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에 대한 편견은 어떠신가요?
거친말투와 무미건조한 이야기라서 프랑스 영화를 멀리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봅니다. 실제로도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프랑스 영화들의 대부분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점에서 이 작품 '예언자'를 소개해드리는 것이 어쩌면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2009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비롯해서 여러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이 작품 '예언자'는 오락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범상치 않은 작품임에 분명합니다. 어떤 때는 이 영화를 한 번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왜 이런 소리가 나오게 된 것일까요?
영화는 한 소년이 교도소로 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그의 이름은 말리크... 소년이었던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교도소에 왔습니다. 몇 푼의 낡은 지폐를 쥐고 들어선 감옥에는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합니다. 이슬람계이지만 자신의 부모도 기억나지 않으며 글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코르시카 계 출신의 마피아 보스인 세자르가 나타납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존재의 녀석이 교도소에서 수감중이니 그 사람을 살해하고 거래를 하자는 것이죠. 샤워장에서 만난 레예브가 바로 그 대상입니다.
거절하면 거절할 수록 조직원들과 심지어는 교도관을 비롯한 일부 간수들도 이미 세자르에게 매수된 상황입니다. 아무도 그의 편이 없다는 것이죠.
의도하지 않은 첫 살인을 저지른 말리크는 이제 서서히 감옥에 적응을 하기 시작합니다.
아랍계 감방동기들도 만나고, 대마초를 몰래 화장실에 보관했다는 감방동기 이야기에 대마초도 거래하는 여유도 부리죠. 말리크의 형도 외출에서 만나는데요. 그의 친한 형같은 리야드도 말리크만큼이나 암울한 과거에서 벗어나 새출발을 하려지만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세자르는 모범수로 외출하는 말리크에게 위험한 심부름을 시키고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돌아오기만 합니다. 자꾸 환영에 나타나는 그 죽은 레예브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그의 환영속에서는 수많은 사슴들이 떼지어 그를 괴롭힙니다.
말리크에게도 행복은 찾아올까요? 그리고 세자르에서 언제쯤 그는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첫번째로 긴 러닝타임이 감점요인이 작용하는 영화입니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피터 잭슨이나 제임스 카메론 같은 대서사시를 생각하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큰 위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위기라면 나름대로의 위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미건조한 말리크의 삶은 관객들까지 무미건조하게 만듭니다.
물론 말리크와 세자르의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말리크가 활약하는 과정에서의 모습은 빠른 화면과 경쾌한 음악으로 유쾌하게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인물 하나하나에 그리고 작은 소제목을 자막으로 나타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극 중 말리크는 세자르를 비롯한 이들에게 고난과 핍박을 당하지만 세자르에게 나름 인정받았다고 생각되면서 그의 개인활동은 점차 커지고 세자르의 압박도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반전으로 가게되고 말리크의 행동에서는 겁없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세자르와 대립했던 아랍계 민족들은 이제 흑인으로 바뀌어 버리고 자신의 야욕을 위해 다른 이들도 이용하는 노련함도 보여줍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도 그가 복역생활을 마치며 유쾌하게 새로운 환경을 위해 나서는 모습은 해피엔딩으로 묘사가 되는데요. 핍박당했던 말리크에게는 당연한 결과이지만 한편으로는 말리크는 정말로 행복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죠.
이 작품은 재미있게도 시사회 당일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과의 대화도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막장의 삶을 살던 말리크의 모습은 '똥파리'의 상훈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관객들과의 대화가 이어졌는데 양익준 감독에게 '예언자'는 미래 예측이 필요없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었으며(영화 '예언자'를 이야기한게 아닙니다.) 양 감독의 영화에서도 꿈과 관련된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하려고 했으나 그 장면이 아쉽게 편집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죠.
사실 저의 의문점은 과연 이 영화에서 사슴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손을 번쩍들어 양 감독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자기 자신(영화속 말리크)를 사슴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라는 재치있는 답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진지함과 개성이 두루 버무려진 작품입니다만 앞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긴 러닝타임은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기에 충분합니다. 경쾌한 요소도 많이 필요했고 극적인 구성이 많았더라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작년 메가박스의 유럽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고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었지만 문제는 우리 스타일에 이 프랑스 영화가 맞는가라는 의문일 것입니다.
물론 감옥에서의 삶이 유쾌할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은 착하게 사는 것이 아닌 나쁘게 사는 수 밖에 없었다는 결론은 좀 아쉽기만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사람은 악하지 않을 것이라는 양익준 감독의 말에 공감이 가지만 한편으로는 누가 이 착한사람들을 나쁜 악인으로 만들었을까라는 물음도 해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분명 한 번 보고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는 힘든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앞에도 말씀드린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이 영화를 부담가지 않고 보기란 쉽지도 않고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영화 그래서 머리 복잡해지는 영화 '예언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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