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블라인드 사이드'-우리에게 희망은 있습니다, 그들처럼...

송씨네 2010. 4. 17. 03:11



사실 그동안 최근 소개해드린 리뷰가 좀 어두웠던 영화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더구나 사회도 뒤숭숭해서 그런지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소식들이 많았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오늘은 좀 따뜻한 영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는 쟁쟁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아바타'는 물론이요, '시리어스 맨', '바스터즈', '인 디 에어', '디스트릭트 9'에 심지어는 디즈니의 '업'과 같은 에니매이션도 후보에 올랐었죠. 결국은 케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가 되었지만 이 작품도 후보에 올라 경합을 벌였지요. 바로 '블라인드 사이드'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비록 산드라 블록에게 여우 주연상을 주는 것으로 그쳤지만 다른 영화관련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는 등 꾸준한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사실 그런데에는 이유가 있지요. 이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것이 큰 장점으로 되었는데 그것도 그럴 것이 극적인 상황과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로 진짜 일어났다는 점에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죠.




한 소년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행방불명된지 오래이고, 어머니는 마약에 찌들어 삽니다.

빈민가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그 아이에게는 희망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를 '빅 마이크'라고 놀려댑니다. 덩치만 크고 소심하여 친구도 없습니다. 그의 휴식처는 불꺼진 체육관 혹은 동전 세탁소가 전부이죠.

그러던 어느 날 한 백인 여자를 만났습니다. 리 앤이라는 이 여인은 이 소년을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의 집에서 살기로 맘먹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흑인과의 동거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자선 사업가인척 하지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리 앤의 가족들도 처음에는 이해 못했습니다. 이 소년을 믿을 수도 없고 혹시나 무슨 안좋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었지요. 하지만 리 앤이 마음을 열듯 그들의 가족들도 이 소년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남들보다 보호 본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소년은 결국 미식 축구 선수로 만들기로 합니다만 그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는 마음으로 팀을 지키는 것이라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소년은 심기일전으로 경기에 임합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이 소년은 미식축구 역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됩니다. 그리고 작년 2009년 프로미식축구 리그 NFL 1차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어 현재 볼티모어 레이븐스에서 활약 중입니다. 그의 이름은 마이클 오어입니다.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악한 사람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마이클의 방해요소라고 해봤자 마이클이 살던 빈민가의 건달 친구들(?)이 전부였으니깐요.

착한 사람들만 등장하는 영화들은 그래서 자칫 이야기의 흡입력이나 전달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이클에게 생긴 드라마틱한 상황들로 인해 이 위기는 즉각 커버가 됩니다.

감동적으로 다가온데에는 리 앤의 가족들의 헌신적인 마이클에 대한 보호가 그것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이클 역시 이것을 은혜로 갚으면서 살아가게 되죠. 리 앤의 아들인 S.J.가 차 사고가 나는 과정에서 생긴 일화에서 친가족과 같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팔이 망가지는 것을 각오하고 에어백으로 아이의 몸을 막아낸 것은 그가 가족들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리는가를 알게되는 대목이죠.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화가 있습니다. 황소 페르디난드의 이야기죠.

먼로 리프, 로버트 로슨의 그림동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 작품은 투우장에서 싸움소의 운명에 처한 다른 황소와 달리 자유와 평화를 좋아한 황소 페르디난드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입니다.

영화에서 마이클을 페르디난드에 비유한 이유는 어쩌면 마이클이 어두운 빈민가에서 살았기에 다른 흑인들처럼 마약이나 범죄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노출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보란듯이 없애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환경에 의해 인간의 삶이 좌우된다고 하지만 그 말이 꼭 100% 맞는 말은 아님을 마이클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죠. 삶은 희망이 있다는것이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런 성공스토리는 그래서 많은 희망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영화들이 많이 필요한 이유도 그런 이유이고요.






사실 산드라 블록은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날에 벌어진 골든 레즈베리에서 '올 어바웃 스티브'라는 작품으로 불명예를 얻은 것을 생각한다면 대중은 산드라 블록에게 골고루 좋은 점수와 나쁜 점수가 분포되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스피드' 시리즈의 까칠녀로 익숙하지만 많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진가를 발휘했지요. 하지만 정말 이 작품 '블라인드 사이드'처럼 진지한 모습의 산드라 블록을 볼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일각에서는 주인공인 마이클 보다는 리 앤에 집중되었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그런 것에 대해 마이클 역이 퀀튼 애론이 다른 배우들에 배해 경력이 부족하다보니 그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산드라 블록에 비중을 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산드라 블록이나 퀸튼 애론의 분량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산드라 블록이 많이 부각된 것은 사실이지만요.


이 작품은 또 하나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숨은 정치색 찾기이지요. 마이클에 대한 출생 관련 자료가 말소되자 리 앤은 자료를 등록하러 가지만 긴 줄에 화를 내지요. 행정 공무원에게 담당자가 누구냐고 하자 직원이 가르킨 것은 다름아닌 조지 부시의 사진이었습니다. 조지 부시는 아시다시피 공화당 소속인데요, 조지 부시 혹은 공화당을 약간 비하하는 대목으로도 비춰지는 장면이지요. 반대로 마이클의 선생님으로 등장하는 케시 베이츠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미저리'에서 보여준 공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물론 그것은 단지 이미지일뿐이고 따뜻하고 자상하게 마이클을 도와주는 역활입니다. 

그런데 리 앤과 마이클의 선생님을 뽑기위한 미팅자리에서 자신은 민주당 지지자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오죠. 여기서 이 영화의 감독이나 연출진들이 민주당쪽의 지지자라는 것을 대충 짐작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유머일 수도 있겠지요.

이런 정치색을 담은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직간접적으로 비춰지지만 헐리웃 영화에서 이런 모습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나 사회문화에 많이 개방적이라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으로 여겨집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스토리와 더불어 자칫 어려워질 수도 있는 정치적 이념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감동은 계속됩니다. 실화 영화들이 그렇듯 아름다운 미담을 담은 영화의 경우 그 영화의 주인공들의 모습이 담긴 실제 사진들이 등장합니다. 리 앤 가족과 마이클 오어의 오붓한 순간이 담긴 사진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유쾌하게 영화를 마무리하니깐요.


요즘 너무 삶이 힘들고 주저 앉고 싶은 일이 많아지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물론 마이클 오어는 리 엔이라는 의외의 키다리 아줌마(?)를 만난 덕분에 성공한 예입니다만 그것이 꼭 이런 희망을 억지로 갈망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그만큼 마이클 역시 열심히 노력했기에 성공했을테고요. 그래도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으리라 봅니다. 노력해서 그 희망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