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거북이 달린다-'전원일기'스러운 코믹 액션이 다가온다!

송씨네 2009. 6. 22. 23:11

 

 

 

전원일기 BGM이 흘러나온 가운데 어설픈 추격전이 벌어진다면?

 단지 그들이 살아가는 이유가 소싸움의 행사를 주관하는 일이 고작이었다면?

뒤늦게 관람한 '거북이 달린다'는 딱 그 느낌이다.

전원일기 느낌에 액션은 폼나는 액션이 아니라 그냥 원초적인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게 되는 그런 액션이란 것 말이다. 다만 그곳에는 김회장도 없고 일용엄니도 없다.

거기에는 느려터진 충청도 사나이 조필성 형사만 있을 뿐이다.

 

 

충북 예산... 조용해서 큰 사건이 터질지 의문스러운 동네이다.

오히려 이곳은 청도 소싸움 준비가 강도 잡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 사이 탈주범 송기태가 나타났다.

사채나 끌면서 근근히 살아가던 조필성 형사에게 청도 소 싸움에서 한몫을 잡아서 좋다 싶었지만 동네 건달이자 필성과 절친한 용배가 기태를 건들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돈도 빼앗기고 굴욕까지 당하는 이들 사람들...

이렇게 느려터진 조필성과 날세고 영리한 송기태는 그렇게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고 있었디.

 

 

 

 

 

 

농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그동안 모두 실패를 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성공한 영화가 있냐고 물으면 그것도 흔치 않다.

역시 농촌이 등장한 형사물이었던 '마지막 늑대'도 있었고 노인과 소년의 우정을 그린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역시 농촌이 주된 이야기였다.

같은 농촌이라도 그 영화의 흥망성쇠는 그 때 그 때 다르다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처럼 탄탄하게 잡힌 농촌 스릴러도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농촌은 도시보다는 그 행동반경이 좁기 때문에 소재의 한정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거북이 달린다'는 그 점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간다.

충북에는 의외로 논과 밭도 있지만 바다도 있기 때문이다. 숨막히는 총격전을 택한 대신 심리전과 그 상황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코믹한 애피소드가 이 영화의 강점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아기자기한 애피소드를 만드는데 일등공신은 역시 용배 일당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말은 그럴듯한 청년단 같은 간판을 달고 컨테이너 안에서 도박이나 벌이는 모습은 흔해빠진 건달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필성을 도와주는 이들의 모습은 CSI나 보통 수사대들이 아닌 개인적으로는 '전원일기 수사대'라고 이름을 붙어주고 싶을 정도로 친근감이 느껴지는 모습들이었다. 얼마전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는 한 배우를 소개했는데 김윤석이 아닌 의외의 배우가 소개되었는데 바로 신정근이라는 배우이다.

용배 역을 맡은 신정근은 이름은 익숙치 않지만 '황산벌'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영화에서 이름없는(대부분이 닉네임인...) 조폭이나 건달 역할로 등장한 배우이다. 하지만 우리가 '목포는 항구다'에서 어설픈 건달 연기를 했던 박철민을 기억하듯 우리는 신정근이라는 이름또한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이라고 본다. 조연이지만 앞으로 더 주목을 해야할 배우라는 것이다.

 

'추격자'에서 4882를 추격했던 김윤석은 이번에는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뛰고 달리고 했지만 '추격자'에서도 그의 조력자들(같은 출장안마소의 부하인 오좇을 비롯해 경찰직에서 옷을 벗으면서 과거 함계 했었던 형사 선후배들)이 등장하듯 앞에서도 말했든 이 작품에서도 다양한 조력자들이 등장하여 도움을 준다.

 김윤석 만큼이나 송기태 역의 정경호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무래도 극장을 찾으신 분의 몇 %는 아마도 '내조의 여왕'에서 활약을 했던 선우선을 보기 위해 오신 분도 있으리라 본다. 다방 여종업원 역을 맡은 선우선은 '내조의 여왕'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앞으로 그녀가 나오게 될 작품이 어디 한 두 작품이 아니니 선우선이라는 배우의 모습도 우리가 기대를 안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영화의 감독 정보는 좀 의외였는데 '2424'를 만든 이연우 감독이라는 점이다.

아시다시피 조폭과 이삿짐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톡특하게 풀어낸 데뷔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조폭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졸작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이연우 감독은 '거북이 달린다'를 통해 그동안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미있는 점은 충북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흔치 않다는 점인데 조폭하면 전라도를 연상시킬 정도로 지역 이기주의를 알아서 만들어주던 한국영화에서 충북을 소재로 그것도 느려터진 형사와 탈주범의 만남은 의외의 효과를 보여주게 된다. 이연우 감독은 전작에 이어 어울리지 않는 만남을 그렇게 당연시하게 만들어 낸 것이다.

 

 

앞으로의 농촌영화에 대한 가능성은 매우 높다.

농촌 코미디와 농촌 스릴러도 앞으로 더 만나게 될 것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영화를 보니 웬지 모르게 소싸움이 보고 싶어지내...

유쾌한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