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우리 의사 선생님'-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신이라 불리운 의사 선생님!

송씨네 2010. 4. 29. 01:31



의사는 권위적인 존재입니다. 

환자들은 의사들에 의지해서 삶을 사는 경우도 있지요.

정말 간혹 있는 일이지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무시하는 파렴치한 의사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분들은 환자를 돌보는데 있어서는 바른 마음가짐으로 돌보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내가 알고 있던 의사 선생님이 돌팔이라고 불리워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 그보다도 더 듣고 싶지 않은... 당신이 알던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무자격 의사 행세를 했던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짝퉁 의사 선생님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 '우리 의사 선생님'입니다.




어느 날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온 한 사내가 마을로 접어듭니다.

네비게이션도 읽지 못하는 어느 외딴 마을... 그리고 곤두박질...

인턴으로 온 소마와 이 마을의 하나뿐인 의사 이노는 이렇게 대면을 하게 됩니다.

마을의 인턴으로 이노를 돕기로 한 소마는 마을 사람들의 전폭적인 환대와 지지속에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큰 병원에서도 고치기 힘든 병(?)을 이 곳에서 고침은 물론이요, 죽은 사람도 일으켜 세우는 기적의 사나이였으니깐요.

하지만 이노에게는 고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위장약을 달고 사는 중년의 여인인 가즈코가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죠. 다른 이들보다 왕진이 많기도 하고 거기서 밥도 먹고 그렇긴 하지만 이노는 그저 가즈코를 환자로만 대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열심히 환자를 고치던 이노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지요.

그것도 가즈코의 딸이자 도시의 의사 선생님인 리츠코가 나타나면서 입니다.

그리고 하나 하나 이노의 비밀이 밝혀지게 됩니다.

그는 정말로 의사였을까요? 어디서 찾아왔고 그는 돈이 목적이었을까요?







'우리 의사 선생님'은 잔잔한 드라마입니다.

중간 중간 이노의 행적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모습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형식은 여기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이노가 어디로 사라졌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사라졌는가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 된 것이니깐요.

그가 의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환자를 도와주는 모습에서 그는 진정한 의사로구나를 생각하게 되지만 중반부로 들어서면 이노의 비밀이 하나하나 드러나게 됩니다. 암묵 속에 간호사인 오오타게와 제약회사 외판원인 사이몬은 이노의 비밀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으니깐요. 심지어는 간호사 오오타게는 다친 환자를 치료하는 부위를 몰래 이노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죠. 

그렇다면 왜 이노는 왜 의사 행세를 하게 되었는가라는 의문을 하게 됩니다. 이노는 소마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지만 소마는 그것이 이노가 너무 겸손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맙니다만 이노는 공을 주기에 받은 것이고 계속 주니깐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노의 전직에 대해서는 중반에 등장하지만 그가 그냥 의사 행세를 하던 돌팔이 혹은 짝퉁 의사로 성의없게 환자들을 치료 했더라면 그는 금방 들통났을지도 모를 일이죠. 하지만 그의 책상에는 의학서적이 계속 끊임없이 놓여졌다는 점에서 그는 공을 그냥 가지고 논 것이 아니라 그 공의 쓰임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깨닫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사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딱 한 분만 눈에 익지 않을까 싶어요.

바로 에이타이죠.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워낙 대단한 활약을 펼쳤던 배우라서 이 꽃미남 친구가 저런 촌구석에서 인턴 의사가 되었는가라는 의문도 들으셨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에이타 보다 중요한 배우가 있죠. 바로 이노 역을 맡은 쇼후쿠테이 츠루베라는 배우입니다. 

일본의 1 인 만담극 형태(만담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로 알려져 있는 라쿠고 출신인 그는 일본의 주요 TV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맡으면서 일본인들에게는 익숙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드라마에서는 선한 역과 악한 역을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고 하죠. 이 작품은 쇼후쿠테이 츠루베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지만 에이타라는 젊은 배우와 같이 어우러지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이 영화 속에는 쇼후쿠테이 츠루베가 했던 라쿠고가 등장한 장면이 있습니다. 가즈코가 테이프로 녹음된 라쿠고를 들으면서 시간을 때우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죠. 일본에서는 이런 만담형식의 이야기 꾼들이 과거에 많이 알려지고 이런 것들로 인해 쇼후쿠테이 츠루베처럼 연예계에 활발히 진출하는 이들도 늘게 된 것이죠.


이 영화의 감독은 '유레루'라는 작품으로 어느 정도 알려진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작품입니다. 원래 이 작품 '우리 의사 선생님'은 의사 이야기가 아닌 가짜 영화감독에 대한 모티브로 출발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의사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로울 것 같아서 방향 전환을 했다고 하죠.







영화 속 이노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였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떠나는 곳에 손을 흔들며 배웅을 아끼지 않았고 자신의 병을 고쳐달라고 난리였으니 말이죠. 마을의 하나뿐인 의사가 결국 떠나자 마을 사람들의 상태는 심각해지죠. 물론 그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했지만 정말로 필요했던 것은 마을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존중하고, 그들을 상담해주는 카운셀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어집니다. 영화속 이노는 그 역할까지 충실히 한 것이고요.


우리라면 이 가짜 의사에 돌을 던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혹 자석요나 건강식품을 비싼돈에 팔고 그대신 관광을 시켜주는 악덕 업체들을 심심치 않게 뉴스로 보셨을껍니다. 

물론 이 분들에게 당하신 어르신들 중에는 정말 현명한 분들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이 소외되고 외로워서 어디 의지할 곳이 없고, 그렇기에 공짜 쇼에 열광하고 공짜 관광에 열광하다가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기의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이죠.


이노가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도 아마 이러지 않았나 싶어요.

대부분이 고령화로 마을 주민들이 늙었고 사리판단 능력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것 때문에 이노에게 사람들이 속았다기 보다는 그의 진실성만큼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쩌면 이노에게 당하고도 사람들이 그렇게 그를 욕하거나 비판하는 이들이 없었다는 것은 적어도 의사이기 이전에 마을 사람들에게 카운셀러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인간은 외로운 동물인 것 같습니다.

외롭지 않다고 혼자 외쳐도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는 불상한 동물이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래서 따뜻한 관심이나 애정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