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여행자'-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행, 가장 슬픈 이별.

송씨네 2009. 11. 9. 23:11

 

 

 

이번주는 독립영화를 좀 많이 챙겨봤습니다.

사실 개봉작을 미리 시사회로 챙겨본 덕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블록버스터는 많아도 이 가을에 어울릴만한 작품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오늘 감히 이 가을에 어울리는, 그리고 많은 이들이 공감할만한 작품을 한 편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프랑스 감독인 우니 르콩트의 작품인 '여행자' 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좀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제작에 같이 동참해 준 인물로 우리나라의 이창동 감독이 있었고 이 영화는 우니 르콩트가 한국에서 찍은 영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이유는 그 다음입니다. 이 작품은 1970 년대에 행해지던 해외 입양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과 우니 르콩트 또한 해외로 입양된 장본인이라는 것이죠. 그러니깐 그녀는 한국사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진희가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만 어쨌든 예사롭지 않은 영화인것 만큼은 분명하죠.

어린 나이의 소녀 진희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이 영화는...]]

 

여기 아버지와 딸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딸에게 그 누구보다도 자상합니다.

그리고 그 딸은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합니다.

아버지와 같이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당신은 모르실꺼야'를 부르던 이 아이의 이름은 진희입니다.

진희는 기분이 좋습니다. 고기도 구워먹고 아버지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신발에, 옷에 즐겁기만 합니다.

여행을 간다는 아버지의 말에 매우 기뻤던 진희는 빵집에서 맛나는 케익도 사주시면서 계속 여행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쇠 철문이 굳게 닫힌 어느 한 건물 앞입니다.

보육원... 그 때까지만 해도 진희는 자신을 두고 아버지가 떠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빠는 곧 올꺼야...라고 굳게 믿고 또 믿었지요.

진희는 여기서 말썽꾸러기 숙희도 만나고 이 곳의 왕언니인 예신도 만납니다.

그런데 예신 언니는 늘 발을 쩔뚝 거리면서 길을 걸어 다닙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보육원에는 손님들이 자주 찾아옵니다. 노랑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 들은 아이들을 하나하나 만나보기 시작하지요.

숙희는 이 때는 똑똑하고 얌전한 숙녀가 됩니다. 그리고 되지도 않는 영어이지만 자신이 선택되길 갈망하고 있고요.

숙희는 진희를 같이 데려가겠다고 이야기합니다만 아버지는 돌아올 것이라고 믿으며 숙희의 제의를 그렇게 깊이 생각하진 않습니다.

숙희도 떠났고 왕언니인 예신 언니도 떠났습니다.

홀로 남은 진희는 더욱더 외롭기만 합니다. 세상 만사가 귀찮고 여전히 아버지가 보고 싶은 것이지요.

어느 덧 진희의 외로운 여행은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한 보육원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도 1970년대이며 두꺼비 로고가 선명한 진로 소주에 지금보면 상당히 촌스러울 모양의 캐익으로 가득한 제과점의 모습도 보입니다.

낡아 빠진 버스는 두 부녀를 서울의 외딴 보육원으로 데려다 주었고요.

이야기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진희에게는 시련이라면 큰 시련이 찾아온 것이지요.

신기한 물건이 들어온 것 뭐냥 쳐다보는 아이들, 그리고 전혀 적응 안되는 식사시간과 잠자리...

그 모든게 마음에 들리가 없고 온통 생각은 아빠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 뿐이죠.

아이들은 모두 체념을 했는지 화투로 점을 보면서 내일은 누가 찾아올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슬펐습니다. 그들이 처해진 상황이 슬펐고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 슬펐습니다.

그들을 찾는 것은 파란 눈의 외국인이었고 자신은 어느 사이 '작별'과 '고향의 봄'에 맞춰 동료 아이들이 부르는 환송가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떠나게 되는 것이지요.

하나 둘 떠날 때 마다 슬펐고 애지중지하던 아기 새가 세상을 등지는 상황 또한 슬펐습니다.

믿었던 숙희마져 보육원을 떠나면서 진희는 더욱더 분노로 가득차게 됩니다.

세상만사가 다 귀찮고 차라리 세상을 뜬 아기 새처럼 그냥 보잘것 없는 먼지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더 편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게 고집을 부릴 수록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진희 역시 알게 됩니다.

보모 아줌마가 힘들때 마다 그렇게 빨레를 향해 방망이질을 하는 이유도 이제는 알 것 같으니깐요.

 

 

 

 

1970 년대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입양 수출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2000 년대가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심지어는 입양되기도 합니다.

씁쓸한 과거와 현재를 우리가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그렇게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영화의 감독인 우니 르콩트의 경우도 어렸을 때의 입양된 경험을 영화로 이야기한 것이고 그것이 이창동 감독의 눈에 띄게 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되게 된 것이죠.

 

 

사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주인공인 진희는 감정의 기복이 큰 아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그 아역배우가 배테랑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면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아이들로만 이루어진 이 작품에서 아역배우들의 역할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며 특히 진희 역을 맡은 김새론 양의 활약상도 매우 컸다고 보여집니다. 더구나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경력이 조금 있을 뿐 연기 경력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면에서 앞으로 주목할 아역 배우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김새론 양이 배워야 할 선배 아역배우는 같이 이 작품에 출연한 고아성 양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아성 양의 경우도 '괴물'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펼치면서 주목받는 아역스타라는 이미지를 남겼고 이 작품에서도 수많은 연기를 바탕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보여집니다. 김새론 양 만큼이나 고아성 양 역시 다리를 절뚝 거리거나 감정 기복도 심하고 사랑에 열병을 앓은 역할 까지 해야 했으니 부담이 컸을텐데 이를 극복한 모습이 멋있어 보입니다. 아울러 같이 출연한 숙희 역의 박도연 양의 경우에도 김새론, 고아성 양 만큼이나 보육원에서 말괄량이로 통하지만 인정많고 정도 있는 소녀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습니다.

세 아역 배우가 없었다면 감동의 쓰나미나 감동의 3단 콤보는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니었나 생각이 되어집니다.

 

아울러 이 영화에는 짧지만 강한 카메오들이 등장합니다.

초반 전혀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진희 아빠 역을 맡은 설경구 씨나 보육원 신체 검사를 위해 보육원을 방문한 의사로 등장한 문성근 씨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짧지만 강하다는 말은 여기서 쓰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너무 바쁘게 살았고 심지어는 이렇게 살고 있는 것 조차도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깐요.

하지만 과거에는 더 힘든 시절을 겪은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고 심지어는 그것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서글픈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해외 입양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이쁜, 천사같은 아이들이 계속 고통 받을 수도 없는 것이고요.

입양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한 단체의 문제이자 사회와 국가적인 문제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가족의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봐야 할 영화 '여행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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