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백만앤걸 스즈코-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청년실업자...

송씨네 2009. 12. 14. 00:48

 

 

 

저는 몇 달전까지  청년실업자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안정된 직장이냐고 묻는다면 꼭 그런것도 아니죠.

청년실업의 문제점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전세계의 문제요, 가까운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싶습니다.

스폰지 하우스가 매년 열고 있는 일본영화 잔치인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습니다.

2년 만의 재등장이라고 하죠. 올해는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일본영화들에 대한 다양한 탐구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 중 '청춘의 맛' 섹션에 소개된 작품인 '백만엔걸 스즈코'를 소개할까 합니다.

일본에서는 TV 드라마로도 방영된 경력이 있는 이 작품은 '백만엔과 고충녀'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작품입니다.

백만엔(우리나라 돈으로 약 1300 만원)을 모아야 이사를 가는 특별한 소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릴까 합니다.

 

 

 

[[이 영화는...]]

 

어느 한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스즈코입니다.

그녀는 감방에서 방금전 출소하였습니다.

그녀가 감방을 가게된 사연은 사실 말이 안됩니다.

같이 일하던 직장 동료와 집을 구했고 월세로 살기로 맘먹죠.

그러나 그 동료는 자신의 남친과 같이 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뒤늦게 합니다.

문제는 이 직장 동료와 남친과 헤어지면서 그 동료가 더 이상 남친과 살 이유가 없어졌죠.

얼뎔결에 스즈코는 전 남친인 양반과 이상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런데 사건은 그녀가 비오던 날 발견한 고양이를 보살피면서 집안으로 들여보내면서 생기게 됩니다.

잠시나간 사이에 고양이가 사라지고 그 고양이는 비가 오는 날 싸늘하게 죽음을 맞이하죠.

스즈코는 분에 못이겨 그 남자의 모든 집기를 내다버리고 남자는 결국 여자를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벌금형에 감옥살이를 한 스즈코는 당시 피해 금액이라던 백만엔을 스스로 모으기로 맘먹습니다.

다시 독립선언을 하고 그녀는 우선 바닷가 마을에서 빙수를 일을 돕게 되지요.

그리고 농촌으로 내려가서 복숭아 나무에서 복숭아를 따는 일을 하고, 도시로 올라와 대형 꽃집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놈의 인기는 그녀를 피곤하게 만들고 여러 남자들을 꼬이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녀가 전과자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리가 없습니다.

백만엔을 모으면 어김없이 떠나는 그녀... 그녀는 이 목적없는 여행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요?

 

 

 

 

이 영화는 일종의 로드 무비 형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주인공이 차를 타고 여행을 가지 않았을 뿐이지 어촌과 농촌, 도시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로드무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백만엔을 모으고 그 자금으로 이사를 가지만 사실 그 것 말고는 특별한 목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만약 그녀가 왜 그런 모험을 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런 모험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녀가 향한 마을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집니다.

첫번째로 향한 바닷가 마을에서 그녀는 작은 식당에서 일을 합니다. 과일 빙수도 판매하는 작은 바닷가 식당에서는 한 청년이 스즈코에게 반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매우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녀가 서둘러 백만엔을 모으고 자리를 뜬 것도 자신은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두번째로 떠난 농촌마을에서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만 마을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으로 얼떨결에 복숭아 아가씨 홍보 도우미가 되려는 소동을 겪습니다. 앞에 어촌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소심함과 더불어 자신이 전과자라는 사실 때문에 그녀는 쉽게 이 홍보 도우미 직을 수락하지 못하죠. 마을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녀를 다그치죠, 전과자라고 설명을 하자 이번에는 그녀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니 이것도 문제입니다.

세번째로 도쿄 근방의 작은 도시로 떠난 그녀는 꽃집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다가 나카지마라는 청년을 만나고 진짜 사랑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날이 갈 수록 나카지마는 스즈코를 단지 돈이 많아서 사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받게 됩니다. (사실 진짜 나카지마의 속사정은 뒤에 나옵니다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고 전과자라는 사실이 두렵다고 느껴진 그녀는 현실과 정면 돌파를 거부하게 됩니다. 사실 그런데 이게 너무 우수운 것은 스즈코 뿐만 아니라 그녀의 남동생도 은근히 정면 돌파를 거부하는 인물이라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왕따를 당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누나인 스즈코를 무시하고 전과자 누나와 같이 사는게 싫다고 불평을 하죠.

하지만 누나의 처지와 자신의 처지가 알고 보니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누나를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의 끝을 향해가면서 자신감 넘치던 스즈코는 나약해지고 반대로 동생은 현실과 정면 돌파를 시도합니다.

그런 사연을 편지로 전해 받은 스즈코는 나약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심기일전 하게 되고요.

 

 

 

 

 

이 작품은 청년실업의 슬픔과 소심해저가는 자신의 자아 찾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스즈코는 남들처럼 자아를 찾기 위해 백만엔 모으기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만 그녀는 이미 거기서 진정한 사랑을 얻고 진정한 자기 삶을 찾게 됩니다. 진짜 자아 찾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백만엔은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도 쉽게 벌기 힘든 금액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1300 만원으로는 좋은 집을 전세로 구입한다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그런점에서 백만엔은 단순한 화폐를 넘어서 살기 위한 몸부림을 이야기하는 하나의 소재로도 해석이 됩니다.

사실 그런 점에서 영화속 스즈코와 저는 유사점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소심하고 돈을 열심히 모아야 하며 실업자라라는 쓰라린 슬픔도 맛보았으니깐요. 저는 이게 스즈코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청년실업자, 청년백수에게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집니다.

 

 

 

아오이 유우는 정말 제가 좋아하는 일본 배우 중의 한 명입니다.

우에노 쥬리가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면 아오이 유우는 반대로 잔잔한 드라마에 강합니다.

물론 약간의 코믹적 요소가 이 작품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도 아오이 유우는 심한 몸개그를 영화속에서 선을 보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순수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너무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전 그녀를 보면 항상 우리나라 배우인 신민아 씨가 떠올랐는데 신민아 씨 역시 청순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지만 최근 몇 몇 영화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죠. 배우들에게 새로운 시도는 사실 도박과 같은 겁니다. 그렇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고요. 그 이미지를 갑자기 바꾸려는 것도 쉽지가 않고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몸개그를 하는 아오이 유우를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도 아마 그런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행복의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돈이 우선일까요, 아니면 사랑일까요? 사랑으로 먹고 살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경제력이 있어야 사랑도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백만엔을 모으기 위해 그렇게 이사를 다닌 스즈코가 바보 같아 보일까요?

어쩌면 그런 그 어리석음은 우리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청년실업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미친듯이 돈을 벌기 위해서,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

추구하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현실이 받쳐주지 못해 이 세상은 서글프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