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보는 것은 물론이요, 늦게 쓰는 리뷰가 저는 참 많은 편입니다.
그러다가 게으름에 리뷰 작성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이 작품의 리뷰를 늦춘다면 이건 그 작품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주노'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의 신작인 '인 디 에어'입니다.
이 작품이 개봉된지도 좀 되었지만 잔잔하게 아직도 관객들이 들어서고 있는데요.
그런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실적인 이야기에서 오는 공감대가 그 이유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더 늦기전에 오늘은 이 영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해고 전문가, 라이언...
무슨 그런 직업이 다 있냐고요? 미국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나라답게 미국의 실업률도 장난이 아니죠.
라이언의 임무는 안타깝게도 이들에게 '당신은 해고되셨습니다.'라는 말을 그 회사 임직원 대신에 말해주는 역할을 하는 직원입니다. 해고 대행임무를 띄고 있는 것이죠.
그는 이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갑니다.
비행기 마일리지는 엄청나고 이걸로 호텔에서 숙박도 하고 렌트카도 빌리고 식사도 합니다. 돈이 들일이 없죠. 뭐하러 돈내고 생고생을 하겠습니까?
그러던 그에게 두 명의 여자가 나타났죠.
한 명은 알렉스라는 여인으로 라이언과 마찬가지로 마일리지를 무진장 쌓고 있음은 물론이요 누가 누가 더 좋은 서비스의 마일리지 서비스 카드를 가지고 있나 베틀도 벌입니다.
또 한명의 여인은 이 해고 전문가 라이언에게 도전장을 내민 신참 여직원인 나탈리입니다. 그녀는 라이언에게 기름값도 아끼고 그냥 마주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면서 화상 통화를 통한 웟 샷 해고 대행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라이언은 들은체 만체입니다.
라이언의 임무는 그 사이 또 늘었습니다.
여동생의 결혼을 앞두고 여동생과 그 여동생을 납치한(?) 짐승같은 제부되는 양반의 스틸컷을 들고 미국전역을 찍은 것처럼 사진을 찍는 미션을 해야 합니다.
라이언은 유쾌했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강의 내용처럼 무거운 짐을 다버리고 여행 떠나는 기분으로 해고를 하러 다니는 것이니깐요. 사랑도 어쩌면 가벼운 가방과 같이 그냥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을 했으니깐요. 하지만 알렉스를 만나면서 상황이 달라졌고 신참 나탈리와 함께하면서 자신은 어떤가를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상외의 사건은 라이언을 당황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해고를 경험해보셨는지요?
저는 좀 능력이 없어서 회사를 자주 옮기긴 했지만 제 스스로 나가는 편이었지요.
회사는 아니었지만 작은 한 업체에서 일 주일 일하고 쫓겨난 것이 제가 처음으로 해고당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잘 아실껍니다. 그만두라는 말을 쉽게 내뱉기가 힘들 것이며 반대로 그 말을 들은 사람일지라도 바로 그것에 수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테니깐요.
라이언과 나탈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그 말을 내뱉고 싶지 않지만 자신들의 밥줄이라서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심지어는 블라인드로 가려놓고 컴퓨터로 화상으로 진행을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만은 않은 일이죠.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뭐먹고 사냐고 하소연 하는 사람부터, 다리에 뛰어 내려 죽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도 있고 온갖 욕이란 욕은 다하고 박차고 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슬픔에 겨워 우는 사람들은 물론 대부분이고요.
이 슬픈 현실은 미국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제 세계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의 지금 21 세기인 지금이야 말로 대공황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시기 적절한 소재를 골랐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더구나 젊은이들의 임신과 출산을 이야기한 전작 '주노'로 호평을 얻었던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여러분도 많은 공감을 하시리라 생각되어 집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에서 해고를 당하는 역할을 한 배우들이 실제로 해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일반인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도 라이트먼 감독은 이들을 뽑는다는 광고를 냈었고 의외로 많은 지원자들이 이 배역에 지원을 했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게 됩니다.
