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호우시절-허 감독의 청두 여행기 & 진짜 가을멜로...

송씨네 2009. 10. 11. 00:22

 

 

 

 

 

당나라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 두보는 서정적인 시를 쓰기로 유명합니다.

이태백과 더불어 아마도 중국이 사랑하는 몇 안되는 시인이 아닐까 싶어지고요.

'봄날 밤의 기쁜 비'라는 뜻을 지닌 '호우시절'(好遇時節)은 사실 농사의 대풍을 의미하는 이야기이도 하지만 꼭 그런 의미로는 해석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다섯번째 작품인 '호우시절'은 밤에 찾아온 봄비처럼 아름다운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이야기합니다.

3박 4일의 짧은 만남... 그리고 마치 '비포 썬 라이즈' 같은 짧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잠시후 이 비행기는 청두에 도착합니다.

중국시간과의 시차는 한 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습니다. 

 

청두 공항에 도착한 이 남자의 이름은 동하입니다.

건설 중장비 업체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그는 중국 청두로 출장을 왔습니다.

청두지역 지사장의 도움으로 청두를 관광한 그는 두보의 생가 역시 방문하게 되지요.

거기서 유학시절 만났던 메이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말씀드린대로 그녀는 두보의 생가... 그러니깐 두보초당에서 관광가이드를 맡고 있었죠.

오랜만의 재회에 두 사람은 매우 반갑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는 점점 길어질 수록 의문만 남죠.

동하는 메이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말에 수궁을 하려들지 않습니다.

유학시절 동하가 사준 메이의 노란자전거의 행방도 알 수가 없으니 말이죠.

출국을 앞둔 날 동하는 메이를 다시 보기 위해 귀국을 하루 연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룻동안의 진짜 데이트를 하게 되죠.

그러나 한국식당에서 그녀가 밝힌 진실에 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거기에 다음날 출국을 하려던 그날 운전도중 메이는 길 한복판에서 그만 쓰러지고 맙니다.

과연 이들의 만남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말로 사랑에는 국경이 있는 것일까요?

 

 

 

 

 

 

이 작품의 제작 이야기는 의외로 재미있는 사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단편으로 진행이 될려고 했던 점인데요. '사랑해 파리'나 '뉴욕, 아이러브 유'와 같은 도시 옴니버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청두, 아이러브 유'라는 이름으로 만날 예정이었다는 것이죠.1

더구나 이 작품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이 느린 인터넷 속도로 자료전송이라던가 여러 문제로 화상을 통한 대화로 영화에 대한 작업준비를 했다는 것이죠. 거기에 영화 속 택시기사는 실제 택시기사로 이 역시 실제 중국의 도로상황이라던가 무질서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알고보면 참 재미있는 영화라는 것이죠.

 

단편에서 장편으로 바뀌면서 이야기는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와 더불어 청도에 대한 여행기로 그려지게 됩니다.(보통 이런 여행기스러운 영화는 그 지방을 홍보하는 느낌의 영화가 될 우려가 있어서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의외로 큰 거부감은 없습니다.)

동물원에서의 만남은 특히나 인상적인 장면인데요, 대나무 사이로의 키스도 그렇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꿋꿋하게 자신의 먹이를 먹고 있던 판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지요. 그 누가 판다를 귀여운 동물이라고 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거리의 광장에서 집단으로 춤을 추고 아무렇지 않은 듯 대나무 숲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그들에게는 일상화 된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청도이며 작년 쓰촨성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에 굴삭기가 들어가면서의 상황들입니다.

영화속 동하는 이 업체의 중요한 직책을 가지고 있었고 그곳에 출장을 나오게 된 것이죠.

쓰촨성 지진은 이 영화에서 의외로 중요한 장치를 하고 있습니다.

메이가 동하에게 뒤늦게 밝힌 비밀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죠.

힌트를 드리자면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처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청두 여행기 같은 이 작품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전까지의 허진호 감독의 영화와의 차별화가 있다는 것입니다. 심각하게 비극적은 아니더라도 주인공이 세상을 뜨더나 불안한 사랑을 지속하거나 혹은 헤어지거나가 바로 그런 것들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따뜻한 결말을 선택합니다.

자전거에 두려움을 느꼈던 메이에게 다시 노란 자전거가 도착하고 동하는 아직도 그녀를 기다린다는 것이죠. 어쩌면 그 역경이라는 것이 허진호 감독들의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상당히 가벼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메이의 개인사일 수도 있지만 또 하나는 국경의 장벽, 언어의 장벽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 더, 요리(음식)의 장벽도 있죠.

남자는 중국음식에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특히 여러번 영화속에 등장하는 돼지내장탕은 동하에게 큰 거부감을 나타내는 요리가 되죠.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던게 걸리니깐요.

