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에반게리온 : 파-파괴의 신이 되어버린 소년 소녀들의 자화상....

송씨네 2009. 12. 6. 02:07

 

 

 

 

사실 막막합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서 '에반게리온'의 팬은 아니었으니깐요.

국내에 '에반게리온 : 서'가 개봉되었고 이것이 TV판을 축약시킨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부랴부랴 TV판을 챙겨보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에반게리온 : 파'는 그 후속 이야기를 모두 재정립시켰다는 점에서 에바 마니아들에게는 전작들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저처럼 초보 마니아들은 에바를 새롭게 예습하는 기분으로 보게 되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안노 히데아키의 이 작품... 처음의 모든 것을 잊으라는 이 작품은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요?

 

 

 

[[이 영화는...]]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알 수 없는 정체인 사도와 네르프의 대결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 소녀가 레이와 신지에게 나타납니다.

우수한 성적을 강조하던 그녀는 자신이 최고라고 여깁니다. 그녀의 이름은 아스카...

에바를 조종하는 조종사는 이렇게 세명이 되었고 영호기, 초호기, 2호기는 그렇게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사도와의 전쟁, 그리고 오묘한 세 사람의 관계는 물론이요 여전히 아버지와 대립중인 신지...

그러나 문제가 발생합니다. 레이가 큰 맘먹고 총사령관이자 신지의 아버지인 겐도를 친해지도록 만들 방법을 구상합니다.

하지만 우연치 않게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3호기의 탑승 주인공으로 아스카가 들어가면서 문제가 발생됩니다.

사도에 의해 3호기가 감염이 되고 에바가 아닌 사도라는 이름으로 적이 되어 싸워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친구이자 동지인 아스카가 탑승한 사도를 죽일 수만은 없는 신지에게 고민이 이만 저만 아닙니다.

한편  가설 5 호기가 사도와의 전쟁중 큰 파손을 입고 이 로봇의 조종사인 마리가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더 긴박하게 진행되게 됩니다.

친구가 적이 되는 상황, 그리고 아버지와의 갈등, 미묘한 사랑의 감정과 줄다리기...

신지에게는 쉽지 않은 일들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가 반복되는 관습과 소재로 막장드라마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면 '에반게리온'은 이른바 '사골게리온'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수많은 외전과 TV 시리즈와 극장판으로 마니아들을 기쁘게 혹은 분노케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죽하면 한 네티즌은 이런 글을 남기죠.

 

이거야말로 제대로된 사골탕 몇번을 우려먹냐 ㅡㅡ;

 

사골도 이 정도는 우려먹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겠지요. 하지만 1회에서 6회의 TV 판이 얼마전 여러분이 보신 '에반게리온 : 서'라면 그 이후는 사실 7회부터 그 이후의 이야기여야 하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안노 히데야키는 그것을 보기 좋게 관객들을 향해 허를 찌르는 장난(?)을 치게 됩니다. 물론 주요 스토리의 구조는 살리지만 내용이 상당히 많이 변경됨은 물론이요, 내용 축약에 새로운 인물까지 등장합니다.

아스카는 기존의 TV 버전에서 등장한 인물이지만 오히려 속도감을 올려서 아스카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그리는 대신 새로운 인물을 후반에 투입하여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바로 그 주인공은 안경을 쓴 조종사 마리입니다. 마리 역시 아스카와 약간의 잘난척을 하는 경향은 있지만 오히려 아스카 보다는 합리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인물입니다.

이렇게 4 명의 소년 소녀가 등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아스카와 마리는 크게 겹쳐서 만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아스카가 빠지면서 그 후의 임무를 대신 수행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죠.

이렇게 '에반게리온'은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작품은 각기 다른 소년 소녀의 성장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갸날픈 소녀 레이는 늘 말이 없고 전투 후 자주 부상을 당해 학교를 자주 결석합니다.

