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여배우들'-미녀들의 수다? 혹은 여배우들의 수다!

송씨네 2009. 12. 4. 02:14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여배우들의 모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예쁘다는 생각은 물론이요, 저 사람들은 고생도 안하고 살고 혹은 이슬만 먹고 사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도 하실 것입니다.

떼로 등장한 여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잡지 화보를 찍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모여주는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모습과 일치할까요?

그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느 것이 리얼인지, 거짓인지 헛갈리게 만드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재용 감독의 신작 '여배우들' 입니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여배우들이 속속 어딘가에 도착합니다.

여정은 가장 먼저 장소에 도착하지만 시간 착오로 일찍오게 됩니다. 뻘쭘한지라 그녀는 현정을 기다리고 있지요.

현정은 '선빵여왕'의 미실처럼 역시나 카리스마가 있지만 은근히 다혈질입니다.

'지우히메'로 '욘사마'와 더불어 일본에서 잘나가기로 소문난 지우와 사사건건 시비가 붙기 때문이죠.

미숙과 민희는 '뜨거운 것이 좋아' 이후 간만에 다시 만났고, 막내 옥빈은 선배들에게 잘 보이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옥빈은 '박쥐' 이후 쉬고 있지만 그녀는 은근히 연기에 욕심이 많기만 합니다.

민희는 새로운 것을 하고 싶지만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것에 서글픔을 느낍니다.

미숙은 만두소녀 소희 같이 젊은 것들에 기죽지 않기 위해 시사회에 아예 참여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사연들이 있는 가운데 이들 여배우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보그 촬영 현장에서 창간 기념 표지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폭설로 일본에서 들어와야 할 보석들이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주요 촬영은 마쳤지만 이 표지의 컨셉인 '보석보다 빛나는 여배우들'에 등장할 소품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것이 충분히 이 여배우들의 성질을 돋구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유있게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습니다.

돌싱이 된 배우들은 돌싱이라서 힘들었던 어려움을 토로하고 여배우라서 힘든 이런 저런 푸념들을 내뱉기 시작합니다.

촬영현장... 화기애애 할 것 같은 그 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배우들이 한 두 명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경우라도 캐스팅면에서 많은 진통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여배우들'은 좀 다릅니다.

물론 이 영화가 제작이 결정된 시점은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선덕여왕'의 미실 고현정과, 한류 열풍의 주인공인 최지우, 그리고 '박쥐'로 최근 큰 지지를 얻은 김옥빈 까지... 거기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표적인 대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윤여정과 더불어 김민희와 이미숙까지 등장하였다는 것은 정말로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여배우들'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단순한 영화입니다.

하룻동안의 이야기이며 그 배경도 패션잡지 보그의 촬영현장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더구나 이 작품은 리얼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어느 것이 진짜 이들의 이야기인가에 의문을 들정도로 리얼한 이야기가 연출이 되었다는 것이죠.

부시시한 얼굴로 피부미용을 받고 있는 최지우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지러지게 웃는 고현정, 그리고 엉뚱하다 못해 특이하게 선배들을 맞이한 김옥빈의 모습을 보면 저게 어디까지가 진실인가를 묻게 되지요.

 

그것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진짜 영화속에서 배우들이 싸웠다는 이야기도 있고 진짜 리얼이라고 주장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현명한 관객들이라면 그것을 전부 믿지는 않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관객은 그게 진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그런점에서 이 작품은 드라마적 장르로 표기하는 경우도 많지만 필요에 따라서 이 작품을 페이크 다큐로 표기하는 것도 옮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페이크 다큐는 최근들어 많은 영화에서 간간히 선보이고 있는 방식입니다. 인터뷰장면도 삽입하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죠. 얼마전 개봉한 영화인 '디스트릭트 9'이 초반 인터뷰 장면으로 등장한 것도 리얼을 유지시키기 위한 장치로 이용이 되었고 그 후의 상황도 사람들이 진짜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배우'는 리얼이라고 하기에도, 혹은 허구라고 하기에도 난해한 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들이 샴패인과 와인을 마시면서 벌이는 토크 장면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이혼한 여배우 세 명이 등장합니다.

오래전 이혼한 윤여정, 그리고 이미숙과 고현정이 바로 그들이죠.