더욱 서글픈 것은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 속의 노래가사도 그렇고 노래를 부른 이도 실직을 당한 사람이고 그 이야기를 라이트먼 감독에게 들려주고 싶었다는 것이죠.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인데 이 영화를 코미디라는 장르로 간주하기에는 너무 씁쓸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전혀 코믹 영화라고 생각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이 씁쓸한 상황을 너무 무겁게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죠. 원작 소설이 있는 이 작품은 원래는 두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없었기 때문이죠. 가공의 인물을 집어넣어 좀 더 재미있고도 현실감 있는 이야기로 재 창출한 것이지요.
나이들어도 변치않는 외모를 가진 우리의 꽃중년 조지 클루니가 열연을 하였으며 베라 파미가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이름이긴 하지만 공포 스릴러 '오펀:천사의 비밀'에도 등장했었고 하정우 씨와 함께한 한미 합작영화인 '두번째 사랑' 등의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로 상당히 알려진 배우입니다.
깜찍한 외모의 나탈리 역을 맡은 안나 켄드릭도 신예로 보이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출연하여 제대로 얼굴도장을 찍은 앞으로 주목할 배우라는 것입니다.
사실 영화는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면에서 인상적이었지만 별로 유쾌하지 않은 대목이 몇 가지 보였습니다.
첫째로 이 영화를 '주노 감독 작품'이라고 표기한 홍보 포스터의 내용입니다.
보통 감독이 누구면 누구, 배우가 누구면 누구라고 표기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것은 마치 '영철이 엄마 김말숙 씨'가 아닌 그냥 '영철이 엄마'가 주인공인 영화나 같은 것이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누구누구 아빠, 누구누구 엄마가 아닌 누구누구 씨라고 성함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들 하죠. 감독이나 배우의 이름을 포스터나 홍보문구에 표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주노'는 분명 유명한 작품인데 그 유명한 작품의 감독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홍보사의 큰 실수라고 보여집니다.
둘째로 맘대로 번역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제가 상당히 영어 번역실력은 짧습니다만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딱 알아차린 장면이 하나 있는데 네트위크 사이트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것인데 영문 대사에서는 '마이 스페이스'라고 직역해서 나오지만 정작 자막은 한국식으로 '싸이월드'라고 표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이 스페이스'를 모르시는 분들이 혹시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모를 것 같다면 그냥 '미니홈피'나 혹은 '블로그'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을 미국사람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싸이월드라고 표현하는 번역은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고 보여집니다. 이는 예전에도 미국에서 들여온 애니메이션등에서 많이 벌어지는 실수라고 이야기를 드린 것으로 기억하실 것입니다. 미국 애니메이션에 우리나라 유행어를 남발하는 엉터리 번역들이 그런 것인데 이런 번역이라면 차라리 하지말자라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 응급전화인 911을 한국식인 119라고 그냥 번역하시는 것도 마찬가지죠. )
'인 디 에어'는 상당히 많은 것을 생각하는 영화이지만 이런 별 것 아닌 장면으로 인해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거스르게 하지 않는가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저는 공항에서 일합니다. 그런데 간혹 사람들이 공항에서 일하면 낭만적인 일들이 벌어질 것처럼 이야기를 하더군요. 하지만 그건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터미널' 같은 영화만 보고 '해피 플라이트' 같은 영화만 보면 좋겠지만 사실 상황은 시궁창에 가깝기 때문이죠.
영화의 마지막에 라이언은 마일리지를 모으는 것은 상당히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사랑에 관한 더 많은 진지한 생각을 고민하게 되지요.
우리는 삶이라는 마일리지를 받습니다만 어디에 사용하여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고요.
하지만 '인 디 에어'는 확실히 인생의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법은 알려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마일리지를 모으는데 집착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그 희망과 삶이라는 마일리지는 라이언이 자신의 입으로 해고시킨 그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할 녀석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힘듭니다만 다른 항공사는 이 마일리지가 기부나 다른이에게 양도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여러분도 이 삶이라는, 희망이라는 마일리지를 혼자만 쓰지 마시고 함께 나눠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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