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허트 로커'-남성보다 더 진지하게, 섬세하게... 캐서린 비글로우의 도전!

송씨네 2010. 4. 25. 02:06



이 영화 정말 궁금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그렇게 말도 많았던 것도 그렇지만 여성감독인 캐서린 비글로우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여성의 눈으로 남성의 이야기를 자주 이야기하는 보기 드문 감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아바타'와 경합을 벌이면서 전 남편인 제임스 카메론과 경합을 벌였던 그녀의 이 작품이 왜 아카데미에서 더 이슈가 되었을까요? 오늘은 이 영화 '허트 토커'의 이야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크고작은 폭탄테러가 되풀이 되는 불안한 도시, 이라크의 바그다드... 브라보 중대는 얼마전 불의의 사고로 팀장을 잃었습니다.

파편은 아무리 튼튼한 방호복도 무용지물로 만들수 밖에 없지요.

그런 가운데 신임팀장인 제임스가 부임합니다.

그런데 이 신임팀장인 제임스는 뭔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락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자유스럽게 자신의 여가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폭탄제거 로봇을 투입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본인이 직접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그럴것이 873개의 폭탄을 제거한 기록으로 군부대에서는 소문난 폭탄제거 전문가로 제임스가 손꼽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멋대로 나서서 팀원을 초조하게 만드는 점에서는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샌본 하사와 엘드리지 상병과 한 팀을 이루게된 제임스 중사...

점점 폭탄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강해지고 이럴 수록 제임스의 괴짜 행동은 계속되고 여전히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 제임스 중사가 아끼던 DVD CD를 팔던 소년이 행방불명되면서 제임스는 더욱더 초조해집니다.






폭탄제거는 헐리웃 영화에서 단골 소재입니다.

빨간선, 파란선... 알록달록한 선들이 등장하고 액션영화의 주인공들은 단 몇초를 남겨놓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폭탄을 제거하죠. 하지만 헐리웃 액션영화는 사실감보다는 영웅을 만드는 영웅심리에 더 중점을 주는 것이 문제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에서의 폭탄제거반은 더 리얼함으로 관객에게 다가옵니다. 봉지, 땅밑, 자동차에 심지어는 인간폭탄까지 등장하는 무서운 상황에서 그들은 이성을 찾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초조하고 힘들고 거기에 생명이 사라지면 그들은 죄책감에 빠지게 되지요.



전쟁의 참상을 알린 영화도 물론 많습니다. 폭탄제거 영화만큼이나 말이죠.

하지만 이런 영화들이 장렬히 총을 갈기고 몇 십방을 맞아도 안죽는 불사신 주인공에 우리는 익숙할지는 몰라도 지겨운 것은 사실이죠. 그런점에서도 '허트 토커'는 장황한 설명이나 오버를 하지 않고 이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그렇게 만드는데에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활약상이 큽니다. 남편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의 영향을 받은 탓도 있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것이 남성영화를 주로 제작하고 거기에 섬세한 면에서는 여성감독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감독과 남성감독의 장단점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저는 'K-19 위도우메이커'를 보면서 잠수함에서 벌어지는 남성들의 의리와 음모를 모두 무게를 실어 만들어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자칫 다큐맨터리적으로 갈 수 있는 영화를 섬세하면서도 극적으로 만들어낸 사람이 남성 감독이 아닌 여성감독이었다는 것에 놀라게 되었지요. 

'웨이브 오브 워터' 같이 오히려 약간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었지만 그녀의 작품에서는 남성의 의리와 내면의 모습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점에서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정말 대단한 감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감독이 지금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어쩌면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제임스가 괴짜 인물이긴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평화를 사랑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DVD CD를 팔던 일명 '베컴'이라 불리는 소년이었지요. 그 소년이 사라지고 얼마후 인간폭탄으로 보이는 한 소년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제임스는 노심초사합니다. 이 소년이 베컴이 아니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집착은 결국 한 병사에게 큰 부상을 입히면서 완벽했던 제임스에게 큰 오점을 남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행동을 주저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언제 죽을지 몰라 가족과 영원히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그는 오히려 담담하게 폭탄을 제거합니다. 


사실 그들이 두려운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들도 그것이지만 그들이 엄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경하고 있는 구경꾼들이 그들은 두렵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그 구경꾼 사이에 폭탄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폭발 버튼을 누를수도 있는, 지시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깐요. 제 2의, 제 3의 위협은 그래서 언제나 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현실로 돌아온 제임스는 폭탄의 위험에서는 벗어났지만 오히려 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합니다. 가장으로 살아가야하는 고민이 그것이죠. 아내와 마트에서 장을 보는 제임스는 폭탄제거보다도 더 쉬운 시리얼 고르기에 애를 먹습니다. 매장에 걸려 있는 수많은 시리얼에 당황을 하게 된 것이죠. 이렇게 쉬운것에 그가 왜 쩔쩔메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폭탄은 복잡해보여도 알고보면 제거하기 쉬운 그런 존재였지만 오히려 가족관계와 인간관계의 삶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마도 보여주고 싶었던 대목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가 가족들을 다시 버리고(?) 거의 처음의 장면처럼 다시 365 일로 시작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다른 중대로 옮겨서 폭탄제거 업무를 계속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한편으로는 제임스의 이런 행위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삶이 그에게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쟁의 참상도 참상이지만 전쟁속의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을 제임스가 복무중이었던 중대 사람들을 비춰주면서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달리 의외로 안전한 방식을 사용합니다.

보통 자극적인 전쟁영화였다면 몸의 일부가 절단되거나 피로 가득한 화면을 보여주며 폭력성과 잔인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영화가 될 뻔했습니다. 하지만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의외로 영리하게 그 위험한 함정에서 벗어나게 되었지요. 더구나 주인공같이 생긴 애들은 오래간다는 법직을 보기 좋게 깨뜨려주었으니 앞으로도의 의외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주는 캐서린 비글로우의 박력있는 영화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