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애니메이션 '업'-디즈니와 픽사, 어른 위한 동화 만들다?

송씨네 2009. 8. 11. 13:44

 

 

※우선 드릴말씀...

제가 감상한 버전은 3D 디지털 우리말 더빙 버전으로 관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점 염두하고 리뷰 읽으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디즈니는 이제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으며 그것이 눈 앞에 보인다는 것이죠.

사실 그런 소리를 하게 된 것은 이들이 몇 년 전까지 만들었던 클레식 일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이었습니다.

특히 '포카혼타스'나 '뮬란' 같은 작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다가왔지요.

하지만 이제는 그랬던 제 발언을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드림웍스도 그렇지만 디즈니와 픽사 연합의 노력도 상당히 가상하다는 것이죠.

더 이상 소재의 한계가 보인다는 소리는 안해도 될 것 같다는 것이죠.

디즈니와 픽사의 새로운 작품 '업'(UP)에 대해 제가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이 작품은...]

소년 칼에게는 꿈이 있었습니다. 모험가가 되는 꿈을 말이죠.

그러던 그에게 엘리라는 소녀는 그의 꿈을 한 걸음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게 되지요.

병뚜껑을 탐험가 기념 뱃지 삼아 이들은 모험을 떠나기로 맘먹습니다.

그들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됩니다만 그 모험에 대한 꿈은 여전히 남아있었지요.

하지만 엘리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노년을 보내야 하는 칼에게는 서글프기만 합니다.

자신이 살던 마을은 이제 도시개발로 인해 칼의 집 외에는 모두 거대 빌딩과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특별히 가족도 없는 그에게 방법은 양로원으로 가는 방법밖에는 없어보이는 듯 합니다.

그러나 칼은 중대한 결단을 내리기로 합니다. 미지의 파라다이스를 혼자라도 가보기로 맘먹은 것이죠.

수많은 풍선을 집에 매달고 이 삭막한 도시를 떠나왔건만 매우매우 친절한 소년 러셀과 동참하면서 이번 여행은 쉽지 않아보입니다.

거대한 새와 더불어 말하는 강아지까지 만난 두 사람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됩니다.

과연 이들의 여행히 순조롭게 이어지기나 할까요?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디지털 3D 버전으로 이 작품을 관람했습니다.

디즈니와 픽사가 3D 용으로 처음으로 제작했다는 이 작품은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도 다양한 버전으로 개봉이 된 상황입니다.

일반 필름도 있고 디지털도 있으며 3D가 아닌 일반 버전도 있고 자막판과 더빙판이 모두 존재합니다.

입맛따라 보기 딱 좋다는 것이죠. 더구나 롯데시네마는 일반 3D와 다른 버전인 리얼 D 버전으로도 상영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게 몇 가지 버전이야?라고 되묻게 됩니다.

 

사실 극장에서도 예매를 하면서 이런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과연 12,000 원을 주고 볼 가치가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었지요. 아이멕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리포터' 시리즈나 '폴라 익스프레스'처럼 부분이거나 아예 작정하고 만든 3D가 아니고서는 이것을 봐야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개인적으로는 금전적으로 비싼돈을 주고 영화를 보기란 너무 부담스러웠지요. 아시잖아요. 영화 요금 9,000 원 시대이니깐요.

 

 

 

오히려 3D 작품으로써의 진가는 단편으로 '업' 상영전 먼저 짧게 나온 '구름 조금'(Partly Cloudy)이라는 작품에서 그 진가가 확실했으니깐요.

 

더보기

픽사는 최근 장편을 먼저 상영하기 전에 단편을 한 편 정도 상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단편으로 등장한 '구름 조금'(Partly Cloudy)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드리자면 우리가 보통 농담삼아 자신이 어디서 태어났냐고 부모님에게 물으면 어머니나 아버지는 다리밑에서 주워왔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서양의 경우 황새가 물어다 주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군요.

이 것을 단편으로 구성한 작품이 바로 '구름 조금' 입니다. 수 많은 구름들이 등장하는데 이 구름들이 아기 혹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것들이고요. 바로 이들을 보내는 매신저 역할로 황새가 등장한다는 것이죠. 다른 구름들은 이쁜 새끼(새생명)들을 잘도 만들어내는데 저 편의 다른 구름 하나는 독특한 녀석들만 만들어냅니다. 전기 뱀장어, 악어 등등... 당연히 이 구름이 만든 새끼들을 전달하는 이 황새는 다른 황새에 비해 늘 불편한 운반을 해야한다는 점에 불만을 느끼죠. 이에 대한 고뇌를 코믹하게 다룬 이 작품은 오히려 짧은 시간이지만 3D로 볼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다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입체감은 물론이요, 구름이 마치 우리에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도 든다는 것이죠.

 

 

 

단편 '구름 조금'이 워밍업이었다면 본격적인 작품은 아무래도 이 작품 '업'(UP)이 되겠지요.

최근 디즈니와 픽사가 사용하는 오프닝 방식에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보이는데요.

