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에 따라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벌써10년이다.
놀라움일지도 모른다. 10년 동안 5 편이 꼬박꼬박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말이다.
거기에 최강희, 김옥빈, 김규리, 박진희, 조안, 김민선, 박예진, 공효진, 박한별, 송지효, 서지혜, 차예련...
숨이 찰 정도로 많은 이 여배우들은 '여고괴담' 시리즈를 거쳐서 훌륭한 여배우로 성장했다.
물론 1편의 박기형 감독을 시작으로 최익환, 윤재연, 민규동, 김태용 감독은 지금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차기작들을 준비중이다.
씨네 2000은 이 시리즈를 통해 공포영화를 잘 만드는 영화사라는 평을 얻었지만 한 편으로는 여고괴담 시리즈를 오래 우려먹는다는 평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첫번째 이야기가 원초적인 공포와 입시지옥을 이야기했다면 두번째는 동성애와 비밀일기를 이야기하였고 대신 우리가 느끼는 공포와는 달리 사람간의 정이 매말라 있는 것부터가 공포였음을 이야기한다. 세 번째는 질투와 복수로 반복되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네번째는 소리로만 느껴지는 또다른 보이지 않는 공포를 이야기했다.
10 주년의 여고괴담은 어쩌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10 주년 기념 포스터를 따로 만들었던 것도 그 전통성은 여전함을 보여주는 예이다. 하지만 여전히 여고괴담 시리즈는 뭔가 후퇴되는 기분이다. 10년의 여고괴담, 그리고 다섯번째 이야기는 '동반자살'이다.
성당에서 4 명의 여고생이 피의 서약을 맺는다.
한 날 한 시에 같이 죽기로 맘먹은 4 명의 여고생은 생활관 옥상에 몸을 맡긴다.
하지만 정작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언주...
남은 3 명의 소녀 소이, 유진, 은영은 조용히 이 사실을 넘기려고 하지만 갖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하나둘 정체 모를 죽음을 당한다. 과연 이 모든 소행이 죽은 언주의 소행일까? 그리고 남은 3명의 소녀와 언주의 동생 정언은 어떤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인가?
여고괴담 시리즈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교복 스타일 그녀들의 소품들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라면 반복되는 피의 복수라고 할 수 있겠다 여자의 한이 더 무섭다고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많은 공포물에서 남자들 보다 여자들이 귀신으로 등장하는 모습이 더 소름끼치게 느껴지는 이유와도 같은지도 모르겠다. 하얀 소복을 입고 얼굴 형태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긴 생머리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들, 그리고 선명한 핏자국들은 우리가 공포영화를 봄에 있어서 늘상 마주치는 대목이라고 보여진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하얀 소복 대신에 교복을 선택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일본식 세일러 교복이 아닌 유럽풍의 교복과 더불어 한국식 교복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 모습이 많이 보여진다. 하지만 그 공포는 시대가 지나면서 점차 강도가 약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1 편 보다도 온갖 특수효과나 CG가 발전했음해도 말이다.
동반자살은 시대를 반영하는 모습임에는 틀림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살을 했고 수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 수 없는 상황에서 자살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본받아(?) 자살을 결심한다. 이런 베르테르 효과는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영화를 배급하는 롯데시네마 측의 이야기도 그런 우려가 많음을 인정하는 대목이다.
배우들의 무대인사 이전에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속스캔들'이나 '7 급공무원'으로 연속 흥행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에서 이 작품을 배급했지만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식을 접한 가운데에서 이 영화가 개봉되다보니 시기적으로 잘 맞지 않는 감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 영화는 시대를 잘 반영했지만 반대로 타이밍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타이밍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그들에 대한 자살에 대한 동기 부여가 현실적이었는가이다.
