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전우치-한국형 슈퍼히어로의 탄생... 좋거나 어색하거나...

송씨네 2009. 12. 24. 01:10

 

 

 

 

올 겨울의 혹은 올 크리스마스의 최대 화두는 '아바타'와 지금 소개할 작품 '전우치'의 대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우치'는 22일 자정을 기해서 일부 극장에서 전야제 유료 상영이 시작되었던터라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세번째 장편이자 앞의 두 작품에 비해 등급에 있어서도 '12세 관람가'로 상당히 완화된 수준이죠.

장진 감독이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개봉하고 나서 등급이 좋게 나오자 그가 놀랐던 반응과도 비슷하죠.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시작을 알린 이 작품... 과연 어떤 작품일까요?

 

 

 

[[이 영화는...]]

 

500년 전 조선시대...

12 지간 모양을 한 요괴들이 봉인된 호리병에서 빠져나오면서 조선시대는 어지럽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얼떨결에 이들을 놓친 3명의 신선들은 천관대사와 화담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설의 피리인 만파식적을 찾고 요괴를 봉인해달라고 하게 됩니다.

요괴들은 일망타진 하는 것 같아보였지만 천관대사의 제자인 전우치의 말썽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더구나 화담은 이 만파식적에 너무 관심이 지나치고 욕심도 많습니다. 결국 천관대사를 죽이고 나머지 피리의 반쪽을 얻는듯 했지만 천관대사를 죽인 범인으로 전우치를 뒤집어 씌우고 이 과정에서 전우치와 그의 충성스러운 조수 초랭이를 족자에 같이 봉인 시키던 도중 피리도 같이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500 년 이후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죠.

시대는 2009년 대한민국 서울입니다. 얼빵한 세 명의 신선은 점술가, 목사, 스님으로 활동하면서 여전히 요괴들의 활동을 지켜보게 되었지요. 물론 만파식적의 행방도 찾아야 했고요.

아직도 요괴들이 활동하는 것을 알게 된 세 신선들은 자신의 힘으로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족자에 갖혀지내던 전우치를 다시 불러오기로 하죠.

너무 바뀐 세상... 그러나 전우치는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고 장난끼 많은 것은 여전합니다.

한편 행방이 묘연했던 화담의 행방도 알려지면서 더욱더 이들의 움직임은 정신이 없기만 합니다.

그러던 와중 전우치는 과거 조선시대 보쌈을 하던 여인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물론 당연히 그녀는 기억못하죠.

2009년 서울에서 톱배우의 스타일리스트로 살고 있는 인경은 지금의 삶이 불편해보이기만 합니다.

배우도 되고 싶고 외국으로 떠나고픈 생각도 하고 있으니 말이죠.

마치 아는 사람처럼 집적대는 전우치가 그렇게 유쾌하게 보일리는 없죠.

어쨌든 아직 봉인하지 못한 요괴도 찾아야 하고 화담에게 그 피리가 들어오기 전에 전우치는 먼저 그 피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신비함을 지닌 청동거울과 청동검을 세트로 찾아주셔야 함은 물론이고요.

 

 

 

 

 

 

이 작품은 과거의 최동훈 감독과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되시지만 한 편으로는 클린 버전의 '타짜'나 '범죄의 재구성'을 보는 느낌도 듭니다.

우선 그럴 것이 출연진들의 모습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지요.

백윤식 씨와 김윤석 씨는 '타짜'에서 평경장과 아귀에 이어 두번재로 충돌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촐랑거리는 초랭이 역을 맡은 유해진 씨에 김상호 씨도 이 작품에도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죠.

'타짜'에서의 복잡하며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상황들을 이 작품에서는 같은 출연진이지만 쉽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죠.

 

사실 전우치에 관한 설화는 그 어떤 감독들도 건드리지 않은 소재라는 점에서 신선도 면에서는 최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헐리웃에는 '스파이더맨', '베트맨', '엑스맨' 등의 온갖 '맨'들이 등장하였고 그것을 끊임없이 영화화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기억하는 히어로라면 홍길동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도 문제도 있고 한계성도 드러나게 되죠. 

하지만 이 작품을 최동훈 감독이 맡겼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셨을리라고 생각됩니다.

 

'화산고 2'를 준비하던 도중에 전우치 설화가 끌렸고 장난스러웠던 전우치에 관한 이야기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작품은 그의 전작과 같은듯 다른 양상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는 더구나 많은 작품들을 참고했을 법한 것들이 나오기도 하죠.

현제의 사람들이 기인과 도시에서 벌이는 대결은 영락없는 '아라한 장풍대작전'1이며, 하늘을 날고 거기에 검술까지 하면서 와이어 액션도 하는 걸로 봐서는 이명세 감독의 '형사'2도 떠오릅니다. 거기에 영화 세트와 청계천에서 대결이 벌어지고 '왕의 남자' 세트장에서는 임금을 기만하는 장면도 나오고 있으니 이 작품은 도대체 정체가 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3  

 

 

 

 

이 작품은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탄생을 알린 작품은 맞습니다만 기존의 슈퍼히어로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선과 악이란 구분도 없으며 더구나 전우치라는 케릭터 자체는 상당히 망나니 케릭터라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는 윌스미스가 등장한 영화 '핸콕'도 떠오르게 만들죠. 망나니 히어로(?)라는 점에서 상당히 공통점이 보인다는 것이죠.

