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삶을 묻다. 가족애를 묻다.

송씨네 2009. 5. 31. 14:17

 

 

기면증은 성인의 겨우 0.1% 만 걸리는 질환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법도 아직은 없는 정복되지 않은 질환이다.

기면증에 걸린 소녀 원우, 그리고 그녀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그녀의 어머니 연희...

그들에 관한 이야기, '바다 쪽으로 한 뼘 더'이다.

 

 

원우는 오늘도 수업시간에 깊은 잠에 빠졌다.

아이들도 선생님도 이제는 놀라지는 않는다. 너무 익숙한 일이 되어버려서...

흙인형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연희의 일상도 평범하다.

찰흙을 빚고, 마른 녀석에 색칠을 칠하는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어려운 작업이다.

원우에게 찾아온 수행평가...

사진을 찍어야 하는 과제인데 사진기가 없다.

막상 낡은 사진기를 찾았는데 너무 낡고 오래되며 고장난 사진기이다.

연희의 공예 강의장에 나타난 한 사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선재...

사진을 전공하 그는 그녀의 모습들만 촬영하고 있다.

한편 낡은 사진기를 선재가 고치게 되면서 원우와도 친해지게 된다.

하지만 어머니(연희)와 선재가 만나는 모습이 원우은 못마땅기만 하다.

원우는 이제 소망이 생겼다.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어디든지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기면증인 원우의 특성상 연희 역시 그런 그녀가 불안해보이기만 하다.

 

 

 

 

 

잔잔한 가족애를 느끼게 만드는 이 작품은 시끌벅적한 영화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렇게 입맛에 맞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잔잔한 가족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기면증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위기와 절정도 크게 작용하지 않는 이 작품이 그러함에도 인상이 남는 것은 그들이 살아가는 이유를 절박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 어머니, 딸 이렇게 남자 없는 3대가 살고 있는 이 가족들은 원우의 기면증을 제외하고는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자전거와 사진기라는 이 단순한 매개체가 등장하면서 가족들에게는 작은 변화가 생긴다.

자전거가 필요했던 원우는 멀쩡한 mp3가 고장났다고 이야기하고는 그 돈으로 자전거를 구입한다.

그리고 수행평가로 사진기를 고쳐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선재를 만나게 되고 수행평가로 인해 준서와 친해지는 계기를 만나게 된다.

 

엄마이기 때문에 그 로맨스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원우는 선재와 어머니의 사랑을 반대한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반대하는 이유는 아버지를 영영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장난 낡은 사진기 필름에서 뽑아낸 아버지의 체취는 그래서 원우를 더 힘들게 만든다.

원우가 선재에게 '거북이보다 더 오래살 수 있어요?'라는 이 쌩뚱맞은 질문은 어쩌면 '어머니를 오래오래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대신 한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원우가 더 걱정스러운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자신의 기면증을 걱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가족들을 더 걱정하는 마음이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집안에 할머니 혼자 잠들었음을 발견한 원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할머니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한다.

할아버지를 잃고, 아버지를 잃었던 원우에게 더 이상 자신보다도 할머니를 잃고 싶지 않았던 효심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영화의 중반에 결국 할머니가 병원으로 실려가는 불상사가 잠시 발생하긴 하지만  말이다.

거기서 원우는 어머니로부터 할머니의 진심을 듣게 된다.

어쩌면 그게 원우 자신을 살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아한 세계'의 박지영,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활약했던 김영재를 상업영화가 아닌 저예산영화에서 보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이제는 인디영화계에서도 사랑받는 김예리와 '쌍화점'에서 주목을 끌었던 홍종현을 만나는 것도 유쾌한 일인 것 같다.

최근 재미있는 추세가 바로 정말 동안을 연기한 여고생 역할의 배우들이다. 특히 이런 두각은 최근 인디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앞에 이야기했던 김예리를 비롯해서, '똥파리'의 김꽃비,  '반두비'의 백진희도 액면가는 성인이지만 고등학생 연기도 가능할 정도의 동안 외모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더구나 인디와 저예산 영화에서 활발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자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재미있는 예로 '과속스캔들'의 박보영의 경우 스크린 데뷔작이 '시선 1318'인데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더 이채롭다는 것이다. 박보영 역시 고등학생 전문배우로 익숙하지 않던가!)

 

 

 

 

어머니의 로맨스, 그리고 원우의 자아찾기는 그렇게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겨울이었던 계절은 봄이 되고 있고 마당의 작은 밭에 할머니는 아무렇지 않듯 나물을 심고 있다.

여름을 향해 달리는 상황에서 싱그러운 봄을 보는 것은 어쩌면 우리 맘속에 봄을 기다리는 모습과도 같다고 보여진다.

계절은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지금도 우리의 마음 속에는 겨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보다 한 뼘 더는 평범한 가족영화이지만 한 편으로는 잊지말아야할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PS. 이 영화에는 니콘 카메라가 등장한다. 그러나 저예산 영화에도 PPL은 등장하니...

이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니콘 카메라로 찍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을 응모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쉽지 않은 저예산영화의 PPL 지원은 어쩌면 참 반가운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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