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잡설들/오감만족... 이 영화 봤수?

'방자전'-방자의 성공시대, 혹은 춘향전의 완전해체...

송씨네 2010. 6. 3. 14:26






얼마전인가요? '1박 2일' 맴버들이 남원을 갔을때 맴버들이 시민들에게 정말 '춘향전'이 실제 인물이냐고 묻습니다. 남원시민들은 하나같이 실화라고 이야기하죠. 어느 누구도 부정하는이가 없습니다. 

검색을 해봐도 실화다, 아니다라는 의견이 팽팽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말이죠, 만약 이 작자 미상의 '춘향전'이 사실은 춘향을 사랑했던  방자의 이야기였고 방자가 이 이야기를 후세에 전했다면 어떠했을까요?

모든 고정관념을 박살내고 해체한 김대우 감독의 신작 '방자전'은 이런 궁금증과 의문에서 출발합니다.



 

조선시대로 보이는 한 마을에 두 남자가 있습니다.

야한 소설을 주로 쓰는 선글라스로 보이는 뭔가를 뒤집어 쓴 이 남자가 기다리는 사람은 이 서방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 남자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죠.

다시 시대는 더 과거로 돌아가 이 남자가 노비로 살던 시절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 남자의 이름은 방자... 부잣집 이몽룡 집안에 몸종으로 살고 있는 사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월매가 운영하는 기생집에서 노래하는 여인을 발견하죠. 

그 여인의 이름은 춘향... 그러나 춘향에 눈독들이는 것은 이몽룡 역시 마찬가지죠.

하지만 이몽룡은 여자를 밝힐줄 알지 소심함에 힘도 없습니다.

치한을 물리친 것은 다름아닌 방자였고요.

몽룡과 춘향의 만남은 지속되었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것은 춘향과 몽룡의 만남이었지요.

사랑의 기술을 모르던 방자는 결국 몽룡의 집에서 같이 일하는 마 노인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작업의 기술과 사랑의 기술을 터득한 방자는 점차 대담해집니다.

한편 돌연 몽룡은 과거 급제를 위해 한양으로 떠나고 춘향과도 작별을 하게 되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몽룡은 과거에 급제하여 성공하지만 쉽사리 고향 남원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같은 과거 급제 출신의 변학도와 동맹을 맺죠.

이 사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심술쟁이 변 사또입니다, 하지만 변 사또는 소심함도 모자라 색탐을 즐기기에 급급합니다. 그런점에서 춘향은 그에게 새로운 먹잇감이죠. 탐관오리 변 사또는 그렇게 춘향에게 수청을 요청하고 그리고 우리가 알던데로 암행어사가 출두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사태는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아주 이상하게 말이죠.







'방자전'은 어째서 '방자전'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의 말미에 등장합니다. 그 후 이야기의 줄거리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반전은 아니더라도 엄청난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해피엔딩의 '춘향전'은 처절하게 원작을 거의 다 무시하고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가 된다는 것이죠. 거기에 애로틱한 장면이 첨가되어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는 정말로 딴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우선 춘향과 몽룡은 우리가 알고 있던대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 인물들이 아니라는 것이죠.

춘향의 어머니 월매는 큰 계획을 가지고 몽룡을 유혹하라고 제의하고 몽룡은 선비라기보다는 흥청망청 놀고 다니는 건달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거기에 이 작품에서는 원작 '춘향전'속의 조연급 인물들을 주연급으로 끌어내는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죠.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방자가 그것이고 춘향과 함께하던 향단은 그 후에는 몽룡앞에서 자신의 성공신화(?)를 떠들기에 바쁘고 그것도 모자라 몽룡을 유혹하지요.

그 뿐인가요? 변학도는 사실은 소심쟁이 색탐꾼이었다는 설정에 혀짧고 그것도 모자라서 사투리를 쓰는 인물로 묘사된 것은 재미있는 점으로 평가가 됩니다.



사실 이런 기존의 원작을 해체한 것에 일등공신은 이 영화의 감독과 각본을 맡은 김대우 감독의 공이 큽니다.

이미 그는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남녀상열지사'를 통해 조선판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감독데뷔작인 '음란서생'으로 한 번도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세번재로 이 작품으로 또 하나의 조선시대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그 이미지만으로 그려냈다면 이 작품은 상당히 심심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는 애로틱이라는 소재를 더 첨가함과 동시에 현실풍자를 조심스럽게 그려넣은 것이지요.

은근히 이 작품에는 배드씬이 많은 것도 어쩌면 관객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주혁, 류승범, 조여정... 거기에 향단으로 등장하는 류현경 씨까지 과감한 배드씬을 선보였으니깐요.

현실풍자면에서도 이 영화를 보는 잔재미의 하나입니다. 암행어사를 인증하는 문서전달 과정에서 어설픈 실수들을 연발하는 내시들의 모습이나, 몽룡의 두 개 짜리 말이 그려진 마패를 다섯 개로 위장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전문 브로커(?)와의 만남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현실풍자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식스팩으로 거듭난 이 영화의 매인 주인공인 김주혁 씨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으로 보였는데요. 그동안 부드러운 남자의 이미지가 강했던 분이라서 그를 짐승남(?)으로 만들기 위해 무단히 애를 쓴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박찬호 선수의 선발등판마다 광고로 등장해서 일명 '박찬호의 여인'으로 알려졌던 조여정 씨는 이 작품에서 여신의 포스로 춘향의 역할을 성실히 임했습니다. 노래(창)을 부르는 장면도 있는지라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해야했던터라 어설프면 바로 비판받기 쉽상인데 지도 선생님이 잘 지도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조여정 씨의 노래 솜씨는 들을만합니다.

불량스러운 선비 몽룡으로 등장한 류승범 씨는 이 배역이 그를 위해 만든 배역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잘 짜여진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류승범 씨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건달연기로는 최고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정말 숨은 공로자는 변학도로 등장한 송새벽 씨 입니다.

어눌하고 소심하며 혀짧은 말소리에 사투리까지 쓰는 상당히 핸디캡이 많은 역할로 등장하는데요.

어떻게보면 밉상이지만 미워할래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등장하지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송새벽 씨는 연극무대에서 배테랑으로 알려진 분인데다가 영화 '마더'에서는 원빈 씨를 괴롭히던 악질형사 (일명'세팍타크로 형사')로 등장하여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기서도 그는 이미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미 많은 언론이 그를 인터뷰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이 영화는 기존의 춘향전에 대한 비틀기로 생각한다면 참신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쉬운 점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저렇게 훼손시킬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약간 들기도 했다는 것이죠.

더구나 배드씬에 너무 많이 치중한 점은 이 영화를 춘향전을 비튼 이야기라기 보다는 배드씬으로만 언론이나 관객의 주목을 끌려는 이야기로 오해받기 쉽다는 것이죠. 이 점에 대한 생각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름다운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 춘향전...

여러분에게 춘향전은 어떤 이야기였는지 궁금해집니다.