하지만 '핸콕'과 '전우치'는 분명 다른 작품입니다. 한국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죠.

도술을 부려 둔갑술을 하기도 하고 사람이 여러명으로 불어나기도 하고 부적을 이용해서 이것저것 다한다는 것이죠.

조선시대에 이 이야기가 제한이 되었다면 상당히 재미 없을 이야기이지만 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숙한 도사가 2009년 서울에 오면서 겪는 웃지못할 상황들이  이 영화에 잔재미를 준다는 것이죠.

 

전우치와 초랭이가 지문과 음성으로 인식이 되는 도어락에서 자신의 인적사항까지 줄줄이 밝히는 장면이나 가로등 전봇대를 무기 삼아 요괴와 싸우는 초랭이의 모습은 현재의 상황과 과거의 상황을 적절히 융합시킨 의외로 재미있는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인경이 과거 조선시대 과부녀로 살던 시절에 전우치가 약간 장난을 쳐서 외국의 어느 바닷가를 보여주는 장면은 처음에는 그 장면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영화 말미에 그 장면이 왜 필요했는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엑스맨' 스러운 초능력도 없고, '슈퍼맨' 같은 힘도 없으며 '베트맨' 처럼 부유하지 않은 이 어설픈 히어로는 그러나 도술을 통해 악당과 싸우는 특이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이것이 기존의 헐리웃 슈퍼히어로 영화와 다른 점이고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그러나 의미가 있는 영화로 우리가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더구나 그 의미나 주제성을 밝히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최동훈 감독이 작정하고 킬링타임용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죠.4

물론 영화에 메시지가 없다면 그 영화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모든 영화에 메시지를 강조할 필요도 사실 없습니다. 강제 사항이 아니니깐요. 그렇기에 이 영화에 동기와 의미를 억지로 부여하시는 분들이 더 이상한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심지어는 요괴 중에 12 지신으로 나온 동물 중에 쥐가 나온 것에 대해 정치적 해석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으니 어떻게 보면 오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CG 면에서도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오히려 화려한 CG를 줄이고 자연스러운 혹은 동화적인 CG를 사용하여 또다른 재미를 주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2 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의문도 들기도 합니다.

보통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영화를 봤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제 옆에 아기 엄마를 둔 관객때문인지는 몰라도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이게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굳이 2 시간 이상으로 만들정도의 이야기는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2 편으로 제작되어 1 편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새롭게 다루고 새로운 대결구도를 담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배우를 너무 이용 못한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현대 세계로 들어와서 의사로 등장하는 두 명의 요괴와 싸우는데 그 중의 한 명은 선우선 씨 입니다. ('내조의 여왕'에 나오던 그 분 말입니다.) 그런데 대사 하나 거의 없음은 물론이요 스턴트 연기만 하시던데 그런 연기를 시키기에는 그녀는 이제 너무 많이 알려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영화가 그녀가 뜨기 전에 받은 시나리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그녀의 연기 분량이 너무 적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강동원 씨의 천진난만한 모습속에서 액션연기와 코믹연기를 두루 선보였다는 점입니다. '타짜'에서 조승우 씨의 파트너나 다름없었던 유해진 씨가 이번에는 강동원 씨의 파트너가 되어 영화의 재미를 더 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테고요.

신선 3 인방의 활약상도 컸죠. 하지만 제가 주위깊게 본 사람은 송영창 씨 였습니다.

송영창 씨나 지난번 영화 '파주'에서 소개해 드렸던 이경영 씨 모두 불미스러운 일로 영화 출연에 난황을 겪던 분들입니다. 하지만 송영창 씨의 경우 점차 작품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고르면서 과거의 불미스러운 사건에서 점차 빠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뭐, 물론 이제는 최동훈 감독의 폐르소나가 되어버린 김상호 씨의 모습이나 드라마와 영화 모두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주진모 씨의 코믹 연기도 이 사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얼빵한 3인의 신선의 모습을 우리가 유쾌하게 느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재미는 있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너무 재미 위주라서 그런지 메시지가 없다는 것에 대한 당혹감 때문일까요?

아니면 큰 제작비에 좀 약해보이는 액션씬이 많아서 그런것일까요?

아무튼 지금 한국영화에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점에서 이번에 개봉된 '전우치'의  행보에 주목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 이 작품의 매인무술감독은 아시다시피 정두홍 씨 입니다. [본문으로]
  2. '형사'에도 강동원 씨는 이미 하지원 씨와 벽을 탄 경험이 있죠. [본문으로]
  3.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속에 등장한 영화는 마치 '모던보이'나 '원스 어폰 타임' 등의 작품을 생각하기 충분했습니다. [본문으로]
  4. 요 대목에서는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 리'(장편/단편)가 떠오르기 쉽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