초반에는 대사를 확 줄인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미 '윌 E'를 통해 초반 무성영화 느낌의 오프닝을 통해 기존 작품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형식을 만나게 됩니다. 이 작품 '업'에서도 초반 어린 소년 칼과 소녀 엘리가 만나는 장면에는 옛날 뉴스 장면을 활용하는 등의 대사 처리를 하는 듯 싶지만 이들이 결혼을 하는 장면 부터 몇 분 간은 이 칼 & 엘리 부부의 모습만 나올 뿐 대사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게 됩니다.

엘리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홀로 남은 노년의 칼의 모습을 비추면서 다시 대사가 시작되지요.

공백의 미학에 아마도 요즘 디즈니와 픽사가 재미를 느낀 것 같습니다.

무성영화처럼 대사를 절제하고 대신 상황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작품을 초반 집중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죠.

 

 

더구나 이번 작품은 어린이들을 연령대로 맞춘 작품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한 평론가는 이 작품을 애니판 '그랜토리노'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그랜토리노' 속의 고집쟁이 영감 월트와 '업'에 등장하는 노인 칼과는 은근히 닮은 점이 보인다는 것이죠. 자신만의 고집이 있으며 타협을 거부하는 인물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두 인물 모두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많은 유사점을 지닌다는 것이죠. 오히려 '업'은 아이들 보다는 중장년층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디즈니와 픽사를 모두 통틀어서 노인이 주인공인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으니 말이죠.

드림웍스가 상당히 개방적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디즈니와 픽사는 이제서야 천천히 개방적인 소재들을 찾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됩니다.

 

늙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우리 어르신들이 잘 하시는 이야기 중 하나가 '아이구, 늙으면 그냥 죽어야지...'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하지만 '업'은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먼저 저 세상을 간 엘리의 몫까지 하기 위해 홀로 여행을 결심하게 됩니다. 물론 뜻하지 않은 친절소년 러셀로 인해 조금 상황이 바뀌지만요.

다행인 것은 요즘 어르신들의 변화입니다. 어떤 분들은 근육을 키우고 어떤 분은 수십번 운전면허 시험에 재도전합니다. 은퇴라고 느껴지는 나이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업'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희망적인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 작품은 손자 손녀붙들고 어르신들과 같이 보시면 좋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작품은 또 다른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데요. 국내 더빙 버전에 이순재 씨를 기용했다는 것이죠.

국민 배우하면 안성기, 최불암 씨 등을 떠오르지만 여러 드라마에서 아직도 개성있는 연기를 펼치고 있는 이순재 씨 역시 국민배우로도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보통 저는 원어로 등장하는 오리지널 자막판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이순재 선생님이 등장하는 더빙판을 선택한 이유도 얼마나 잘 어울리며 과연 이순재 님의 더빙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호기심을 일으키게 만든 것이죠. 결론은 기대만큼의 실력을 지니셨다는 사실...

오리지널 판을 보지 않아서 느낌은 이야기할 수 없지만 오리지널 판에서 칼 영감 역을 맡은 에드워드 애스너(1929 년생)도 이순재(1935 년생) 님의 나이와 비슷한 연령대라는 점을 가만하면 결코 밀리지 않은 연륜과 연기력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요즘 이야기하는 싱크로율 있잖아요, 이순재 선생님은 싱크로율로 따져도 헐리웃판과 별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쉬운 점은 앤딩크레딧에 그래도 짧게 국내 출연진에 대한 안내가 잘 나와서 다행이긴 했지만 보도자료용을 만든 출연진의 내용에 관해서도 이순재 선생님 외에 국내 더빙판 출연진에 대한 내용이 하나도 없더군요. 수고하신 국내 성우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들에 대한 정보 자료도 알려주시는 것이 옮지 않을까요?)

 

 

이 작품이 노년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도 이색적이지만 또 하나의 이색적인 점은 러셀로 등장하는 꼬마의 등장입니다.

실제 오리지날 판에도 동양 소년이 더빙에 참여했지만 픽사 스텝 중에 동양인이 있었다는 것에도 이 작품에서 동양인 등장인물이 등장하게 된 또 다른 요인이기도 합니다. 클레식 디즈니 애니가 아니고서는 최근 디즈니와 픽사의 작품에 동양인이 주인공이나 혹은 등장인물로 나오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디즈니와 픽사의 이런 변화 역시 크게 주목할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던 이제는 드림웍스보다 더 개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파격적인 소재를 자주 선보였던 드림웍스를 능가하는 재미있고 놀라운 소재의 작품을 디즈니 & 픽사 작품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네, 픽사도 지금보다도 더 개방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업'은 소재로 따지면 흔한 소재의 작품이지만 실천으로 옮기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은 그 누구에게나 있는데 그런 소재의 작품이 의외로 나왔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죠.

 

오히려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히야오 작품에서는 이런 종류의 작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헐리웃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죠. 헐리웃이 이제서야 노인을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앞으로 크게 주목할 일이라고 봅니다.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려는 디즈니와 픽사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이제는 드림웍스나 워너를 넘어서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같은 혹은 권선징악의 결론에만 치중하던 디즈니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에 분명하니깐요.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픽사의 몫일지도 모르겠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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