물론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소이와, 아버지의 구타로 더 이상 삶의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는 은영의 자살 동기는 현실적이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친구의 의리를 위해 그야말로 희생을 한 언주의 죽음은 과연 자살의 동기로 올바른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친구가 죽는다니 나도 같이 죽을래... 라는 식의 동기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친구의 죽음을 막고 다른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연쇄적인 죽음이 과연 환상이었을까 진짜 였을까라는 의문이다.
연쇄적으로 등장하는 죽음이 연이어서 등장하는데 언주의 죽음을 비꼬던 여학생, 언주의 죽음을 보고 같이 따라죽을려고 생활관으로 향하던 후배 여학생의 죽음, 그리고 소이의 남자친구의 어머니의 의문의 죽음까지...
여기서는 수 많은 죽음이 등장하지만 그 이후 장면에서는 이들이 진짜 죽었는가에 대한 뒷 이야기가 없다.
사람의 심리가 누군가가 죽으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두 여학생이 죽은 이후에도 스크린은 아무일도 없었듯이 일과가 반복되고 있으며 소이 남자친구 어머니의 죽음 장면도 차가 박살나는 음향 효과 이후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소이의 남자친구는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다른 여자를 사귀고 있다.
보통 가족의 누군가가 죽으면 정신차리고 학업에 더 열중하거나 뭔가를 더 열심히 해야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바람둥이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과연 그의 어머니가 죽었는가를 의심하는 대목이다. 관객에게는 그냥 환상으로 비춰지고 어쩌면 그들은 여전히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모습으로 비취질 수도 있는데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연출진은 그것이 환상인지, 그들이 진짜 죽은 것인지에 대한 상황을 분명히 매듭짓고 끝냈어야 했다.
마지막 문제점은 불쑥불쑥 나타나는 공포 유발 장면인데, 역대 여고괴담 시리즈 중에 피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분명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곳곳에 너무 무리하게 피를 등장시킨 장면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관객들을 깜짝 놀래키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2 편에서 피를 많이 보이지 않고도 공포를 유발시킨 점을 생각한다면 공포영화에 피가 많아야 공포영화인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물론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신인들의 대활약이다,
임은경을 언듯 연상시키는 마스크가 돋보인 소이 역의 손은서를 비롯해 오연서, 장경아, 송민정, 유신애 등의 다양한 여배우들의 5인 5색 연기는 좋았다. 이 영화는 배우의 연기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지나친 설정들이 오히려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상큼한 신인들을 만난다는 것이 여고괴담 시리즈의 강점이 아니겠는가?
여고괴담은 계속 신인발굴에 힘을 쏟되 시나리오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보여진다.
아무리 좋은 배우라도 시나리오가 엉성하면 영화는 절반은 실패한 것이니깐...
옆에서 궁시렁 거리면서 시끄럽게 재미없다를 연발한 관객의 모습은 그래서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이니깐...
PS. 토요일 비가 내리던 롯데시네마 인천점은 오픈한지 얼마 안되는 극장이다.
흔히 전형적인 새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새극장 증후군(새집 증후군과 똑같이 여러가지 건축자재 냄세가 나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물에서 만난 이종용 감독과 배우 5인방의 모습은 상큼하기만 했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만큼이나 좋았다.
아울러 돌발퀴즈를 맞춰서 롯데 시네마 측으로 관람권도 한 장 받아냈다.
문제가 뭐였냐 하면 식인 멧돼지가 등장하는 올해 롯데 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는 뭐냐는 것이다. 정답은 '차우'이다.
엄태웅, 정유미, 장항선 씨 주연의 영화이다.
'영화에 대한 잡설들 > 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랜스포머_패자의 역습-고철이 아닌 진정한 로봇으로! (0) | 2009.06.27 |
---|---|
거북이 달린다-'전원일기'스러운 코믹 액션이 다가온다! (0) | 2009.06.22 |
영화 '반두비', 소외된 자들의 해방구 찾기... (0) | 2009.06.05 |
영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삶을 묻다. 가족애를 묻다. (0) | 2009.05.31 |
영화 '마더', 백광호와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 (0) | 2009.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