재개발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궁핍하고 외로운 생활을 살고 그것이 더욱더 갸날픈 그녀를 더 안타깝게 보이게 만들게 됩니다.

신지는 강한척 하지만 알고보면 정이 많은 소년입니다. 아버지와의 대립 후 네르프를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그야말로 감정기복 심한 사춘기 소년이라는 것이죠. 일에 미친 아버지와 그리고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르는 어머니의 무덤가를 바라보는 신지에게는 모든 것이 큰 트라우마처럼 다가옵니다.

이는 아스카도 마찬가지이죠. 독단적이고 이기적인 그녀는 자신의 혼자의 힘으로 사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고뇌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고뇌가 무기력으로 이어져 사도의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고는 본인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껍니다.

 

이렇게 소년 소녀들은 무기력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보이지 않는 정체와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가 마음을 열고 고맙다는 말을 외치기도 하고 신지와 그의 아버지를 위해 요리를 하는 모습은 갸날프고 어딘가 슬퍼보이는 레이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로 다가옵니다. 혼자만으로 될 수 없다고 깨달은 아스카도 달라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고요. 소년 소녀들은 계속되는 전투로 몸이 멀쩡한 곳은 없지만 어떻게 보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씩 알아간다는 점에서 성장 영화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에반게리온'은 분명 마니아를 위한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이른바 오타쿠를 양산하고 많은 마니아들은 레이와 신지가 그려진 그림이나 피규어를 구입하면서 소비를 합니다.

그것은 결코 이 작품이 탄생된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비록 이 작품이 전국에 많은 극장에 상영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관객점유율이 의외로 높고 더구나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극장의 좌석을 가득체운 관객층의 대부분이 20~30대 층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에반게리온'을 단순한 만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보여집니다.

 

사실 제가 놀란 것은 또 하나 있습니다.

거듭 저는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엔딩크레딧 보기 운동을 주장해왔는데 알아서 이 작품들은 엔딩크레딧이 올라와도 자리를 뜨는 관객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에반게리온 : 서'를 극장판으로 본 관객들에게는 보너스 영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어서 미사토가 그렇게 외쳐대던 '서비스, 서비스~!'(다음회 예고)가 펼쳐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관객을 오타쿠나 마니아로 봐야할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순수한 팬들도 있지만 '에반게리온'은 이제 웬만한 이들은 다 챙겨보는 만화 그 이상의 작품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죠

 

또 하나 놀란 것은 PPL의 진화입니다.

애니메이션은 PPL로 노출시키기 곤란한 부분이 많습니다. 더구나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한 대충 간략하게 그린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생길 수 있으니깐요. 이 작품은 재미있게도 일본의 대표적인 커피 제조 업체인 UCC 커피를 자주 애니메이션 상에 노출을 시킵니다.

식사중에도, 그리고 쉬는 시간 자판기 앞에도 UCC 커피 로고는 대문짝만하게 등장하여 간접광고 효과를 확실히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또 하나의 장면이라면 '서'에서도 등장한 미사토 집에서 거주하면서 벌어지는 장면들입니다.

나체 상태로 샤워를 마친 신지의 모습 속에 중요한 부분을 미사토가 즐겨마시는 맥주 캔으로 가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자가 진단스러운(?) 이 장면이 '파'에서도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아스카가 그 장면을 대신하고 신지는 아스카의 분노의 하이킥에 날아가는 경쾌한 장면도 등장한다는 것이죠.

 

 

 

 

앞써 말씀드렸듯이 세번째 극장판은 이미 예고편에 일부가 공개되었고 관객들은 내년이나 세번째 이야기인 '에반게리온 : Q'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인물들이 '파'에 이어 'Q'에서도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며 TV 판 이후 간만에 극장판에 모습을 드러내는 캐릭터도 있으리라 봅니다.

이제는 신화가 되어버린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과연 어떤 또다른 이야기들이 우리를 기다릴지 모두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