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반두비', 소외된 자들의 해방구 찾기...

송씨네 2009. 6. 5. 23:09

 

 

 

인디영화에도 당연히 스포일러 표시는 해야겠지요?

개봉 예정인 작품입니다. 보실 분이라면 당연히 이 리뷰는 피해주세요.

하나 더, 색깔론을 비롯해 욕설,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는 이상한 댓글이 달릴 시에는 아예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이 글의 하단에 표시하였습니다. 

 

 

‘워낭소리‘의 히트 이후 많은 독립영화들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사랑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그 것은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 어쩌면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관객평론가상과 CGV 한국영화 개봉 지원상을 수상한 영화가 있다.
씨네 21의 고경태 편집장이 에디토리얼 코너를 통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그 영화는 바로 신동일 감독의 작품 ‘반두비’이다.
‘반두비’란 방글라데시어로 ‘친구’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무슨 친구이길래 이 영화의 제목이 ‘반두비’가 되었을까?

 

 

 

영화는 두 남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피부가 약간 검은 청년 카림은 누군가를 찾으러 골목 골목을 쥐잡듯 다닌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민서라는 소녀가 갈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단지에는 원어민 강사가 가르치는 영어 학원 광고가 붙어있었고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그녀는 땡전 한 푼 없는 상태에서 주유소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돈을 모아가고 있는 중이다.
버스에서 도둑으로 몰린 민서는 카림에게 끌려가지만 도리허 당돌하게 치한으로 만든다.
그렇게 그들은 만났고 더 이상의 인연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민서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주유소집 아들의 행패로 인해, 카림은 편의점에서 싸움을 말리다가 얼떨결에 경찰서에서 만나게 된다.

카림은 체류기간이 만료되어 한국을 떠나야 하며 아울러 돈주지 않고 일부러 부도시킨 사장을 잡으러가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
민서는 딴 남자와 살림을 차린 어머니를 원망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벌어야 하는 그녀는 스포츠 맛사지걸이 되어 일을 해야만 했다.
그들은 그렇게 만났고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계속될 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그들 역시 마찬가지...
코리안 드림을 꿈꾸러 온 카림은 대한민국을, 알라신을 원망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민서는 결국 공부를 시작했지만 좋아진 것도 나빠진 것도 없다.

 

 

 

 

 

 

이 영화를 보고 웬지 모르게 떠오른 영화는 최근 개봉된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였다.
이상하게도 ‘똥파리’와 ‘반두비’는 공통점이 있다.
막장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과 이 세상에서 소외받은 대표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얻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그런 이들의 독특한 사랑법과 우정을 그린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똥파리’의 상훈은 인생을 막사는 건달이지만 ‘반두비’의 카림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정의는 있다고 믿는 순수한 청년이다.

 

그러나 다른 구석으로도 살펴보면 이 두 영화는 같은 듯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똥파리’에는 슬픈 자화상이 있지만 ‘반두비’에는 의외의 유쾌한 풍자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현 정권에 대한 살벌한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대놓고 까는 방식은 과거에도 여러 감독이 시도를 했지만 크게 눈에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가령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은 친척 중에서 조선일보에서 일한다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대놓고 소위말하는 보수언론에 대한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지만 주위 깊게 보신 분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은 아니다. ‘워낭소리’도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한미 FTA에 대한 상황을 그려 넣으므로써 현 정부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하였다. 물론 이 장면 역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신동일 감독은 곳곳에 MB 혹은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장면들을 구석구석 숨겨놓았다. 우선 그 대목은 민서가 들고 다니는 소지품을 보면 알 수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장면에서 그녀가 들고 있던 플라스틱 부채는 MB 정권을 반대한다는 손바닥 모양의 부채이며 살짝 지나간 학원차도 'MB'라고 적혀 있다. 가방에는 촛불소녀가 그려진 뱃지를 지니고 있으며, 빨래를 걷다가 그 속에 쥐가 있었는지 그녀는 '이런 쥐XX 같으니라고...'라며 욕을 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편의점 손님은 현 정부 때문에 실업자가 되었다고 한탄을 하고 있고, 민서가 알바를 구하러 PC 방에 들리는 장면에서 옆 테이블의 손님은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한 패러디물들을 보고 있다.(더구나 당당히 굴욕적인 패러디물들만 보고 있다.) 민서가 다니는 영어학원의 원어민 강사는 ‘피리 부는 사나이’ 동화 이야기를 언급하더니 ‘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별명이 쥐입니까?’라고 오히려 학원 수강생들에게 묻는다.

 

 

 


 

 

현 정권에 대한 지나친 불만은 영화 곳곳에 드러나는데 이런 패러디나 풍자적인 요소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이유가 이런 이유로 이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공개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사실 이 영화가 그렇게 낮뜨거운 장면이 없음에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유는 이 살벌한 현 정권에 대한 비판 때문이 아니었는가라는 생각도 든다. (단지 여주인공 민서가 맛사지걸로 활동한 대목으로 이 등급을 받는다는 것은 억지다.)

