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의형제'-이데올로기와 사회문제에 동시 접근한 범상치 않은 영화!

송씨네 2010. 2. 4. 23:42

 

 

 

벌써 2008 년, 재 작년이네요.

김기덕 감독의 제자이지만 김기덕 감독과는 또 다른 노선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 있었습니다.  바로 장훈 감독이죠. 그가 이 때 '영화는 영화다'라는 기막힌 영화를 만들었죠.

물론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의 힘도 컸지만 남자들의 이야기를 건달같은 배우와 조폭이지만 배우를 꿈꾸는 건달이라는 어울릴듯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조합되어 이야기를 만들었으니 이색적이기도 했죠.

영화는 그럭저럭 성공했는데 배급사가 망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실제 수익은 얼마나 벌어들었을지는 사실 미지수이기도 합니다. 올해 선을 보인 한국영화 가운데에서 상반기 의외의 기대를 모을 작품이라면 아마 지금 소개해 드릴 작품인 '의형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두 남자가 있습니다.

지원이라는 사내는 북한의 김일성 대학에서 엘리트 코스를 받은 남자입니다. 그는 남한으로 급파되어 흔히 말하는 공작원(그러니깐 간첩이죠.)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그를 지시하는 그림자라는 정체불명의 사나이도 있죠.

사상이 변질되었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모두 사살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한 가족을 몰살시키는 것을 눈뜨고 볼 수 없는 지원은 그림자의 말을 어기고 그 가족 중의 소년을 살려두게 되죠.

또 한 명의 남자는 한규라는 남자입니다. 그는 국정원에서 일했습니다.

6 년전 사건이 발생했고 그림자와 지원 일행을 놓쳐버렸습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홀로 결단을 내린 것이 화근이죠. 결국 한규는 국정원 요원을 그만두고 6 년후에는 홍신소 대표로 활약하게 됩니다. 떼인돈은 받지 않고 대신 집나간 베트남이나 동남아계 여성들을 잡아서 인계하는 역할입니다.

우연히 지원과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은 그러나 말이 재회이지 사실상 두 사람은 서로를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있습니다. 지원은 한규가 맡고 있는 홍신소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공작원과 전 국정원 요원이 아닌 남자대 남자로써의 우정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우정은 지속될 수 없나 봅니다. 지원의 속사정이 밝혀짐과 동시에 서로를 다시 경계하는 눈빛이 시작되고 활동이 주춤했던 그림자가 다시 활동을 개시해버렸으니 말이죠.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초반의 영화는 상당히 긴박감 있는 첩보영화로 그려집니다. 수많은 사람이 떼로 죽으면서 시작하니 그럴 수 밖에요.

하지만 6년이 지난 상황으로 이야기가 바뀌면서 상황은 첩보보다는 드라마적인 상황으로 변하게 되죠. 농촌에 베트남 여성에 대한 현수막은 딱 두가지 종류인데 베트남 여성과 결혼 시켜주는 광고가 그것이고 두번째는 집나간 베트남 여성을 찾아준다는 것이 그것이죠. 영화속의 한규는 후자의 경우죠.

드라마적인 상황은 코미디와 로드무비를 동반한 상황으로 바뀌게 됩니다. 베트남 여성을 포함한 동남아계 여성들을 찾으러 다니면서 돈이 정말로 소중한 것이냐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던 벽이 있던 두 사람은 그 벽을 서서히 허물게 되지요.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은 상당히 기구한 운명입니다.

지원은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를 북에 두고 왔고 한규는 부인과 이혼했고 기러기 아빠는 아니지만 기러기 아빠처럼 생활비를 자식에게 꼬박 꼬박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처지는 매우 비슷해 보입니다. 상황은 다르더라도 말이죠. 가족이 그립고 정이 그리운 사람들이죠. 그렇기에 두 사람의 우정이 더욱 돈둑해질 수 밖에도 없었던 것이지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의형제'라는 단어는 사실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한규가 지원에게 형이라고 불러보지 않겠느냐고 제의를 하지만 그것을 거부하는 장면이 한 컷 등장합니다. 바로 여기서 이 작품의 제목이 왜 '의형제'인가라고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이 영화는 베트남 여성들의 이야기, 그러니깐 다문화 가정을 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중조명함과 더불어 남자들의 의리를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죠. 이미 남자들의 의리라면 전작인 '영화는 영화다'에서 보여줬던지라 그렇게 새로울 것은 아니지만 장훈 감독은 점점 하나씩 추가해가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영화의 전체적인 틀은 남북한의 이데올로기입니다. 그것이 이들을 만나게 만든 주요인이고요. 그러나 이것이 이들을 갈라지게 하는 주 원인은 될 수 없었던 것이죠. 이데올로기는 달라도 꿈은 어쩌면 비슷했으니깐요.

어두운 이데올로기를 담은 이야기라 사실 해피엔딩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상 외로 이 작품은 잔잔한 결말을 주면서 끝을 맺지요. 장훈 감독은 해피엔딩지만 한편으로는 슬프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영화가 영화같지 못한 현실을 이야기 해준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영화는 송강호 씨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틀린 영화는 아닙니다.

'우아한 세계'와 '쉬리' 등의 그가 등장했던 케릭터들의 집대성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깐요. 소심한 가장이자 첩보요원 이었던 사내라는 점에서 두 캐릭터를 비슷하게 혼합한 케릭터가 이것이라는 느낌이 딱 들을 수 밖에 없었으니깐요.

강동원 씨의 경우는 사실 잘생긴 공작원이라는 점에서 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일부러 모자를 쓰고 별의 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하죠. 실제로도 북한 공작원 중에서는 미남도 있다더라는 이야기가 있으니 강동원 씨는 그 표준은 아니더라도 그 중 한 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으셨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두 가지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극중 한규의 입에서 연일 흘러나온 '빨갱이' 발언입니다.

요즘도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은 입에 게거품을 물고 다닐 정도로 이 용어가 일상용어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는 영화인가라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그가 '빨갱이'라는 단어를 남발하게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신의 동료들을 잃은 것에 대한 분노를 이 단어로 합축시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화속의 한규가 정말로 지독한 보수주의자였다면 지원을 끝까지 도와주지는 않았을테니깐요.

두번째 논란은 베트남 갱단은 정말로 있는가라는 의문일껍니다.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고창석 씨를 두번째로 기용한 장훈 감독은 그를 베트남 갱단의 두목으로 등장시킵니다.(고창석 씨가 정말 놀라운 실력으로 베트남 언어를 구사하시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동시에 매우 웃기는 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립을 위한 장치로 베트남 갱단을 집어넣었지만 실제로 정말 존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립을 위한 장치로 일시적으로 만든 장치일 뿐 동남아나 베트남 이주민들(외국인 노동자+다문화 가정)를 비하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이유는 영화를 끝까지 보시면 이해가 가시리라 생각됩니다. 

 

 

분명한 것은 이 작품 '의형제'는 그렇게 쉬운 소재가 아닌 남북간의 이데올로기, 다문화 가정의 생활상과 더불어 남자들의 의리... 이렇게 세가지를 같이 집어넣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연출과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감독만 좋아서도 안되고 시나리오만 좋아서도 안되는 것이 영화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상업적인 성격과 언더그라운드 적인 성격의 두가지의 모습도 더불어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상업영화이지만 작품성으로도 인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런 이유죠.

웃고 즐기다가 어느덧 공감하게 되는 영화... '의형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