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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맨 온 와이어'-무모한 외줄타기? 그것은 도전정신이다!

송씨네 2010. 2. 12. 04:00

 

 

 

 

사람들은 누구나 날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라이트 형제를 자극받게 만들었고 비행기를 만들었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하늘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삽니다.

그런것 때문인지 뉴스에는 간혹 특이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벽을 기어 타는 인간 스파이더 맨들이 등장하거나 혹은 암벽을 오르듯 고층 빌딩 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의 최후는 허가받지 않은 퍼포먼스로 취급받아 경찰에게 연행된다는 것입니다.

왜 사람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무모한 짓을 할까요?

그 이야기에 대한 대답을 이 작품이 대신 해주려나 봅니다.

다큐맨터리 '맨 온 와이어' 입니다.

 

 

 

필리페 페티... 그는 곡예사였습니다.

어렸을 적 치과에 갔다가 뉴욕 쌍둥이 빌딩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아픈 치통을 느끼면서도 그 소식이 적힌 신문을 찢어갈 정도였으니깐요.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된 필리페는 더윽더 쌍둥이 빌딩에 대한 정복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하나 실행에 옮깁니다.

노틀담 성당의 옥상을 외줄로 오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호주 시드니 하버브릿지 다리까지 오르면서 그는 유명세를 얻었지만  그는 이 퍼포먼스의 댓갈로 경찰서로의 연행을 밥먹듯이 가게 되죠.

뉴욕으로 온 필리페는 수십번의 사전답사로는 모자라 아픈 몸을 이끌고 목발로, 그리고 항공촬영을 하면서 뉴욕 쌍둥이 빌딩을 건너려는 바보같은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필리페에는 과연 무엇때문에 뉴욕의 거대한 빌딩인 쌍둥이 빌딩에 도전을 하게 된 것일까요?

 

 

 

 

 

무모한 이 도전기는 실화입니다.

1974년 8월 7일 쌍둥이 빌딩을 겁없이 외줄 하나에 의지한 필리페 페티는 그야말로 괴짜중의 괴짜였죠. 동료들을 모으고 많은 이들을 그의 편으로 만들었지만 그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리고 두 팀으로 나뉘어 두 곳에 각각 쌍둥이 빌딩으로 향했고 그것이 성공하였지만 그 속에는 삼엄한 경비와 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었지요.

왜 이런 바보같은 일을 했을까라고 묻지만 그 질문은 마치 그런 질문을 한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한 듯 그냥 좋아서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는 '산이 왜 좋으세요?'라고 등산가들이나 산악인들에게 묻는 바보같은 질문과도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필리페 페티를 비롯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등장하고 재연 장면이 일부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의외로 재연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것은 필리페도 그렇고 당시 그들이 치밀하게 준비했던 과정을 담은 영상물이나 사진들이 많이 기록에 남아있었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그 긴박했던 순간은 재연으로 밖에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 작품을 만든 제임스 마쉬는 BBC에서 다큐만 만들던 사람입니다.

재연과 자료수집으로 이루어진 이 다큐는 어떻게 보면 기존의 인터뷰나 그 사람들의 모습들을 담은 다큐만 생각한다면 정통다큐라고 불리우긴 힘든 작품입니다. 그러나 제임스 마쉬는 편집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작품은 그 순수한 다큐의 본질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그렇게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모습을 담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에는 더욱더 과거 자료가 보존이 되지 않는한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도 생기죠. 그렇기에 재연이라는 드라마적 요소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깐요.

 

최근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아마존의 눈물' 같은 경우라도 식인어종의 경우 직접 들어가는 것이 불가피하기에 필요한 경우 수조를 이용한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게 됩니다. 이렇게 정통다큐는 그렇게 쉽게 만들어질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제임스 마쉬와 같은 다큐를 제작하는 감독들의 노고를 이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사실 은근히 이 작품은 많은 상징적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월드 트레이드 센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쌍둥이 빌딩은 2001 년 9월 11일의 테러로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그 유물과 같은 곳에서 그 당시 이런 퍼포먼스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어쩌면 더 흥미롭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의미는 바로 도전정신일 것입니다.

물론 필리페와 그의 친구들이 행한 행동은 불법이며 무모한 짓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모한 짓을 시도도 못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죽을지도 모르고 다칠지도 모르는 극한 상황에서 그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냐는 것인데 그들에게는 도전정신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필리페는 이제 중년이 되어 더이상 곡예사로써의 수명은 마감되었습니다만 그는 여전히 낮은 높이에서 외줄을 타는 연습을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필리페가 어렸을 적 치과에서 보던 신문의 뉴스를 접하지 않았다면 필리페는 그저 평범한 소년이거나 평범한 곡예사로 남아 인생을 재미없게 보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상을 재미없게 산다는 것은 슬픈일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를 비롯한 사람들은 심심하게 지루하게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필리페의 이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당장은 우리는 일탈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무모한 도전이라도 좋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그 무모한 도전은 훌륭한 도전이 될테니깐요.

 

 

 

 

 

 

 

PS. 이 영화의 관람은 사실 우연치 않은 기회였습니다. 트위터에서 활동하시는 유학파 감독인 진원석 감독님과 작년 '그림자 살인'으로 주목을 받은 박대민 감독님과 함께한 자리입니다.

 

영화가 끝난뒤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현정권의 영화에 대한 정책, 그리고 박대민 감독님의 신작도 말이죠. '그림자 살인'은 개인적으로 속편이 기다려지는 작품인데 류덕환 씨도 슬슬 군입대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군요. 이런...

 

어쩌면 '공중곡예사'라는 원제를 좋아했던 박 감독이 '맨 온 와이어'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