영화를 눈여겨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가 제작된 시기는 숭례문 화제가 벌어진 이후이며 서울 교육감 선거가 벌어지고 있을 쯤의 상황이다. 사실 여기서 또 하나의 숨은 풍자가 있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물론 숭례문 현장은 잠시 나왔지만 숭례문의 책임을 묻는 것도, 민서가 다른 아이들과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영어학원에 다녀야 하는 이유가 누구 때문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도 바로 나온다.
어쩌면 이 영화는 직간접적으로 대놓고 현재의 현 정부를 비판하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영화는 카림의 눈을 통해 어긋난 코리안 드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시 생각하면 외국인 노동자이건, 여기서 눌러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건 모두 살기는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현실을 고발한 영화가 사실 과거에도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인권 시리즈로 알려진 프로젝트 영화 ‘세번째 시선’중 ‘잠수왕 무하마드’의 삶 역시 카림의 삶과 다를바가 없다. 목욕탕이 바다 속으로 변하는 환상은 어쩌면 현실과 반대인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일테니깐... 단속팀이 오면 도망가야 하고 그것이 유독화학 물질로 가득찬 공장안이라도 살기 위해서는 그 곳에 숨어서라도 자신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매우 서글픈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후반에는 상당히 강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카림에게 줄 임금을 주지 않고 도망간 사장에게 민서가 시원하게 복수를 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보수언론을 꼬집는 풍자가 숨어 있다. 곳곳에 수많은 풍자가 숨어 있어서 어떤때는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좀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요즘 유행하는 CF 카피처럼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를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면 개고생이다’라고 바꾸어도 일맥상통할 이야기들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가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한국인으로 살아가건, 외국인으로 살아가건 간에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반두비’는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불편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본다.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고 있었고 아무런 기적이나 해피엔딩도 보여주지 않는다.
민서는 카림을 그리워하며 그가 차려준 밥상처럼 서울 한복판의 이슬람 사원 옆의 작은 식당에서 그가 먹던 방식처럼 맛있게 밥을 먹고 있을 뿐이다.

카림은 자신의 고향에 살고 있는 부인과 결국 헤어졌으며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혀 강제 추방당한다.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 이 서글픈 현실이 단지 민서가 맛나게 밥을 먹고 있는 장면만으로 결말을 지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한 편으로는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영화는 상상마당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작품이며 정식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우려가 든다. 이렇게 현 정부와 현 사회를 냉정하게 고발한 이 영화가 쉽사리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지가 말이다. 만약 이 작품이 개봉이 취소되거나 혹은 누군가의 압력을 받게 된다면 이것만큼이나 더 극적이고 심각한 상황은 더 없을테니깐 말이다.   

 

 

 

PS.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 리뷰를 쓴 블로거나 평론가들의 글들 뒤에 쓰여진 댓글들이 가관이라는 점이다.

색깔론을 이야기하거나 혹은 외국인 노동자는 범법자로 생각하는 일부 보수주의자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가 언제부터 색깔을 구분하고 난리법석을 치기 시작했던 것인가? 얼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색깔론은 마치 속옷 색깔을 가지고 싸우는 사람들 같다는 것이다. 빨강 팬티, 파랑 팬티를 구분지으려고 하고 거기에 맞는 속옷을 입고 오지 않은 사람들은 바로 무시를 당한다.

왜 보수와 진보로 나누려고 하고 감독이나 주요 출연진들을 이상한 색깔로 바라보는 것일까?

너무 웃기지 않은가?

 

아울러 외국인 노동자를 범법자로 낙인찍은 사람들에게도 묻는다. 인종에 대해 차별 하는 사람은 '나 보수주의자요~!'라고 떠는 것과 같다. 그렇게 티를 낼 필요가 있는가? 그리고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당신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잊었는가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 중동이나 리비아로 떠났고 누군가는 간호사가 되었으며 한인들은 미국으로 일본으로 진출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이상하게 취급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당신들은 과연 그들을 잊었는가 묻고 싶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모독이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자들(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향한 모독이나 다름 없다.

 

그들의 '코리안 드림'이 뭐가 어째서... 물론 그 일부 외국인들 때문에 대다수가 욕을 먹는다는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다.

댓글의 대부분이 어두운 사건들을 나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외국인의 범죄만 범죄일까?

강간하고 폭행하고 살해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저지르고 있는 만행인데 왜 그들탓만 하는 것인가?

그렇게 뉴스만 긴 댓글로 나열하는 것은 페이지뷰 낭비이며 쓸대없는 생각들이라고 본다.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 탓만 하던 사람들이 과거 있었다. 그런 것이나 지금 이렇게 떠드는 것이나 뭐가 다를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제발 그들도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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