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지 눈인지 알 수 없는 것들로 정신없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살아생전 국회를 언제 들어가볼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사실 제가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이유는 다큐 '경계도시 2'를 보러가기 위해였습니다.
한 사람이 대한민국에 들어와 범법자가 되고 추방아닌 추방을 당하면서의 그 동안의 삶을 다룬 이 다큐는 '경계도시' 1편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입니다. 2002년 개봉된 1편은 이 작품의 주 등장인물인 송두율 교수가 간첩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에 갈 수 없는 사정을 담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독일에서 살아야만 했으며 33년간을 한국 땅을 밟지 못한 상태였죠. 그리고 그 후의 이야기가 바로 이 두번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사실 한 인물이나 단체를 시리즈를 통해 집중적으로 다룬 다큐는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닙니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3 부작(3편인 '숨결' 포함해서)은 이미 정신대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쫓아가면서 그들의 삶이 고달프고 힘들었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경계도시' 시리즈도 어쩌면 같은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이 작품은 그가 한국 땅을 밟은 뒤의 10 개월의 기록이며 단지 이 영화를 만든 홍형숙 감독은 송 교수의 한국에서의 생활을 그저 진솔하게 밀착취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그녀의 바램과는 반대로 사태는 이상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는 상황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2003 년 9월 민주화기념사업회는 기념사업회의 초첨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힙니다. 송 교수는 귀국 의사를 밝히고 그런 상황에서 국정원에서는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게 됩니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조건으로 그는 자진출두를 밝히면서 국정원의 공항에서의 체포영장 집행은 잠시 보류가 됩니다. 국정원의 4 번의 출두 방문이 있던 시기에 한나라당의 정형근, 최병렬 의원은 송 교수가 북쪽 인사이며 김철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쟁점화가 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검찰로 송치된 9 번의 출두와 수사를 반복하게 됩니다. 여론은 그에 대해 비난이 들끊기 시작하고 보수 언론들은 그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진보언론들조차도 이 상황에 난감해하기 시작하고요. 그는 가족과 지인들과의 심야의 마라톤 회의 끝에 내키지는 않지만 자신의 일부 활동을 인정하고 노동당을 탈당하겠으며, 독일 국적도 포기한다는 기자회견을 갖습니다.
하지만 10월 21일 그는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고 22일은 서울구치소로 입감됩니다. 연말에 그에 대한 공판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1 심은 그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합니다. 그리고 2 심이 진행된 2004년 7월 21일 일부 무죄와 학자로써의 권위가 떨어졌으니 그만큼의 고통이 참작되어 집행유예로 석방한다는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 다큐의 말미에는 2008년 항소심에서는 그가 독일 국적 취득후 북한을 방문한 것 역시 무죄로 선고를 내리게 됩니다.
사실 대략적인 내용은 간추리기가 곤란한 작품입니다.
그가 한국에 온 후 약 3 개월이 급박하게 흘러갔으며 홍 감독은 그것을 담아내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이니깐요.
그런데 그런 의문을 하실지도 믈겠습니다. 송 교수의 죄가 뭐길래, 그리고 북에서 무슨 활동을 하였길래 그가 검찰과 국정원으로 불려나갔는가라는 점입니다. 그는 독일에서 활동한 상태에서 북측의 초청을 받고 행사에 참여했고 그것이 화근이 되었던 것이 문제로 작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 외에도 일부 보수 정치인들과 보수 언론은 '송 교수는 김철수와 동일인물인가?'에 집착을 했다는 점입니다.
기자들의 질문들에는 바보들조차도 비웃을 정도의 황당한 질문내용들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 바보같은 질문을 하는 기자들도, 그것을 받아적은 기자들의 모습에서 코미디스러운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이죠. 핵심은 잡아내지 못하고 단지 그 사람의 흠집만을 잡아내기 위한 발악이 너무 우습고도 슬프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오신 것을 후회하십니까? 후회하신다고 한말씀만 해주세요!'라는 바보같은 질문을 하는 모습은 연예 전문프로그램의 리포터나 연예부 기자들이 하는 영양가 하나 없는 가쉽성 질문들과도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래서 정치나 연예부 기자들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결국 무죄가 되었고 자신이 원하던 고향 제주도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는 다시 독일로 돌아가게 되지요.
그는 언론과 국민을 향해 벌을 달게 받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 독일 국적도 포기하고 노동당에서 탈퇴하겠다는 선언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고뇌가 발견됩니다. 앞에 이야기드렸던 마라톤에 가까운 심야 토론은 그것을 말해주는 장면입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이 전향을 하는 것이냐, 전향서를 쓰느냐의 문제가 되어버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것보다도 진실을 밝히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지만 정치와 언론에서의 그를 억합하는 행동들로 인해 진실은 점점 감추어지고 결국에는 부풀려지게 되어버리는 것이죠.
그의 이야기는 '경계도시' 두번째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지만 어쩌면 제 2의 송 교수는 또 나타날 수 있으며 언론과 정치를 통한 멀쩡한 사람, 멀쩡한 단체를 죽이는 행위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문제는 지금도 그 행위가 계속 되고 있다는게 문제라는 것이죠.
이 날 시사회는 홍형숙 감독 뿐만 아니라 민주당 최문순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주관한 자리이가도 했습니다. 이 두 의원 역시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제 2의 송두율 교수 사태는 없어져야 한다는데에 입을 모았습니다. 어쩌면 그 자리가 정말 국회가 있는 자리여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말이죠.
이 작품은 어쩌면 좀 지루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워서 이 영화의 등급을 15세 등급으로 받았다고 들었다는 이 영화의 배급사인 시네마 달의 관계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영화가 어려운 이유는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와 그 쟁점에 관한 이야기가 어린 친구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들어서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이라면 이 작품을 보고 과연 지금 우리의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으며 그것에 언론이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신다면 꼭 보셔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밝힌 홍형숙 감독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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