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잡설들/컬처 확대경, 컬처 쇼크

송일곤 감독 영화에서 뮤지컬로 다시 만난 '마법사들'...

송씨네 2010. 1. 19. 04:22

일곤 감독의 '마법사들'을 오래전에 본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디지털 상영이 일반화되지 않던 시절 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디지털로 상영되던 영화였지요.

디지털 영화를 인디전용관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사실 이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끊김없이 한번에 가는 롱테이크로 이루어진 영화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져야 하며 자칫 NG 한번 잘못내면 촬영은 다시 시작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거기에 장면전환을 할 수 없기에 모노 드라마 형식의 작품이 아니고서는 장면 전환은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지요.

맴버 하나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세트의 다른편의 모습이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전환되기도 하고 이동을 하는 장면을 그대로 촬영함으로써 끊임없이 원 씬 원 테이크가 가능했던 것이죠.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은 이렇게 실험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뮤지컬로 선보인다고 합니다. 바로 뮤지컬 '마법사들'(마법사 밴드)입니다.

 

작년 10월 16일부터 막을 연 뮤지컬 '마법사들'은 대학로 창조아트센터에서 장기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이 작품을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뮤지컬로 만나는 '마법사들'은 어떨까요?

 

 

 

 

 

 

 

영화 버전을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이야기해드리자면...

무대는 어느 한 산골짜기의 산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두 사내가 12월 31일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으며 술을 마시며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밴드의 맴버였던 재성과 명수는 술을 마시면서 먼저 세상을 떠난 맴버인 자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었던 자은은 같은 맴버인 재성과 사랑을 나누지만 그 사랑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지요.

불안함을 약과 술로 달래던 그녀는 그렇게 세상을 등지고 맙니다.

과거 스노우보드 선수로 활약했던 스님과 '마법사 밴드'의 또 한명의 맴버인 하영이 산장에 합류하면서 12월 31일의 마지막 밤은 더욱더 깊어가고 자은에 대한 그리움은 더해져 갑니다.

 

세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야외의 느낌과 실내의 느낌을 동시에 표현한 세트가 인상적인데요.

원작 영화가 롱테이크로 산장의 내부를 한번에 담아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세트가 하나로 통일된 것 역시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작게는 이 세트는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마법사 밴드가 연주하는 연습실과 주로 대화를 나누는 의자와 술이 놓여진 바가 등장하고 재성과 자은이 대립을 하는 작은 방하나가 바로 이 세트의 전부입니다.

 

 

 

 

 

 

 

영화와 뮤지컬 버전에는 약간의 변화들이 있습니다.

영화 버전에는 '실비야'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들이 선보였지만 뮤지컬 버전에서는 영화 버전의 음악이 아닌 새로운 버전들로 모두 뮤지컬에 선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영화 버전히 전반적으로 어두웠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뮤지컬 버전 역시 물론 약간의 어둡기는 하지만 밝게 장면들을 연출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특히나 '오복마트' 송처럼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음악들도 준비 되었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느낌은 매우 유쾌하다고 해도 틀린 점은 아니리라 봅니다. 아울러 뮤지컬 '마법사들'은 마지막 커튼콜까지도 유쾌하게 끝을 맺는데요. 뮤지컬 속의 두 곡을 다시 앙코르 연주함으로써 공연을 끝맺는 방식입니다.

 

 

 

영화 버전과 다른 뮤지컬 버전의 배우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라고 생각되는데요.

 영화 버전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선덕여왕'에서 활약을 보인 정웅인 씨와 연기파 배우인 장현성 씨가 바로 이 작품에 등장했었죠.

뮤지컬 버전은 더 젊은 배우들로 캐스팅이 되었는데요, 더블 케스팅으로 뮤지컬과 연극이 공연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제가 이날 공연은 최성원, 심규선, 주현종, 이선근, 김초은 씨가 등장한 버전으로 공연이 되었습니다. (초반에는 가수 박혜경 씨도 공연을 하셨는데 지금은 케스팅에서 빠지셨더군요.)

영화 버전을 보신 분이라면 이렇게 뮤지컬 버전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비교를 해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평가가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뮤지컬 '마법사들'이 송일곤 감독의 원작 영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창조아트센터는 원작인 영화버전의 '마법사들'도 얼마전까지 주말 밤에 상영하는 특별 상영회도 마련하였으며 얼마전에는 영화버전의 배우들인 정웅인, 장현성 씨와 송일곤 감독을 모시고 상여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점에서 이 작품을 비교해서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지는데요.

저는 이 작품을 다른 극장들이 기회가 된다면 재 상영하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원작만큼이나 혁신을 일으킨 작품 '마법사들'...

이제는 뮤지컬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평일 오후 7시30분 / 월요일 공연없음
토 · 공휴일 4시30분, 7시30분 / 일요일 6시
창조 아트 센터 1관(http://www.changjo1.co.kr/)

 

 

PS. 이 작품은 스님의 느닷없는 등장이 영화 버전이나 뮤지컬 버전이나 재미있기는 마찬가지인데요.

영화 버전에서는 스님이 기네스 맥주를 마시면서 감탄을 연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송일곤 감독이 기네스 맥주를 좋아해서 삽입하였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다른 맥주로 교체되었습니다. 국산맥주로 말이죠. 하지만 역시 뮤지컬 버전도 맥주에 대한 사랑은 똑같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