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탐정영화의 선구자, 하야시 가이조 감독과 함께한 '탐정영화전'...

송씨네 2010. 4. 12. 20:04

 

 

 


 

사실 어떻게 보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래전 영화, 그러니깐 클래식 무비를 소개하는 시간이 말이지요.

그렇다고 너무 겁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약 20년 전에 만든 영화이지만 그렇게 오래되었다고 말하기는 그런 작품들이거든요. 


오늘 소개할 작품을 이야기하기 전에 보통 저는 글 제목에 리뷰할 영화의 제목을 올려놓지만 오늘은 영화제목 보다는 회고전에 대한 이야기로 제목을 잡았는데요. 그런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본에는 의외로 많은 장르영화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 장르들이 세분화되어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지요. AV와 질적으로 틀리다고 할 수 있는 로망 포르노(핑크무비)도 일본에서는 이제는 너무 익숙한 장르이며 지금 이야기할 탐정추리물도 그에 속합니다. 특히나 일본의 탐정추리물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존재인 감독이 있습니다. 바로 하야시 가이조 감독이지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하야시 가이조 감독은 실제 탐정출신이며 탐정학교를 졸업한 몇 되지 않는 영화감독이라는 점에서 그의 특이한 이력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수많은 탐정물을 만들었고 지금도 왕성하게 그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작품은 '하바 마이크 시리즈' 3 부작 중 그 첫번째인 '내 인생 최악의 시간'이라는 작품입니다.






한 허름한 극장... 

한 사내가 극장에 들어섰습니다. 극장 주인은 반갑게 그 사내를 맞이하지만 사내의 목적은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극장안의 사무실을 찾아가기 위해서이죠. 그런데 그 사무실을 가려면 영화표를 사라고 하는 군요.

툴툴거리며 울며 겨자먹기로 영화 요금을 지불한 사내는 2층으로 향합니다.

탐정 하마 마이크 사무실...

그렇습니다. 이 사내는 탐정 사무실로 들어와서 사람을 찾아달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이 탐정은 웬지 신뢰가 가지 않아보입니다만 대부분 의뢰인이 요청하면 잘 찾아준다는 점에서 은근히 신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남자, 하마 마이크... 일본인인데 일본 이름치고는 마이크가 들어가니 가명인가 싶은데 거듭 실명임을 강조합니다. 그는 1959년형 ‘메트로폴리탄‘ 자동차를 끌고 사람을 찾기 위해 동문서주 합니다. 물론 그에게는 어두운 과거가 있었습니다. 소년원을 들락날락 거린 덕분인지 마이크를 탐탁치 않게 보는 형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 열심히 벌어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자 여동생의 학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이크가 동료들과 마작을 게임을 벌이던 중 대만계 한 청년과 건달들간의 시비가 벌어지게 됩니다. 요리집에서 일하는 이 대만 청년이 주문도중 일본어를 이해 못해 생긴 말다툼이었지요. 마이크는 이 싸움을 말리던 도중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벌어지고 이 대만인 청년은 어찌할 줄 모릅니다.

이렇게 대만 청년 '양'과 마이크는 친구가 되게 됩니다. 그리고 '양'은 마이크게게 미안한 의미로 사건 의뢰를 하게 되죠. 자신의 잃어버린 형을 찾아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약간 달랐습니다. 형과 헤어진 것은 맞지만 형은 이미 다른 조직으로 넘어갔고 동생 '양'은 음식점 서빙을 하고 있지만 사실 형과 다른 조직의 상대평 조직원이었던 것이죠. 형을 찾아달라는 것은 형이 사는 곳에 근거지(조직 아지트)를 공격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이죠. 심지어는 형을 살해해야만 하고요.

이 사실을 모르는 마이크는 성실히 '양'을 돕기로 하지만 그럴 수록 사건은 점점 꼬이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의 전말이 공개되면서 마이크는 혼란을 겪게 됩니다.




