되게 관객들에게 비판을 받은 업체들이었을지도 모른다.

 

곽재용 감독은 심기일전에 들어가고 일본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코믹 판타지 맬로가 투자자들에게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 '싸이보그 그녀'는 그렇게 등장하였다.

영화 이야기와 더불어 곽재용 감독과 함께한 관객과의 대화도 소개해 드리려고 한다.

 

 

 

 

 

때는 2007년 어느 날...

홀로 생일을 준비하고 있는 지로는 외롭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활작 웃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고 몇 일 간이었지만 그녀와 함께할 수 있었다.

다시 일 년이 지나고 지로는 그녀를 기다렸지만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일 년 전과 달라보인 그녀는 지로에게 다시 나타나게 된다.

그녀는 먼 미래에서 왔다며 레이저 홀로그램으로 노년의 지로 모습을 비춰준다.

젊은 지로가 고생하면서 다치는게 싫다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싸이보그인 그녀를 2008년 일본으로 보낸 것이다. 그렇게 그녀와 지로의 만남은 시작되었다만, 그녀는 엽기적이며 무섭고 결정적으로 감정이 없었다.

항상 그렇게 즐거웠으면 좋겠지만 그들에게도 점차 무미건조한 삶이 계속되게 된다.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곽재용 감독의 '그녀' 시리즈의 마지막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엽기적인 그녀'와 '여친소'의 뒤를 잇는 이 작품은 사실 '엽기적인 그녀'의 뒤에 왔어야 하는 작품이어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사에서 '여친소'의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곽재용 감독은 전면수정하여 '여친소'가 먼저 제작되게 된다.

결과는 흥행 참패와 더불어 지나치게 뮤직비디오 적이라는 평과 더불어 지나치게 PPL로 도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쩌면 진정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고 싶은 사람은 곽재용 감독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여러분이 아셔야 할 점은 왜 '여친소'가 마지막이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그녀(전지현)가 견우(차태현)에게 반강제적으로 시나리오를 읽히게 하는데 하나는 여러분이 보게 될 바로 이 작품 '사이보그 그녀'의 원작이 되는 시나리오이며 또 하나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바탕으로 한 패러디인데 이는 그의 맬로 작품인 '클래식'으로 재창조되는 작품이다. (곽재용 감독께서 그렇게 말했으니 오해 없으시길...)

순서적으로 따지면 자연스럽게 '엽기적인 그녀'-'클래식'-'싸이보그 그녀'-'여친소'의 순이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림여대생' 역시 '엽기적인 그녀' 검객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 작품은 나왔고 여전히 전작들인 '그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곽재용 감독의 여성들은 남성보다 강인하고 용감무쌍하게 그려지게 되었다. 반대로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구원을 받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인데 이에 대해 곽재용 감독은 이는 '남성이 바라는 여성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해달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니깐 남성들이 부족한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이를 대신 해주는 것을 여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남성 우월주의에 사로 잡히는 감독들이 많은 점에서 곽재용 감독은 좀 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이 또 하나 발견되는데 일본에서 만든 작품임에도 한국 정서가 많이 반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곽재용 감독이 일본인 스탭들에게 주문한 내용이며 이것이 받아들인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상당수라고 이야기한다.

가령 한국의 폭탄주 문화나 생일빵(?) 문화는 일본에서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것인데 스텝들에게 설득끝에 촬영을 했다고 전해진다. 심지어는 한국의 폭탄주 문화를 이해 못하던 스텝들이 촬영후 폭탄주 문화에 관심을 갖으면서 실제로 곽재용 감독이 폭탄주 문화를 전수(?)하고 왔다고 하니 재미있는 발견이다.

 

이외에도 지로가 자신이 살던 마을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세트나 전반적인 이미지는 일본이기에 일본 마을 분위기가 났지만 그 속에는 한국적인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가령 예민 씨의 히트곡인 '어느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가 일본어로 등장한다는 점인데 이 부분에도 많은 스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원래는 이 한국어 원본 노래를 촬영장에 틀면서 배우들과 스텝들에게 감정몰입이 쉽게 되도록 많이 유도를 했고 이것은 실제로 성공을 했다. 문제는 이 노래를 영화에 실을 것이냐는 문제인데 완강한 거부보다는 괜찮을까라는 우려때문에 망설였다고 전해진다. 그리하여 일본어 버전으로 다시 영화속에서 삽입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여친소'에서는 일본가요('엑스제팬'의 'Tears')가 나왔는데 '싸이보그 그녀'에서는 반대로 그렇게 해도 괜찮지 않느냐라는 의견도 한 몫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에서는 많은 사건들이 등장하고 그녀는 모든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트럭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출하는 사고부터 어린이 축구단 숙소 화재 사건이나 여고에서의 인질극 사건이 그것인데 나 역시도 그게 궁금해 곽 감독에게 질문을 날렸다.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씨랜드' 축구단이라는 이름이 웬지 낮설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한대로 곽 감독은  1999년에 일어난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의 화재 사건을 영화속에 첨가하였던 것이다. 이외에도 그는 대구 지하철 사건을 영화속에 반영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안전한 일본의 지하철 때문에(일본에서는 절대로 지하철역에서 화재사고가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이 사건은 다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난장여고 인질극은 이와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일본에서 벌어진 사건이었고 이를 모티브로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인질극이 벌어졌고 이 사고로 8 명이 희생되는 사건이었다고 한다.

싸이보그인 그녀가 이들을 구출하는 장면을 넣은 것은 단지 영화속의 지로만 구해내는 것이 아닌 가슴아픈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랬던 곽 감독의 생각이 담겨있는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노년의 치로가 싸이보그 그녀에게 내린 지시사항 중 하나였고 말이다.

 

 

 

 

 

 

 

 

 

 

 

 

 

 

 

 

원래 이 영화에서 싸이보그는 아오이 유우를 비롯한 일본 여배우가 물망에 올랐으나 이 작품이 워낙 많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인데다가 아오이 유우측은 저예산 독립영화에 관심을 보이는 편이라서 아쉽게도 케스팅 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그녀가 싸이보그 역할이 되었다면 전지현스러워 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아야세 하루카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집중력이 강한 배우라는 찬사와 더불어 대사를 리딩할때 감정이입을 잘 하는 배우라서 감탄했다고 한다.

일본은 이쁜배우 보다도 연기잘하는 배우를 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볼때 배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었다. 아울러 곽재용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에도 아야세 하루카도 큰 관심을 보였고 곽 감독도 이와 관련해 스토리 구상 중임을 밝혔다.

 

이 영화의 국내버전을 일본버전과 달리 조금 편집이 이루어진 부분이다.

Q&A에서 다운로드 버전(일본판 원본)을 봤는데 너무 달라서 놀랐다는 분의 질문에 대해서는 곽 감독은 국내 버전에서는 싸이보그의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두다보니 편집에서 그 부분이 많이 부각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사실 곽재용 감독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저런 고집이라면 '여친소' 때 그는 왜 저런 고집을 부리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적절한 영상과 적절한 편집, 적절한 PPL 삽입만 했어도 영화가 더 아름답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말이다.

다시 심기일전하고 돌아온 곽재용 감독에게 나는 이번에는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의 차기작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기대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어느 언론인가 글에서 봤던 이야기인데 '비오는 날의 수체화'등의 작품을 만들었던 곽 감독은 이제는 과거보다 미래를 더 생각하는 감독이 아닌가라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이 것은 그에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치졸하게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보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미빛 미래만 이야기하는 것도 과연 옮은 일인가라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그만의 개똥철학을 곽 감독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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