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작은 연못'-역사의 찢겨진 페이지, 노근리 학살 사건...

송씨네 2010. 4. 6. 23:28

 

 

 

41691

 


천리길 - 김민기

동산에 아침 햇살 구름 뚫고 솟아와
새하얀 접시꽃잎 위에 눈부시게 빛나고
발 아래 구름바다 천리를 뻗었나
산 아래 마을들아 밤새 잘들 잤느냐

나뭇잎이 스쳐가네 물방을이 날으네
발목에 엉킨 칡넝쿨 우리 갈길 막아도
노루 사슴 뛰어간다 머리위엔 종달새
수풀 저편 논두렁엔 아기 염소가 노닌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쏟아지는 불햇살 몰아치는 흙먼지
이마에 맺힌 땀방울 눈가에 쓰려도
우물가에 새색시 물동이 이고 오네
호랑나비 나르고 아이들은 촐랑거린다

먹구룸이 몰려온다 빗방울도 떨어진다
등뒤로 흘러내린 물이 속옷까지 적셔도
소나기를 피하랴 천둥인들 무서우랴
겁쟁이 강아지는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동산에 무지개 떴다 고운 노을 물들고
하늘가 저 멀리엔 초저녁 별 빛나네
집집마다 흰 연기 자욱하게 덮히니
밥 냄새 구수하고 아이들은 부르는 엄마소리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출렁이는 밤하늘 구름엔 달 가고
귓가에 시냇물 소리 소골소골 얘기하네
졸지말고 깨어라 쉬지말고 흘러라
새아침이 올 때까지 어두운 이 밤을 지켜라

가자 천리길 굽이굽이쳐 가자
흙먼지 모두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랄라랄라 랄라랄라라 라라라라~~
랄라랄라 랄라랄라라 라라라라~~
랄라랄라 랄라랄라라 라라라라~~

가사 출처 : Daum뮤직

 

 

우리는 신문이나 TV에 나온 뉴스만 기억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오래전 사건을 우리가 기억할 수 없고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두고 두고 잊혀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950년 7월... 한 주민들이 대량 학살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철길에서 미군들은 이유없이 비행기로 주민들에게 폭격을 가했으며 철길 다리에 피신하였으나 이 곳 역시 주민들이 이유없이 죽게 됩니다. 그 후 밝혀진 사실은 미군이 이들 주민을 북괴로 착각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는 것이죠.

항변할 시간도 없이 소리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 '작은 연못'입니다.

 

 

 

 

한가로운 한 마을...

어르신들을 향해 식사하셨냐고 묻는게 그냥 그저 평범한 일상인 사람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임시휴교이지만 등교하여서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음악경연대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한가로운 마을에 비행기가 뜨고 철수를 외치는 미군들이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마을 주민들은 피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철길로 들어서면서 그들은 알 수 없는 폭격을 당합니다.

미군이 우리를 쏠리가 없다면서 안심하던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하고 갑자기 가족들이 이산가족처럼 헤어지는 것은 물론이요.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됩니다.

쌍굴로 피한 사람들... 그러나 미군들의 공격은 계속됩니다.

이유가 뭐냐고 묻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공격 속에 하나둘 눈을 감는 사람들...

왜 그들에게 이런 시련이 계속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몇 년 후... 그들에게도 봄이 찾아오고 가을이 찾아옵니다.

이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노근리 학살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어쩌면 우리들 기억속에 영영 사라지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1999년 AP 통신의 기자들의 노력으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미국도 침묵하고, 국내 정부도 이 사실에 침묵을 했었습니다.

몰살당했지만 다행히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가족들은 이 충격적인 사건을 증언하게 되었고 '노근리 프로덕션'이라는 이름으로 이우정 대표가 참여하고 연극연출을 주로 맡았던 이상우 감독이 합류하면서 이 작품의 가닥이 드러나게 됩니다.

살아남은 가족들과 유가족들의 증언으로 기본뼈대가 구성되었고 기존의 큰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마을 주민의 수를 줄여서 이야기를 하는 대신 다양한 애피소드를 삽입하기로 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들의 대부분이 실제 벌어졌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정말로 저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릅니다.

 

제작시기도 길어졌고 제작이 완료되었더라도 개봉을 기다리는데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영화속 주민들처럼 이 영화도 관객과의 만남에 있어서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경우이죠.

하지만 이 작품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역사에서 잊혀질 뻔한 이야기라는 점이고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얼마전 제주 4. 3 사건1 추모 62주년이 된 지금에 노근리 사건 역시 같이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 사건을 되돌아보고 반성을 해야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가 잘못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것 보다 중요한 것은 왜 우리가 이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가라는 점일 것입니다.

 

이 영화는 거대배급 방식과도 멉니다. 관객들이 필름을 사서 그 비용으로 배급을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영화인들도 있고 일반 시민들도 있습니다. 배우들도 기꺼히 이 작품에 노게런티로 참여하여 노근리 사건을 알리는데 동참하였습니다. 많은 알만한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이 작품을 보는 재미로 작용하지만 그 재미보다도 그 심각성을 같이 이야기해보자는 의미로 유명 배우들의 출연은 여러가지를 상징하게 만듭니다.

문소리, 송강호, 박노식, 유해진 씨 등이 이 영화에 등장했는데 어디에서 등장했는지 모를 정도로 눈썰미가 좋은 관객들이 아니고서는 쉽게 발견하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분명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건임에는 틀림없지만 노근리 사건을 영화로 만들기에는 단편으로는 너무 짧고 장편으로는 너무 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러닝타임을 어떻게 조절하냐가 가장 큰 관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은 러닝타임이 90분 안팍입니다. 마을 주민들의 다양한 일화나 피해상황에 관한 자세한 묘사들이 더 소개되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분명 이 작품은 우리가 꼭봐야만 할 이야기이고 역사적 사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에는 대부분이 김민기 씨의 음악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민기 씨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무상으로 이 노래를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그의 노래들이 사용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동명 제목이기도 한 '작은 연못'도 인상적이지만 '천리길' 같은 경우는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아침이슬'을 포함한 그의 노래들의 대부분이 이 사회의 저항을 이야기했고 자유를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서의 김민기 씨의 노래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은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왜 하필이면 김민기 씨들의 노래인가라는 궁금증은 밑에 소개해드린 이상우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작은 연못'은 슬픈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슬프게만 매듭을 지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둡고 힘들지만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사람들은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것이죠.

잊지말아야 할,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해야할 가슴아픈 사건...

노근리 사건을 이야기한 '작은 연못'에 대한 관심도 갖아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PS. 노근리 만큼이나 기억해야 할 인물이 있죠. 지금은 고인이 된 故박광정 씨입니다.

이 작품을 보시면서 박광정 씨에 대한 애도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박광정 님의 명복을 다시한번 빕니다.

 

 



 



더보기

영화 '작은연못'은 지난 4월 2일 국내 영화에서는 드물게 트위터 유저들을 초청한 트위터 시사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씨너스 이수에서 많은 트위터 유저와 함께한 시사회였습니다.

배우들과 제작진이 함께한 현장을 아울러 같이 소개해 드립니다.

 

 

 

 

 

 

 

 

 

  

 

 

 

 


  1.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5.10 총 선거에 반대하는 공산주의자가 촉발한 반란 혹은 항쟁과 그에 대한 미군정기때 군인과 경찰들(대한민국 정부수립이후에는 국군), 극우 반공단체들의 유혈진압을 가리키는 사건이라고 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