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친정집, 디즈니를 다시 찾은 팀버튼...

송씨네 2010. 3. 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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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방에는 세 개의 포스터가 걸려 있습니다.

미셀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과 디즈니사의 '업'(UP), 그리고 팀 버튼의 '스위니 토드'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연치 않게 두 개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군요.

바로 월트 디즈니와 팀 버튼이라는 것이죠. 

아시다시피 두 키워드는 매우 큰 차이를 보입니다.

디즈니는 서정적이고 클레식컬한 이야기를 자주 선보였고 가족적인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 그것이고 그에 비해 팀 버튼은 괴기스럽고 쇼킹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할로윈 유령이나 살인을 밥먹듯이 하는 이발사도 있고 괴기스러운 유령신부에 비틀쥬스라는 녀석도 있죠. 


어쩌면 물과 기름같은 이 두 키워드는 은근히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팀 버튼은 과거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만화를 만든 경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괴기스러운 스타일과 디즈니에서 보여주는 스타일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고 그가 보따리를 싸고 디즈니를 떠난 이유도 어쩌면 그런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 팀 버튼이 친정집인 디즈니와 다시 손을 잡았다는 것은 놀랄일이죠. 더구나 디즈니 쪽도 문제 없이 이 프로젝트를 수행했고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동화 같은 소설로 알려진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디즈니의 서정적인 묘사와 팀 버튼의 강렬한 묘사가 같이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죠.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밤마다 악몽아닌 악몽을 꿉니다.

말하는 토끼와 더불어 카드 병정들, 모자 장수 등등을 보았다고 말이죠.

그 꿈을 꾸는 것은 이상한 것이고 분명 너 자신도 이상한 아이지만 원래 멋진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많이 꿈꾼다고 이야기하는 그 아이의 아버지...

그 꼬마는 몇 년 후 숙녀가 되었고 스물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녀의 이름은 앨리스...

부잣집 남작의 아들의 청혼 신청을 받던 날...

앨리스는 시계를 들고 있는 토끼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세계로 가게 되죠. 그녀가 간 곳은 '원더랜드'가 아닌 '언더랜드'...

앨리스가 꿈속에서 꾸었던 그 이상한 것들을 모두 보게 됩니다.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꿈이라고 하기엔 부상도 많고 모든 것을 느끼고 있으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녀의 미션은 간단합니다. 붉은 여왕을 몰아내고 하얀 여왕을 다시 받들여서 행복한 왕국을 건설하는 것이 그 임무죠. 그러나 그 일을 하기에는 너무 나약하고 겁도 납니다. 언더랜드 사람들이 긴가민가 하던 그 앨리스가 자신이 맞는지도 의문이고요. 모자장수에게 붙잡힌 붉은 여왕에게서 그를 구출하고 전설의 용도 무찔러야 합니다. 

할일 은근히 많죠... 앨리스는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을까요?







원작 소설에 비해 이 작품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성인이 되어버린 앨리스가 그것이죠. 이미 어렸을 적 원더랜드(혹은 언더랜드)를 방문했으나 그것을 꿈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앨리스가 성인이 되서 다시 그것을 알게 되고 모험을 겪는다는 것이죠.

그냥 디즈니 스타일이었다면 아마 여전히 원작처럼 어린아이를 고집했을지도 모르지만 팀 버튼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 분명합니다. 앨리스는 성인으로 재설정 되었고 기존의 인물들은 과감한 CG로 여러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죠. 머리가 엄청나게 큰 대두(!) 붉은 여왕이나 흡연을 즐기는 파란 애벌래 앱솔름, 토토로의 고양이가 연상되는 체셔 고양이 등의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팀 버튼 다운 상상의 날개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기존의 팀버튼 영화를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기존 팀 버튼 영화에서 보던 긴박감이나 박진감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만의 괴기스러움도 줄어들었고요. 물론 그런 이유에는 디즈니 스타일을 수용한 것이 그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보여집니다. 디즈니와 손잡지 않고 독단적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기 힘든 작품이 되어버렸을테니깐요.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디즈니 대표와 팀 버튼 대표의 배우들이 골고루 섞였다는 점입니다.

팀 버튼의 아내이자 이제는 빼 놓을 수 없는 그의 페르소나가 된 헬레나 본햄 카터나 이제는 팀 버튼 영화에 빠지면 그게 더 이상해 보이는 조니 뎁이 팀 버튼 대표로 출전(?)하였으며 디즈니 대표로는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로 우아함과 코믹함을 모두 선보였던 앤 해서웨이를 등장시켰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뉴패이스인 앨리스 역의 미아 와시코우스카를 등장시켰습니다. 각 대표와 더불어 새로움과 낡은 것들이 같이 버무려지므로서 팀 버튼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디즈니스러운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죠. 이는 양쪽에서 최대한의 상대방의 스타일을 배려해 준 덕분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해보게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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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3D로도 제작이 되었는데 여러분은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셨나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도 다른 3D 작품처럼 아이맥스 버전, 일반 3D, 리얼 D 버전등의 다양한 버전이 개봉되고 있습니다. 물론 필름버전과 디지털 버전도 개봉이 되고 있고요.

한 잡지에 의하면 이 작품은 리얼 D 버전의 3D로 제작이 되었다고 하지만 기존의 3D 영화에서 보여준 인상에서는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체감이 살아 있는 장면을 뽑으라면 앨리스가 '언더랜드'로 떨어지는 장면이 그나마 입체적인 장면으로 손꼽히지만 그 외의 장면들은 일반적으로 보는 바위나 돌덩이들의 잔재물이나 먼지 등이 튀는 것 정도의 입체감만 보였고 그 이상은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는 올해 상반기 큰 화제를 모았던 '아바타'를 능가하기에는 좀 엿부족이 아닐까하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홍보문구에도 '아바타'를 의식한 문구가 많았다는 것을 보면 3D에 대한 요즘 관객들의 관심도를 반영한 결과라는 생각도 듭니다.



월트 디즈니와 팀 버튼이라는 다소 언발란스한 만남으로 오히려 기대를 모았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여러 면에서 볼 때 그냥 보통 평이한 수준의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모르죠. 디즈니 따로 팀 버튼 따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존재했다면 각자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게 있습니다.
영화의 말미에서 앨리스는 원작과 다른 결말을 시도합니다.
바로 신여성이 되는 것이지요. 
'언더랜드'에서의 여행으로 자신감을 얻은 앨리스는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기로 맘을 고쳐먹습니다.
팀 버튼과 디즈니의 다른 점도 많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이죠. 그 가능성은 어느 누구도 터치되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죠.
이상한 나라에 떨어져 고생한 앨리스는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달려갑니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이야기는 동화속에 틀에 박힌 나약한 여자들이 아닌 용감하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더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