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다큐 '예스맨 프로젝트'-NGO, 기업과 정부에 하이킥을 날리다.

송씨네 2010. 3. 18. 14:16



제가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다큐를 소개하면서 느끼는 것이 다큐는 좀 어렵고 재미없지 않냐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나레이션에 위기나 절정도 찾아보기 힘든 이런 이야기에 뭘 기대는가라고 이야기하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오늘 소개할 작품 '예스맨 프로젝트'는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다큐가 사람을 통쾌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는 것이죠. 

유쾌, 상쾌, 통쾌한 별난 다큐 '예스맨 프로젝트'입니다.




사건은 2005년으로 돌아갑니다.

한 남자가 작은 건물로 들어섭니다. 그 건물에는 'BBC NEWS'라는 역시 작은 간판이 등장합니다.

그는 파리에 있는 BBC의 프랑스지사에서 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다우(DOW)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4년에 벌어진 인도 보팔 참사1가 벌어지고 몇 년후 이 공장의 주인인 유니온 카바이드를 인수한 다우가 20년전 이 사건에 대해 보상을 하겠다는 방송을 할 예정인 것이죠. 이 놀라운 소식은 전세계에 대서특필 되었고 BBC 역시 특종으로 보도합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 정작 다우는 금시초문이라고 다시 성명을 발표합니다.


아니, 그 남자는 그렇다면 뭐죠? 

그렇습니다, 그는 미국의 시민운동 단체인 '예스맨'이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목표는 악덕 기업과 단체를 특이한 방식으로 고발하는 것입니다. 그 악덕 기업체의 대변인이나 관계자로 나타나서 국민들이 좋아할만한 다소 쇼킹한 담화문을 발표합니다.

그들은 인명 피해 대비 수익률을 계산해주는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고 이 역시 다우 관계자인 것처럼 완벽히 행사장 참석자들을 속이게 됩니다. 거기에 금칠한 그들의 마스코트인 해골 금순이를 선보이게 되고요.


미국의 대표 군수산업 업체인 할리버튼도 공격의 대상이죠. 뉴올리언스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인해 복구가 필요한 시점에서 그 예산을 기업들에게 떠밀고 그 기업들은 좋은일에 쓰긴 커녕 자신들의 이익에 관계된 산업에 투자자하게 되죠. 그걸 화끈하게 비튼 그들만의 야심작인 '서바이바볼'을 개발(?)하여 역시 참석자들을 놀라게 합니다. 그런데 역시나... 다 속아버리고 심지어는 러브콜들을 받게 됩니다.


석유 애너지 기업 엑슨도 이들 예스맨들에게 공격당했습니다. 사람의 사채를 원료로 만드는 획기적인 계획안이라고 발표를 합니다. 한 청소부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양초도 기념품으로 증정하고요. 행사장은 살타는 냄세로 진동함은 물론이요. 이들은 쫓겨나게 됩니다만 그들의 의도를 알리는데에는 충분합니다.


정부라고 이들의 놀림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습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청(HUD)는 허리케인에도 살아남은 뉴올리언스의 서민임대주택마져 철거하고 재개발한다는 선언을 합니다. 이 곳에 살던 이들이 하루 아침에 노숙자가 되는 신세가 되어버리죠. HUD의 이름으로 등장한 예스맨들은 철거중단 및 철거민들이 컴백홈을 할 수 있도록 하겠노라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 역시 거짓말... 그러나 뉴올리언스 주민들은 화가 났을까요? 오히려 이 거짓말 같은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는 앞에 이야기한 인도 보팔참사도 마찬가지이고요. 몰매를 맞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인도 보팔로 달려간 예스맨들은 심각한 참사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맞대보기에 이르니깐요. 






앞에 열거한 이 거짓말 같은 그들의 활약상은 사실입니다.

스틸컷으로 올라온 자료들에도 이들의 뻥은 계속되었지만 국민들은 환호하고 대신 언론들은 괴짜, 악동들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고요.

사실 이 다큐가 기존의 딱딱한 다큐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것도 다른 점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소극적이고 오히려 더 어렵기만한 사회단체(NGO)의 이미지와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예스맨들이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속에 등장한 마이크 보나로나 앤디 비크바움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도 있고 극히 평범해보이지만 그들이 세상을 움직인 동기는 아마도 획일화된 고정관념과 시장경제만 내세우는 정부와 기업과 바보같은 경제학자들을 놀려주기에는 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학자들을 놀려주는 장면들도 등장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기억하실려나 모르겠지만 파란 블루스크린 뒤에 학자들이 원하는 배경을 집어넣어 주겠노라 이야기를 하죠.

한 학자가 남자다움에 어쩌구 저쩌구를 외치자 그들이 보여준 화면은 한 남자가 경찰로 보이는 사내이게 강간(?)과 폭행을 당하는 황당한 배경이 설정된 것이죠. 시장경제만을 주장하고 서민들의 생각에는 안중에도 없는 이들에게 강펀치를 날려준 것이죠.






그들은 오바마 시대로 접어들면서 오바마가 외친 변화(체인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이들 예스맨이 과거 클린턴이나 부시 정부시절에 더 왕성하게 활동하고 화면이 뒤로 갈 수록 이들이 오바마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오바마 정부도 경제 대책이나 서민 대책을 엉망으로 한다면 다시한번 이들이 출동(!)해서 이들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들이 6 개월 뒤의 가상뉴스를 뉴욕타임즈라는 이름으로 발행하는 사건도 어쩌면 이런 희망을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에서 이 두 사내는 과연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켰는가라고 되묻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러닝타임인 1시간 30분만에 모든게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다우와 엑슨, 할리버튼과 같은 악덕기업들은 돈벌이에 집착할테고 정부도 변화는 없습니다. HUD는 결국 뉴올리언스의 멀쩡한 서민임대주택을 쓸어버렸음은 물론이고요. 하지만 이들의 작은 변화가 보여주는 큰 감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게 남의 나라 일처럼 보일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도 이런 상황입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피의자인 삼성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주민들은 극심한 질병들을 앓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노조와 기업 모두 상처만 안긴 상태에서 사태가 급마무리되고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용산사태는 질질 끌어 뒤늦게야 합의를 보았지만 그들이 받은 상처는 아직도 오래 남기만 합니다. 이래도 남의 일처럼 보이시나요?


우리에게도 예스맨이 필요한 순간이 느껴집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진알시'(진실을 알리는 시민의 모임)처럼 거대해진 NGO들이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서울역에서 TV 수십대를 모으고 MBC 여의도 본사에서는 삼양라면을 모았던 사람들입니다. 물론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는 봉사또한 잊지 않았지요.

저는 이런 예스맨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아봅니다.

뒷짐지고 무반응하기 보다는 같이 이들을 지지해주고 시간이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이들의 활약상에 함께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봅니다.




정말로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한국의 예스맨들... 어디 또 없으신가요?



  1. 미국기업 유니언 카바이드 사의 살충제 공장이 유독가스 누출 사고로 8천명 사망,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아직도 수많은 이들이 이 질명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유니언 키바이드를 인수한 업체가 바로 다우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