보통 때 같으면 언론 인터뷰나 토크쇼에 밝히기 힘든 이야기들을 아낌없이 꺼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는 눈물도 흘리고요. 저는 이 장면을 연기로 봐야할지 아니면 진짜로 봐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장면이 그저 연기를 위해 흘린 눈물만은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는 리얼만 등장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아닙니다.

헐리웃 배우들과 인터뷰를 많이 하여 방송가에 많이 알려진 방송인 오제형 씨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공수하는 보석을 들여오고 촬영에 도움을 주는 스텝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일본에서 폭설로 보석이 늦게 도착한다고 하자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게 리얼이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이것은 확실히 연출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연출된 상황은 이외에도 많습니다. 김민희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하는 장면 역시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보셨다면 이 역할은 대역이었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 작품은 다큐와 허구를 넘나드는 그야말로 패이크 다큐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레이션도 없지만 첫부분과 끝부분의 인터뷰만큼은 이들 여배우들의 실제 심정을 묻는 인터뷰였고 그 중간 부분에 해당되는 상황에서는 다큐와 설정이 절묘하게 섞여들어간 것이라는 것이죠. 저는 이 유쾌한 여배우들의 수다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입니다.

 

 

 

 

 

 

자, 이런 의문점이 하나 더 들어가실 것입니다.

극중에서 최지우와 고현정은 정말 앙숙처럼 싸우냐는 것입니다.

고현정은 최지우에게 시비를 계속 걸고 다혈질로 행동하며 최지우는 가식(?)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가와서 진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렇게 진짜 같이 싸우는데 저게 왜 가짜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생각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들은 배우입니다.

배우들은 충분히 이런 설정에도 단련이 되어 있다는 것이죠. 만약 저들이 싸우는 싸움이 진짜였다면 이 작품은 드라마라는 장르가 아닌 다큐맨터리라는 장르가 더 옮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앞에도 몇 번이나 페이크 다큐라고 강조한 이유도 바로 그런 대목입니다. 그들은 진짜로 싸운 것이 아니라 연기를 위해 단지 설정과 액션만 취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리얼하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비유하나 해보죠.

트로트 가수 중에 대표적인 인물인 송대관 씨와 태진아 씨는 방송때마다 싸웁니다.

그런데 그들은 정말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방송을 위한 설정으로 그렇게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진짜 친하지 않다면 같이 조인트 콘서트를 열 수도 없는 노릇이며 오히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노코맨트를 남겼겠지요.

이런 방식은 역시 절친으로 알려진 신현준, 정준호 씨의 모습에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시상식장이나 방송에서 서로를 비하하지만 그들은 서로 친하기 때문에 그런 장난스런 조크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여배우'는 이런 저런 면에서 평범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을 벗어난 페이크 다큐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앞에도 말씀드렸듯이 그들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토크 만큼은 진실이었다고 저는 느껴집니다.

이 작품이 이재용 감독의 연출작이지만 사실 공동집필을 한 사람들이 이들 여섯명의 배우들이 집필을 했다는 것은 그들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속에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1 굳이 숨길 필요도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죠.

이혼이 방송금지로 이어지던 시절을 이야기하던 윤여정의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도 크죠.  더구나 김옥빈이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 그 꿈을 김민희와 윤여정에게 이야기하는 대목 역시도 꾸밈없는 그들의 소망을 이야기한 대목이라는 것입니다.  여배우로로써의 자존심을 내세우거나 숨길 것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이 집필을 한 이 작품은 여러므로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이런 제안도 해봅니다.

여성버전의 '여배우들'이 만들어졌으니 남성버전의 '남배우들'도 어떻냐는 것이죠.

송강호, 장동건, 이병헌, 설경구, 정우성, 이정재...

선배 배우로는 이순재 선생님에 그리고 막내로 현빈 정도의 배우들이 수다를 떨면 어떨까라는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여성들이 봐도 유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미남들의 수다를 기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요.

상상만 해도 즐거운 패이크 다큐 '여배우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1.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안녕 프란체스카'를 비롯해 드라마와 시트콤, 영화의 작가로 활동한 신정구 작가이지만 그는 여기서 뼈대만 제공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