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준익 감독, 다시한번 역사의 타임머신을 타다.

송씨네 2010. 4. 29. 14:10



이준익 감독은 타임머신을 자주 사용하는 감독입니다.

시대의 관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왔다갔다 넣는 감독이라는 것이죠.

철없는 라디오 DJ가 나왔다가 슬픈 눈을 지닌 외줄타기 사내인 공길을 등장시켰다가 신라와 백제의 전쟁터로도 초대하기도 하지요.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드는 이준익 감독은 그렇다고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 장르를 다양화 시키기도 합니다. 코미디와 드라마를 넘나든다는 것이죠.

박흥용 작가의 원작만화를 영화로 옮겨서 제작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 어쩌면 많은이들이 기대를 거는 이유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집니다.

나라가 못살리면 우리가 살린다! 조선시대 왜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각기 다른 방식을 취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입니다.



임진왜란을 앞둔 시점의 조선...

나라의 민심은 거의 바닥에 떨어지고 황정학과 이몽학은 이런 나라의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동계가 필요하다고 주장을 하게 됩니다. 신분의 평등화를 주장한 것이죠.

하지만 조정은 이들의 대동계를 반대하고 해체를 요구하기에 이릅니다.

여기서 정학과 몽학의 행보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몽학은 사람들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면서 대동계를 반대했던 반대파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그에 비해 합리적인 방안을 생각했던 몽학이 유쾌하게 이 사실을 받아들일리가 없지요. 

한신군의 서자인 견자를 구사일생으로 구해낸 몽학은 그와 인연을 맺게 됩니다.

한신군의 종파들이 모두 살해 된 것이 몽학의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비록 기생의 아들로 태어난 양반아닌 양반이라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용서할 수가 없었죠.

한편 몽학의 애인이었던 백지는 몽학에게 버림받았다는 기분속에서 기생집에 찾아온 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왜군은 점점 한양으로 진출하고 있고 이이의 십만양병설이 무시당한 상황에서 선조는 비굴하게 도주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변해갑니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궁궐... 견자와 몽학은 그렇게 맞딱뜨리고 있었습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황산벌'과 '왕의 남자' 다음으로 이준익 감독이 선보인 사극입니다.

영화는 원작만화를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원작과 영화속의 몇 몇 이야기는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대동계라는 단체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하는군요. 

동인과 서인이라는 당파가 나뉘면서 이들간의 싸움이 벌어졌고 이는 많은 이야기가 역사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지요. 영화의 첫부분에서 정여립의 죽음은 자살로 기록되어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의 죽음을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한 것이 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정여립의 죽음의 배후를 이몽학이라는 가상인물로 잡고 그 뒤 서민들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대동계가 나서는 듯 하지만 사실 그 속에서는 몽학은 왕이 되기 위한 야욕을 꿈꾸었던 것이죠.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것을 녹아내리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물론 많은 장면들이 떠올랐지만 당파 싸움을 하는 장면에서는 이준익 감독식의 개그가 돋보이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왕자왕하고 거기에 왕은 이 우왕자왕하는 당파 싸움에 말려들어가는 모습이 그리 유쾌하게 보이지 않았지요. 더구나 더 재미있는 점은 이런 장면에 선종 역할로 김창완 씨를 기용한 것입니다.

김창완 씨의 기용은 어떻게보면 의외의 모습이긴 하지만 그는 이미 '하얀거탑'이나 몇 몇 작품에서 악역도 한 경험이 있는지라 거기서 흘러나오는 그만의 아우라가 느껴지더군요.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전 보았던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떠오르더군요. 이 작품도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었고 역사적 사실에 일부 픽션을 넣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많죠. 칼싸움과 조선시대 배경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지만 웬지 모를 유사점이 보이는데 '불꽃처럼 나비처럼'이 좋은 소재임에도 과도한 CG로 비판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품은 적절하게 와이어 액션이나 CG를 줄였다는 점에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황정민과 차승원 두 사람의 연기 대결이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맹인 무사 역을 한 황정민 씨와 비열한 악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차승원 씨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백성현이라는 배우의 발견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몇 작품을 하지 않은 배우라서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한 배우는 아닙니다만 분노로 가득찬 견자 역으로 큰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지요. 그는 '말아톤'에서 초원(조승우)의 동생으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이민호, 박보영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저주받은 걸작(?)이 되어버린 '울학교 이티'에도 등장합니다.

한지혜 씨도 인상적이었지요. 물론 여전히 몇 % 부족한 연기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한많은 기생 백지 역으로 등장하여 노래도 부르고 나름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정치적 의도는 분명 없었겠지만 당파 싸움을 하는 모습에서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무능력한 임금의 모습 역시 마치 지금과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우왕자왕하는 정치판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준익 감독은 그걸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현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달은 구름 뒤에 숨어서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보름달일지 반달이 될지는 어둠이 깔린 뒤 알게 되지요.

거짓과 음모 역시 더 구름뒤에 숨겨진 달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달이 어두운 밤을 밝게 비추듯 어두운 이 사람을 밝게 비출 그 무언가가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