 



하마 마이크의 첫번째 시리즈인 '내 인생 최악의 시간'은 코믹함과 액션을 두루 갖춤은 물론이요 사나이의 의리를 강조한 일반적인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갖는 의의는 매우 많습니다.

일본에서 보기 드문 탐정물이라는 점이 그것이죠. 이후 이따가 소개해드리겠지만 감독인 하야시 가이조와 우리나라 감독인 박대민 감독(영화 '그림자 살인')과의 대담에서도 한국형 탐정물이 첫발을 내민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하나의 토착화된 장르로 탐정물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죠.


이 작품은 흑백으로 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이 흑백이 왜 흑백일까라는 의문을 갖았었습니다. 영화가 제작된 시기가 1993 년임을 감안하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으니깐요. 필름의 상태도 약간 이상했고 배우의 몸동작이나 이런 것들이 과거 1960~1970 년대 영화를 보는 느낌까지 들었으니깐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의도된 것임이 바로 영화 후반에 등장합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은 특이하게도 다음 시리즈의 예고편인데요. 예고편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칼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감독인 하야시 가이조는 주인공의 하마 마이크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건달같은 이미지의 그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시리즈가 바뀌면서 흑백에서 칼라로 조정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2편으로 넘어가서는 여전히 칼라이지만 약간 조잡한(?) 화면은 계속되고 3편으로 넘어와서야 기존의 우리가 보던 칼라로 영화가 진행된다고 하니 이 시리즈를 안 볼 수가 없겠지요.


마이크 역을 맡은 나가세 마사토시는 현재 4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약 20년전 풋풋한 과거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그의 파트너 호시노로 등장하는 난바라 키요티카 역시 일본에서는 익숙한 인물의 배우입니다. 무엇보다도 감독 하야시 가이조가 아낀 배우는 의외의 인물인데요, 사시도 조라는 일본배우로 그의 영화에는 단골로 등장하는 배우입니다. 긴 대사를 좋아하지 않는 괴짜 배우라는 점과 더불어 몇 줄이 넘어가는 대사일 경우는 바로 대사가 적힌 매모장을 들어서 보여줘야 할 정도로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이지만 햐야시 가이조 감독이 가장 아끼는 배우라고 하더군요. '하마 마이크' 3 부작에서도 그의 모습은 여전히 등장합니다.



4월 6일부터 시작된 '햐야시 가이조와 탐정영화전'은 아직 4월 18일까지 계속 진행될 예정입니다. 햐야시 가이조와의 대담이나 관객과의 대화는 얼마전 모두 진행이 끝났지만 앞에 말씀드린 '하마 마이크' 3 부작중 하나인 '내인생 최악의 시간'과 '아늑한 시대의 계단을', '덫' 이렇게 세 작품이 4월 18일 한번더 묶어서 상영될 예정이고 햐야시 가이조의 또다른 탐정물을 비롯해 일본의 탐정영화들을 맛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으니 시간이 나신다면 상암 DMC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의 시네마테크(지하 1층)를 방문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관람비도 무료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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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4월 10일은 '그림자 살인'의 박대민 감독과 하야시 가이조의 대담이 있었습니다. 박대민 감독의 '그림자 살인'은 작년 국내에서 개봉되어 많은 화제를 받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 시도된 한국형 탐정물이었다는 것에 많은 의의를 두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10일 상영일에는 이 '그림자 살인'도 같이 상영이 되었는데 작품을 본 하야시 가이조 감독은 한국에도 탐정물이 생긴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 박대민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야시 가이조 감독의 작픔은 오늘 소개해 드린 '하마 마이크'시리즈도 있지만 그는 '탐정사무소 5'라는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탐정들의 이야기를 여전히 준비중입니다. 500호에서 599호의 탐정들이 탐정사무소에서 근무한다는 이야기의 이 시리즈는 인터넷판과 극장판이 모두 제작되었고 100 인의 탐정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은 60 인의 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루 빨리 완성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