그러나 메이는 맛있는 집이라면서 데려간 곳에서 돼지내장탕을 시키게 되지요.영화의 끝을 향해 들어가는 지점에서 돼지내장탕은 한번더 등장합니다만 여기서 과연 그 많고 많은 음식중에서 돼지내장탕이냐는 의문도 갖게 됩니다. 불의사고로 떠나보낸  그 사람이 좋아하던 음식이라서 동하에게도 그 음식을 추천한 것인가, 아니면 그나마 중국에서는 대중적인 음식이라서 돼지내장탕이 등장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도 듭니다. 음식에 대한 장벽은 의외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죠.

 

 

아시다시피 메이는 중국사람이고 동하는 한국사람입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통일화된 중국어를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대로 한국어로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나라에 왔으니 그 나라 말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대사의 특징이고 영화제작에서도 당연한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우성 씨가 중국어를 배우고, 반대로 고원원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보입니다. 그래서 최선의 선택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울러 유학생활을 했다는 이 두 사람에게 어쩌면 영어로만 대화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될테고요.

 

오히려 청두 중장비 업체의 지사장이야말로 두 주인공보다 더 중국인 같고 혹은 더 한국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미녀에 중국어로 감탄을 하는 것을 보면 중국사람 같고 한국식당에서 기러기 아빠 뭐냥 한국에서의 딸 자식 모습이 담긴 휴대폰 화면을 보면 영락없는 한국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영화에서 정우성 씨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 동안의 영화를 생각한다면 그가 약간의 어설픈 개그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우성 그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코믹 영화에 출연한 적은 없습니다만 그는 이번 영화에서 계속 폼만 잡는 폼생폼사의 남자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한국식당에서 얼떨결에 다시 재회한 지사장과의 해프닝을 보면 정우성도 웃음을 줄 수 있구나라고 생각도 들고요.

(과거 꽃미남이라고 불리우던 이들이 점차 코믹연기를 보여주고 있죠. 나이에서는 중년남이지만 여전히 꽃미남스러운 장동건 씨나 정우성 씨의 코믹연기는 그래서 의외로 반갑다는 생각도 듭니다.)

 

고원원의 경우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여자 상대역에는 많은 이들이 물망에 올랐다는 것이죠. 판빙빙이나 서기 등의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선택은 고원원으로 돌아갔는데 이에 대해 오히려 그녀가 허진호 영화에 더 적합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허진호 감독의 영화속에 등장한 여배우들을 보면 왜 그 이야기가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 '외출'의 손예진, '행복'의 임수정까지 하나같이 순수해보였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자연스러움을 선보였으니깐요.

그 자연스러움은 고원원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또 하나의 활약상은 바로  김상호 씨 입니다.

그의 외모도 빛나지만(!) 정우성 씨와 고원원 사이에서 도움도 주면서 훼방(?)도 놓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죠. 거기에 중국어로 말하는 그의 입담을 듣고 있으면 그가 진짜 중국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요. 언어장벽에 대한 불편함을 영어 대사로 극복했지만 이것이 쉽지 않았기에 그런점에서 김상호 씨가 맡은 지사장 역할이 그런 장치에서 자유로움을 볼수있다는 것이죠. 한결 안정적이라는 것이죠. 

 

 

 

영화속 지사장이 그럽니다. '박팀장님, 사랑에는요, 국경이 있습니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노력한다면 사랑에 대한 국경에 대한 어려운 벽은 허물어지리라 봅니다.

자, 이 영화만 해도 벌써 언어의 장벽을 깨뜨려주고 편안하게 영화를 몰입하라고 하고 있잖아요.

 

영화속 동하는 그 장벽을 깨기 위해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습니다.

그것이 열린 결말이라고 할지라도 저는 해피엔딩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히려 최근 허진호 감독 영화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호우시절'은 요즘 나온 그 어떤 멜로영화들 보다도 가장 가을스럽고 가장 멜로다운 영화가 아닐까 싶어집니다.

 

 

 

 

 

PS.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영화의 숨은 공로자는 동네에서 대나무 좀 씹었다던(?) 판다와 더불어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영화속 잠깐 등장한 굴삭기라고 보여집니다.

재미있게도 이 영화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매인 스폰서입니다.

그러나 노골적인 PPL은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죠.

더 재미있는 사실은 트위터 하시는 회장님으로 유명한 박용만 회장님은 정작 이 작품을 보지 않으셨다는 군요. (두산 굴삭기를 그렇게 자랑을 하시더니만...)

트위터로 이 작품 꼭 보시라고 권유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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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옴니버스는 올해 부산영화제에 선을 보일예정이죠. 곧 국내에서 만날 예정일테고요. 이 작품 역시 쓰촨성 대지진 사건 이후의 이야기들을 담은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그 중에서 한국대표의 허진호 감독이 이 작품을 장편으로 바꾸기로 맘을 먹은 것이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